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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최저임금 인상이 불러온 대기업 책임론에 '노심초사'

최승근 기자
입력 2018.07.16 15:05 수정 2018.07.16 15:52

세수 확보, 소상공인 반발 무마용 규제 폭탄 우려

업계 “정책 실패에 대한 비용, 기업에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왼쪽)이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왼쪽)이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유통업계의 불안감이 또 다시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아서가 아니다. 최저임금 조율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의 화살이 대형 유통업체를 겨냥하면서 새로운 규제로 이어질까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신규 출점 및 영업시간 제한 등 각종 규제에 인건비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이제는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에 몰리게 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했다. 수많은 논란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됐지만 임금을 받는 근로자와 임금을 주는 사용자 모두 반발이 거세다.

특히 편의점이나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불복 의사를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오는 24일 총회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동맹휴업과 집회 등 단체행동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16일 성명을 통해 “최저임금제도는 5인 미만의 생계형 사업자와 근로자간 협력과 신뢰관계를 무너뜨리고 소득 양극화만 조장하고 있다”며 “업계의 이슈에 대해 정부와 본사에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한 만큼 대안을 신중하게 검토한 후 단체행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협회는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해 공동휴업, 심야 할증, 카드 결제 거부 추진 등을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제41회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를 찾은 예비 창업자들.ⓒ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지난해 9월 제41회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를 찾은 예비 창업자들.ⓒ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근로자들도 불만이 많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이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어 오히려 근로자들의 생활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불만이 많은 가운데 이번에는 대기업 책임론까지 등장했다. 재벌과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 때문에 최저임금 갈등이 더 심해졌다는 논리다. 대기업의 수익 구조를 개혁해야 소상공인 수익이 늘고 노동자의 임금도 인상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본사가 로열티나 가맹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부 여당과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같은 논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경영계, 노동계, 소상공인 모두 각자 입장에서 불만을 표출하지만 이 문제를 을과 을 혹은 을과 병의 갈등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며 “소상공인 어려움의 근본원인은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갑질 횡포와 불공정한 계약, 높은 상가임대료라는 점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가맹점주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본부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겠다"며 "이미 외식업·편의점 분야의 6개 가맹본부를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200개 대형 가맹본부 및 이들과 거래하는 1만2000개의 가맹점을 대상으로 서면조사를 실시해 가맹시장의 법위반 실태를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유통업계는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한 부작용을 기업에 전가하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비용을 기업이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가맹점주와 근로자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시선을 돌리기 위해 기업 책임론을 들고 나오는 것 같다”며 “가뜩이나 강화되는 규제와 인건비 증가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세수 확보 혹은 소상공인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으로 또 다른 규제가 새로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포퓰리즘 정책의 부작용을 또 다른 포퓰리즘 정책으로 덮으려고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피해를 보는 영세 소상공인들을 위해 정부가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그리 많지 않다”며 “결국은 소상공인 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데 일자리와 세수 부담 두 가지 주문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다.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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