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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예방교육 한다더니…" 변종 보험영업 '주의보'

부광우 기자
입력 2018.07.18 06:00 수정 2018.07.18 06:12

법정 의무 교육 지원 등 구실로 접근한 뒤 가입자 모집에 '혈안'

불완전판매 우려 계속…금융당국·보험사 방치 속 소비자만 '위태'

국가 인증 교육 기관을 사칭하며 보험을 판매하는 변종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국가 인증 교육 기관을 사칭하며 보험을 판매하는 변종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국가 인증 교육 기관을 사칭하며 보험을 판매하는 변종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안전 관리나 성희롱 예방 교육 등 법정 의무교육을 해주겠다며 영세 기업에 접근한 뒤 실제로는 보험 가입자를 모집하는 식이다. 금융감독당국과 보험사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금융 소비자들만 불완전판매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나 여성가족부 등 정부 기관의 후원사나 제휴사, 산하기관을 사칭해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이른바 유사 브리핑 영업이 수년 째 성행 중이다.

브리핑 영업은 보험사 등의 법인영업 섭외 담당 부서에서 접촉한 특정 회사에 설계사를 파견해 계약을 유치하는 방식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물론 이처럼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보험 모집은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형태만 차용, 마치 공신력 있는 단체처럼 위장해 영업을 벌이는 행태가 보험 판매 현장에서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때 주로 악용되는 것이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직원 대상 법정 교육들이다. 이를 지원해주는 정부 연계 기관인 것처럼 속여 관련 경험이 부족한 소규모 기업들에게 접근한 뒤 보험 판매에 나서는 형태다.

최근 경찰에 덜미가 잡힌 대규모 변종 브리핑 영업은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 사례다. 이번 달 초 부산 사하경찰서는 안전 관리자가 없는 소규모 업체에 교육을 빌미로 보험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한 혐의로 컨설팅 회사 대표와 이에 가담한 직원 등 3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1년여 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안전 관리자가 없는 소규모 영세 업체를 골라 무작위로 전화를 건 뒤 고용노동부나 안전보건공단 산하 기관으로 속여 보험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산업안전 보건교육을 받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며 교육 수강을 강요한 뒤 관련 강의를 해 주겠다며 기업에 방문, 형식적인 교육을 진행한 뒤 금융자산 관리교육 명목으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썼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이 방문한 업체만 260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교육이 끝난 뒤 가짜 교육확인서를 발행하는가 하면, 한 지점장은 교육 수강생들의 정보를 보험사에 넘기고 30회에 걸쳐 3억7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변종 보험 영업을 둘러싼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시점은 기업들의 성희롱 예방교육이 법적으로 의무화된 2014년부터다. 이에 따라 상시근로자 1인 이상의 모든 사업장은 연 1회 1시간 이상의 성희롱 예방교육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정규직 임직원은 물론 계약직, 아르바이트 등 모든 근로자에 교육을 실시해야 하며 위반 시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법인 상대 영업을 전문으로 하는 보험대리점 설계사들 가운데 일부는 해당 교육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중소기업에 연락해 무료로 이를 진행해 주겠다며 환심을 산 뒤 보험 상품의 장으로 활용해 왔다. 성희롱 예방 강의는 최대한 짧게 형식적으로만 진행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보험 가입자 모집에 활용하는 식이다.

이는 관련 성희롱 예방 교육이 기업 자체 교육을 원칙으로 두고 있고, 강사의 자격 등에 대해 별도규정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교육 후 근거 서류는 알아서 출력해 보관하고, 현장 사진만 촬영해 두면 되는 현실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해마다 상, 하반기 말쯤만 되면 무료로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해주겠다는 전화가 하루에도 몇 통씩 걸려 온다"며 "지난해의 경우 이렇게 진행한 교육에서 직장 내 성 문제와 연계된 내용은 채 10분밖에 되지 않았고 나머지 50분 가까이가 보험 상품 소개로 채워져 직원들의 불만이 만만치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유사 영업은 단시간 내에 계약을 맺기 위해 상품의 장점만을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아 향후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고객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보험사들은 현실적으로 통제가 어렵다는 볼멘소리만 계속하고 있고, 금융감독원도 사실상 이를 방치하면서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변종 브리핑 영업에 나서는 보험 모집인들이 전속 설계사가 아닌 대리점 소속이어서 직접 관리하기에 힘이 부친다는 입장이고, 이에 대해 금감원은 보험 민원의 궁극적 책임이 보험사에 있다는 원칙만 앞세우고 별다른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며 "그 사이 애꿎은 소비자들만 불완전판매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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