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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잉 수사가 결국 제 발등 찍었다

정도원 기자 | 2018-07-16 09:00
엘리엇, 검찰 수사 근거로 우리 정부에 8천억 배상 요구
'메이슨 캐피털'도 90일내 중재 미성립시 국제중재재판 이행
현 정부 과잉 수사, 천문학적 국제소송 양산할 위험성 커


미국의 펀드 엘리엇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7억7000만 달러(약 8650억원) 규모의 ISD(투자자·국가간 소송) 신청을 제기한데 이어, 또다른 미국 펀드 메이슨 캐피털도 1억7500만 달러(약 1980억원) 규모의 ISD 중재의향서를 제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 과정에 당시 박근혜 대통령,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이 부적절하게 개입한 관계로 재산상의 손해를 봤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엘리엇 간의 ISD 중재재판은 우리 법원이 아닌,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등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춘 국제기구가 맡게 된다. 중재의향서를 제출한 메이슨 캐피털 또한 90일 이내에 중재가 성립하지 않으면 국제기구 중재재판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와 관련해 석동현 전 부산지검 검사장은 15일 "과잉 수사가 결국 제 발등을 찍은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석동현 전 검사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특별검사와 법원이 스스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문형표 전 장관 등 정부 관계자가 삼성 측과 결탁해 사익을 노리고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구속·기소하고 유죄로 판단해 버렸으니 엘리엇은 손도 안대고 가만 앉아서 우리 정부를 공격할 논리와 근거를 확보한 셈"이라며 "엘리엇이 중재 신청을 한 이상 법무부 관계자가 제3국 중재재판에 나가 대응해야 하는데, 엘리엇의 요구를 제압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전 정부와 대통령이 했던 일들을 모조리 적폐로 몰아 사법 처리를 하다보면 외국과 관계있는 사업의 경우, 이해관계인들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국제소송을 걸어올 때에는 자승자박이 돼 백전백패한다"며 "특검이든 검찰이든 무리하게 수사를 밀어부치면 사안에 따라 차후에 우리 국민들에게 자해 행위가 될수 있다는 지적"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지금 삼성전자나 대한항공 검찰수사도 걱정스러운 이유가 하나둘이 아니다"라며 "이미 글로벌 기업인 그 회사들의 주주 상당수가 외국인 투자자들이라는 점에서, 나중에 수사에 따른 쟁송이 벌어질 수 있는 점을 과연 청와대 비서실이 생각이나 하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다음은 석동현 전 검사장의 페이스북 글이다.

미국 펀드 엘리엇이 최근 우리 검찰·법원의 이른바 적폐 수사 및 판결을 근거로 우리 정부를 상대로 865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ISD 중재재판을 신청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7월 열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을 결정하는 주주총회에 참석했다가 퇴장하는 엘리엇 법률대리인의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미국 펀드 엘리엇이 최근 우리 검찰·법원의 이른바 적폐 수사 및 판결을 근거로 우리 정부를 상대로 865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ISD 중재재판을 신청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7월 열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을 결정하는 주주총회에 참석했다가 퇴장하는 엘리엇 법률대리인의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과잉 수사가 제 발등을 찍는 일이라는 증거

최근 미국의 투기펀드 엘리엇이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7억7000만 달러(약 8650억원)를 보상하라는 "투자자·국가간 소송제도(ISD)"의 중재신청서를 보내옴으로써 공식적으로 보상요구절차를 시작했다.

투자자·국가간 소송제도(Investor State Dispute·ISD)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한 나라의 법령·정책 등으로 인해 자신의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해당국가 정부를 상대로 국제 중재를 요청해 손해를 배상받는 제도이다.

엘리엇의 중재재판신청에 대해 우리나라 법원이 중재재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등 전문성·중립성을 가진 국제기구가 그 재판을 하게 된다.

엘리엇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이번에 중재신청을 한 내용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표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 정부 인사와 삼성 경영진 간 부적절한 정경유착 행위로 삼성물산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따라서 삼성물산에 투자했던 엘리엇의 입장에서 최소 7억7000만 달러 이상의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엘리엇은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표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 정부 인사들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결정으로 삼성물산 주가를 하락시키는 등 삼성총수 일가를 지원한 일로 박영수 특별검사에 의해 기소되고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을 주된 근거로 들고 있다.

엘리엇 뿐만이 아니다. 이미 같은 일로 이란의 다야니 가문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730 억 규모 ISD재판에서 정부가 이미 패소한 바 있고, 엘리엇과 또다른 미국의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털이 우리 정부에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1억7500만 달러의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ISD중재의향서를 제출한 상태인데 중재가 성립되지 않으면 그 역시 국제 중재법정으로 갈 판이다.

아무튼 엘리엇이 공식으로 중재신청을 한 이상 우리 정부(법무부) 관계자가 제3국에서 열릴 중재재판에 나가서 대응을 잘해야 하는데, 문제는 엘리엇의 이런 요구를 완벽히 제압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특별검사와 법원이 스스로 박 전 대통령이나 문형표 전 장관 등 정부 관계자가 마치 삼성 측과 결탁하여 무슨 사익을 노리고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구속하고 기소하고 유죄로 판단해 버렸으니 엘리엇 같은 투기펀드들은 손도 안대고 가만 앉아서 한국 정부를 공격할 논리와 근거를 확보한 셈이나 다름없다.

앞으로의 중재재판에서 그 사람들 재판은 재판이고 엘리엇 같은 투자자들의 손해는 별 문제라고 항변할 재간이 있겠나.

특검이든 검찰이든 무리하게 수사를 밀어부치면 사안에 따라 차후에 우리 정부나 국민들에게 자해행위가 될수 있다는 지적이 거론돼도 수사의 속성 탓도 있고 제어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전전 정부가 외국의 광물자원에 투자한 사업 수사도 그렇고 대통령이 정부 차원에서 했던 일들을 모조리 적폐 내지 권력형 비리로 몰아 사법처리를 하다보면 당장은 일부 지지자들로부터 환호를 받겠지만, 그 중에 외국과 관계있는 사업의 경우, 이해관계인들이 나중에 우리 정부를 상대로 천문학적 액수의 국제소송을 걸어올 때에는 빼도박도 못하는 자승자박이 되어 백전백패한다.

지금 삼성전자나 대한항공을 마구 조지는(!) 검찰수사도 부적절해 보이고 걱정스러운 이유가 하나둘이 아니지만, 특히 이미 글로벌 기업인 그 회사들의 주주 상당수가 외국인 투자자들이라는 점에서 나중에 그 수사에 따른 주가 하락 등 기업 손실의 부작용에 대해 무슨 쟁송이 벌어질 수 있는 점을 과연 검찰이나 청와대 비서실이 생각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이 글을 작성한 석동현 전 검사장은 법조인으로, 57대 부산지방검찰청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법무법인 대호 대표변호사이다.[데일리안 = 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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