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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당사는 옮겨가되… 인걸은 간 데 없다

정도원 기자 | 2018-07-11 16:05
이명박·박근혜 당선시킨 '한양빌딩 시대' 마무리
'국민 바라볼 대권주자' 못 키우면 당사이전 '헛일'


자유한국당이 11일 중앙당사를 여의도 한양빌딩에서 영등포동7가 우성빌딩으로 이전했다. 김성태 당대표권한대행과 안상수 혁신비상대책위 출범준비위원장이 한양빌딩에서 당 현판을 떼어내고 있는 가운데, 함진규 정책위의장이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자유한국당이 11일 중앙당사를 여의도 한양빌딩에서 영등포동7가 우성빌딩으로 이전했다. 김성태 당대표권한대행과 안상수 혁신비상대책위 출범준비위원장이 한양빌딩에서 당 현판을 떼어내고 있는 가운데, 함진규 정책위의장이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대통령 두 명 냈던 보수 정당의 십 년 '도읍지'에 인걸(人傑)은 간 데가 없다. 집권여당의 중앙당사로 잘나갔던 '태평연월' 시절은 꿈처럼 돼버렸다.

자유한국당이 11일 중앙당사를 공식 이전했다. 여의도 한양빌딩에서 철수해서 영등포동7가 우성빌딩으로 옮겨간 것이다.

한양빌딩은 보수 정당의 '잃어버린 10년'에 종지부를 찍은 정권 탈환과 재창출의 영광이 서렸던 곳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양빌딩 중앙당사' 시절 당선됐다.

이후 친박·비박 계파 갈등 속에서 2016년 총선을 지고, 탄핵 사태 속에서 이듬해 대선마저 참패하면서 한국당은 야당으로 전락했다. 쪼그라든 의석 수에 따라 국고보조금도 줄어들면서 올해 초부터 당사 이전을 모색했다. 그러다 마침내 여의도 밖으로 벗어나기에 이르렀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당세(黨勢)가 흥하면 여의도로 들어왔다가, 쇠하면 여의도 밖으로 나가는 것은 반복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당의 전신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 패배 이후 '차떼기' 사태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등에 휘말리면서 당세가 휘청이자 '천막당사' 시절을 거쳐 강서구 염창동으로 당사를 이전했다.

여의도 밖으로 나갔던 당사는 2006년 지방선거 대승에 이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의 분위기가 고조되자 비로소 여의도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당시 한양빌딩에 입주하면서 올해까지 10년여를 당사로 써왔다.

또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여의도가 모래섬이라 여의도에 당사를 오래 쓰면 사상누각(沙上樓閣)처럼 무너지게 된다는 속설도 있다"며 "모래는 뭉쳐지지 않듯이, 당이 계파별로 흩어지면서 뭉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당사가 여의도로 들어왔다가 나가는 일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자유한국당이 11일 중앙당사를 여의도 한양빌딩에서 영등포동7가 우성빌딩으로 이전했다. 김성태 당대표권한대행과 안상수 혁신비상대책위 출범준비위원장이 우성빌딩에 새로운 당사 현판 제막식을 진행하는 가운데, 함진규 정책위의장이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자유한국당이 11일 중앙당사를 여의도 한양빌딩에서 영등포동7가 우성빌딩으로 이전했다. 김성태 당대표권한대행과 안상수 혁신비상대책위 출범준비위원장이 우성빌딩에 새로운 당사 현판 제막식을 진행하는 가운데, 함진규 정책위의장이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과연 당사만 '모래섬' 밖으로 옮기면 해결이 될까. 한국당의 계파 갈등이 눈 녹듯 사라지고, 모래에서 찰흙으로 바뀌어 단단히 뭉쳐서 새로운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일까.

'정치 9단'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일찍이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신당 성공의 3요소'로 ▲국민이 바라볼 수 있는 대권 주자 ▲국민을 설득할 명분, 그리고 "지적을 했으니 말을 한다"며 ▲돈을 꼽았다. 한편으로 대권 주자가 있으면 나머지 두 요소는 저절로 갖춰진다는 말도 했다.

한국당은 한나라당 시절 지금의 현대카드 3관 자리에 있는, 금쪽같은 당사를 매각하고 허허벌판으로 나아가 천막당사를 쳤다. 이후에도 염창동 당사 시절이라는 어두운 시절을 보냈다.

2004년 '탄핵 역풍' 총선으로 맞게 된 암울한 시기를 2년만에 극복하고 2006년에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두게 된 것, 그리고 이듬해 여의도로 금의환향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서울시장을 지내며 청계천 복원과 대중교통 환승체계 개편이라는 업적을 세운 이명박 전 대통령, 어렵던 시절 당을 지키며 선거를 승리로 이끈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대통령, 그리고 손학규 전 대표 등 국민이 바라볼 수 있는 대권 주자가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당에서는 '국민이 바라볼 수 있는 대권주자'라 할만한 인물을 딱히 거명하기 어렵다. 인걸이 없으면 아무리 풍수설에 따라 당사를 옮기더라도 헛일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이날 신(新) 당사 현판 제막식을 진행한 안상수 한국당 혁신비대위 준비위원장은 통화에서 "새로운 당사에서 당원 교육도 열심히 하고, 각계 각층의 훌륭한 분들을 많이 모셔서 인재가 들어오고 자라나는 정당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국민이 기대할 수 있는 인물이 당에 많아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데일리안 = 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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