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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조건 거의 못 갖춘 한국당 혁신비대위

이진곤 언론인 | 2018-07-16 08:12
<칼럼> 논란 자체, 당 지도부·소속의원들 마음 절박하지 않다는 반증
"분열 속 비대위는 실패하게 마련…싸우고 또 싸운 후 당 재건 나서야"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안상수 혁신비대위 준비위원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안상수 혁신비대위 준비위원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뜻이, 난마처럼 얽힌 당내 갈등요인을 일거에 해소하고 당을 곧바로 반석위에 올려놓게 하는 데 있지는 않을 것이다. 걸출한 지도력으로 당원들의 기대를 한꺼번에 채워줄 위대한 인물을 위원장으로 모실 수 있다고 믿어서 그러는 것 같지도 않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당의 규범‧조직을 재정비하고 청신한 기풍을 당에 불어넣어주는 테스크포스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본다.

제20대 총선 참패, 당 출신 대통령 탄핵과 사법적 징벌, 제19대 대선 패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완패 등으로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당원들은 희망을 보고 싶을 것이다. 당내 인사들로 기구를 만들어 문제해결을 시도하기엔 상호 불신의 골이 너무 넓고 깊다. 그래서 외부인사 위주로 구성되는 비대위에 의지해 보자는 것 아닌가?

준비위원장이 특정후보 지원?

그런데 그것조차도 제대로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니다. 준비위원회부터 고장난 소리를 내고 있다. 정말 엄정하고 진지하게 비대위 인선을 하게 한다고 구성한 준비위가 앞질러 신뢰를 허물어뜨리는 형국이다. 일부 언론의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혁신비대위는 만들어지기 전에 해체되게 생겼다.

지난 13일 MBN이 보도한데 따르면 안상수 준비위원장이 특정후보 지지를 유도하는 듯한 전화를 당 소속 의원들에게 했다.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달라”며 “박찬종 아세아경제원 이사장은 어떠냐”고 권유하듯 했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사실무근이라고 강력하게 부인하는 모양인데, 진실이 무엇이든 말끔한 수습은 어려워 보인다. 준비위가 구성도 안 된 비대위의 김을 빼버린 격이다.

안 위원장은 또 15일 비대위원장 선출과 관련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이 선정한 분을 전국위에서 의결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KBS가 그렇게 전했다. 그렇다면 준비위는 비대위원장 후보를 다섯 명으로 압축하는 역할만 했다는 뜻이다. ‘준비위’라는 명칭이 너무 허풍스럽지 않은가.

김 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할 것이었다면 준비위는 애초에 필요치 않은 절차였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김 대행이 임명권을 갖는 게 아니라 준비위가 압축한 후보 가운데 한명을 선정하는 권한만 행사하는 것이라고 해도 당 구성원들의 이해를 얻기는 어렵게 됐다. 김 대행의 사퇴, 나아가 탈당까지 요구하던 측에서 이를 수용할 리가 없다. 게다가 ‘안 위원장의 전화’논란까지 겹쳐 당내 반발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안 위원장에 의해 천거된 것처럼 일부언론에 보도된 박찬종 변호사는 같은 날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지금은 자유한국당이 폭망한 상태”라며 “제1 야당의 이런 모습을 보는 게 국민에게 불행한 일이다. 원인을 확실히 진단해서 제대로 쇄신할 수 있을지, 현장에서 한 번 지켜보겠다는 심정으로 수락했다”고 밝혔다. 당이 ‘폭망’한 것이라면 비대위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팔 걷어붙이고 나서겠다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한 번 지켜보겠다는 것은 또 뭔지.

사실 이런 논란 자체가 아직도 당 지도부나 소속의원들의 마음이 절박하지 않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정말로 다급한 심정들이라면 비대위 구성 과정의 모양 갖추기에 공을 들이거나, 불필요한 말로 논란을 초래하거나 할 시간 여유가 있을 리 없다. ‘다된 밥에 재뿌리기’라고 할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정도의 마음가짐이라면 혁신비대위 실패 가능성은 90%이상이다.

분열 속 비대위는 실패하게 마련

설명이 더 필요할 것 같아서 보태자면 이렇다. 비대위원장 후보 면면의 자질과 역량이 부족해 보여서 하는 말이 아니다. 천만의 말씀이다. 이름을 얹은 후보들 모두가 시쳇말로 정치권에서 제대로 한가락 하는 분들이다. 국민적 명망도 그 정도면 부족하지 않다.

위원장 한 사람만이 위원회를 이끌고 가는 게 비대위일 수도 없다. 그런 체제는 ‘위원회’라고 하지 않는다. 상징성 있는 인물이든, 경륜이 남다른 인물이든, 논리적 인물이든, 조정에 뛰어난 인물이든 그 사람이 위원장으로서 앞장서고, 위원들이 지혜를 모아 당의 활로를 찾아줄 것을 기대해서 혁신비대위를 구성키로 한 것 아니겠는가.

비대위 성패를 가를 요인은 따로 있다. 맹자의 말을 빌리면 성사(成事)의 세 가지 조건은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다. 그런데 지금 한국당은 그 어느 것도 얻지 못한 상태다. 우선 비대위 체제가 성공할 수 있기엔 21대 총선이 너무 멀리 있다.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게다가 한국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여전하다. 물론 일부 여론조사 결과이지만 국회 의석을 113석나 가졌으면서 6석밖에 못 가진 정의당과 같거나 밀리는 지지율을 보인다는 보도다.

국민들의 이념성향도 아직은 진보좌파 쪽으로 심하게 경도되어 있다. 언젠가 옛 지형을 회복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이념의 전장에서 지리(地利)를 경쟁상대에 빼앗긴 처지다. 물론 당장의 회복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세지역이란 측면에서 보더라도 한국당은 단지 TK의 지지만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정치적으로 또 이념적으로 TK란 외딴 섬에 갇힌 정당이 되고만 인상이다.

인화란 측면에서도 한국당은 심각한 난국에 처해 있다. 친박‧비박의 대결 구도는 백약이 무효라고 할 만큼의 중증이다. 지난 2016년의 4‧13총선 참패, 당 출신 대통령의 탄핵을 초래했던 그 파벌싸움이 궤멸적 위기에 봉착한 지금까지도 그칠 기미가 없다.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고 맹자는 말했다. 지난주 이 난에서 천시‧지리가 없어도 인화만 있으면 비대위는 성공한다고 쓴 바 있다. 그걸 위해 한국당은 논쟁을 하고 또 하라고 그 몇 주 전에 권하기도 했었다. 최소한 휴전이라도 하지 않고는 비대위가 아니라 무엇으로도 한국당의 병은 고칠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비대위를 성공적으로 구성한다고 해도 기대하는 성과를 얻기는 어렵다. 비대위가 당 재기의 영약이라면 4‧13총선 후의 비대위, 대선 목전의 비대위 두 차례의 기회가 당을 살려냈어야 했다. 지금이라고 그 때보다 상황이 호전됐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악화된 측면도 있다.

친박‧비박이 서로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갈등이라면 이제 휴전할 때가 됐다. 잘잘못은 훗날 냉정을 되찾게 되었을 때 따지면 된다. 지금 서로 뒤엉켜 싸운다고 해서 상황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리도 없다.

싸우고 또 싸운 후 당 재건 나서야

정치를 하는 이유가 특정인을 보스로 떠받들고 그 아래서 안락을 누리기 위한 것은 아니잖은가. 국리민복에 헌신하겠다고 나선 길일 터이다. 그런데 국민의 여망을 저버리고 파벌싸움에 빠져 있을 일인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우선은 힘을 길러야 한다. 그 방법은 단합 밖에 없다.

지금 갈라서 버리거나, 21대 총선에서 개헌저지선 확보에 실패하면 어떤 상황이 닥칠지는 명약관화하다. 만약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지켜내지 못할 경우, 역사는 두고두고 한국당 소속 의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거듭하는 말이지만 지금은 비대위 구성이 급한 게 아니라 당의 결속이 급하다. 비대위가 그 일을 해 주지는 못한다. 일단 화해와 단합이 이뤄진 후에야 비로소 비대위가 책무와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날마다 의원연찬회든 의원총회든 열어서 피터지게 싸워야 한다. 당의 단합, 당의 정체성 확립, 당의 이념적 정향 설정까지를 비대위가 해 주리라 기대하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일은 없다. 그런 일도 스스로 해내지 못하면 당은 무얼하겠다는 것인가.

차라리 한국당은 다 흩어지고 새로운 보수 정치세력이 등장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정당의 부활에 필수적인 것은 중심세력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이념정당이 아니라 국민정당을 표방하는 정당을 창당하려 할 경우 정치인들이 믿고 따를 통솔력과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현실적으로 그런 영향력을 가진 인사는 없다. 없어서 없는 게 아니라 서로 없애 버리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단합을 통한 재기를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당내에서 충분히 싸우고 토론하고, 그 끝에 ‘지쳐서라도’ 결론을 내게 됐을 때, 비대위를 구성하고 거기에 당 재건작업을 맡기는 것이 제대로 된 순서다. 총선이 내후년 4월에 실시된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 중에 비대위를 구성하면 가장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그간엔 어떻게 하느냐고? 할 일은 많다. 국가적 난제가 쌓여있는데 정부의 독주를 막을 유일한 희망인 제1야당이 집안 문제로 세월을 보낸다면 이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그리고 그런 야당에 기대를 걸 국민도 없다. 원내체제는 어쨌든 작동하고 있다. 소속의원들의 총력을, 정부의 대북 및 경제정책 독주를 막고 대안을 내놓는데 쏟아 붓는다면 당 결속에 유리한 환경은 틀림없이 조성될 것이다. 비대위는 그 때 구성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이런 조언은 귀에 들어오지 않겠지만….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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