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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비대위원장, 막대기 꽂아둬도 믿고 따를 수 있어야

이진곤 언론인 | 2018-07-09 07:25
<칼럼> 최종 선정까지 '난항'…소속 의원들 신뢰‧협조가 필수적
정체성 분명히 해야 재기 가능·천시 지리 없어도 인화면 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동양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동양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18 하반기 국회 대비 정책혁신 워크숍'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자유한국당이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이다.

당 비대위 준비위원회는 8일까지 공모를 마감하고 준비위가 별도로 골라둔 명단을 보태 이번 주 초 후보군을 5~6명으로 압축하겠다고 밝혔다. 그 다음엔 이들을 대상으로 최종 선정 작업을 벌인다는 것이겠는데, 전망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

의원들의 신뢰‧협조가 필수적

그 까닭이야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①우선 내세울만한 스타가 없다. 다른 말로 하면 어떤 인사이든 비대위원장을 맡게 되는 순간 빛을 잃고 만다. ②정치적 거물이라고 거명되는 사람들이 다투어 고사를 한다는 뉴스가 비대위를 구성도 하기 전에 분위기를 파장(罷場)으로 몰아간다. ③‘비상(非常)’이라고 하지만 한국당 소속 의원들에게서는 절박한 표정을 읽을 수 없다. ⑤대한민국의 운명, 국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투쟁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함께 떠내려가는 자들의 안일함 안도감을 즐기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줄 정도다. ④보수정치세력의 중심임을 자임하고 있기는 하나 사분오열된 보수의 전열 정비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국민의 기대도 없다.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든 국민의 관심 밖에 놓이면 빛을 잃게 마련이다.

비대위원장을 선정하기 전에 한국당이 꼭 해내야 할 일이 있다. 당 소속의원 전원이 한마음으로 재기의 의지를 다지는 일이다. “당 재건을 위해서는 개인적 호불호를 접어두겠다. 당의 단합을 위하는 일이라면 어떤 조건도 수용할 것이다. 그리고 험한 일에는 내가 먼저 나서겠다.” 소속 의원 각자가 이런 각오로 무장하는 것이 비대위 구성의 선결조건이다.

비대위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당의 주요 구성원들이 이 기구를 희화화 시켜서는 비상체제 전환의 의미도 희망도 없다. 비대위원장으로 추천되고 거명되는 인사들 개개인이야 따져볼 것도 없이 우리 사회의 명망가이고 능력자이다. 그러나 이런 인사들이 한꺼번에 언론에 오르내리면 국민들은 실소하고 만다. 진지함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념 지향, 정치 성향, 관심 분야가 전혀 다른 사람들을 한꺼번에 거명하는 것은 한국당이 무정견‧무소신‧무책임을 광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중에서 누가 대중의 지지를 더 많이 받는가를 지켜보고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을 선정하겠다는 것일까? 정당을 유랑극단으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이런 식의 여론 떠보기는 그만둬야 한다.

언론에 이미 이름이 나왔으니 여기에 옮긴다 해서 문제될 것은 없겠다. 김병준(국민대 명예교수), 김용옥(철학자), 김종인(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김황식·황교안(전 국무총리), 박관용·김형오·정의화(전 국회의장), 이국종(건국대 의대 교수), 이정미(전 헌재 소장 대행), 이회창(전 한나라당 총재), 전원책(변호사)…. 얼핏 눈에 들어오는 이름들이 이렇다. 한국당 쪽이 아니라 정치인들, 또는 기자들이 짐작해서 거명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만국인명박람회라도 열 기세다. 대부분 고사했다고 하는데 시쳇말로 ‘웃픈’ 코미디에 들러리 서지 않으려면 그럴 수밖에 더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체성 분명히 해야 재기 가능

보수정당이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념적 정치적 지향성을 포기해서 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당의 정체성과 가치를 명확히 하고 이를 앞세워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거나 설득해야 한다. 대중의 인기를 좇아 팔색조처럼 당의 색깔을 바꾸면 금방 대중으로부터 내쳐지고 만다. 국민은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과 정당을 원하고 있다. 확고한 신념을, 넘치는 자신감을 가지고 앞장설 때 국민은 안심하고 따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순서가 잘못됐다. 비대위 준비위를 구성하기 전에 이념‧가치‧정책 등 당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한 위원회부터 만들었어야 했다. 국민이 보수정당에 등을 돌렸다고 해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거부하게 됐다는 뜻은 아니다. 국민은 이 가치를 당당히 말하고 약속하는 정당이 없다는 것에 실망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그 국민이 상대적 소수일지라도 한국당은 그들 편에 서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인기가 부러울수록 보수 유권자들의 요청과 희망에 부응해 가야 옳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그만한 구심력을 스스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확실한 차기 대통령감’이라고 공인된 인사가 아니면 그런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정치인들이 누구인가. 저마다 잘난 사람들이 자신보다 별로 잘 나 보이지도 않는 사람에게 결정권을 넘기고 그 결과에 승복하려 할 리가 없잖은가. “그러니 한국당의 비대위는 실패하기로 예정된 기구”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과거 한나라당 때는 비대위원장의 위상과 역량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면 지금의 한국당 비대위는 소속 의원들의 절대적인 신뢰와 적극적인 협조로 성공시켜야 한다. 아닌 말로 막대기를 세워놓더라도 의원들이 전폭적으로 믿고 따르는 분위기가 될 때에만 비대위 체제는 성공을 기약할 수가 있다. 똑똑한 사람, 능력 있는 사람을 골라서 앉혔다는 것을 자랑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비대위는 실패를 예약하는 셈이 된다. “우리가 그 사람보다 못해서?”라는 소속의원들의 반발심을 자극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지도급 인사들과 소속 의원들은 당을 재기시키지 못할 때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지를 잊어선 안 된다. 21대 총선에서 보수정당이 개헌저지선을 확보하지 못하면 틀림없이 현 정부‧여당은 사회주의 쪽으로 경도된(그 이름을 민주사회주의, 사회민주주의, 촛불민주주의… 어떤 이름을 붙이든) 헌법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지난번의 ‘문재인 개헌안’이 그 일단을 이미 보여준 바 있다.

무엇보다 특히 노동 및 기업정책과 대북정책에서 ‘문재인 체제’의 특성이 강조될 것이다. 노조나 정부가 대기업의 경영에 깊숙이 개입하거나 아예 경영권을 장악하게 하는 제도적 틀이 갖춰질 수 있다. 이와 함께 경제제도 전반이 분배 위주로 재편될 개연성이 높다. 진보좌파 정치세력의 원칙과 방침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억압하는 기제도 마련될 소지가 적지 않다. ‘5‧18 비방 왜곡 방지법’이라는 것이 국회에서 발의된 바도 있지 않은가.

천시 지리 없어도 인화면 된다

대북 및 통일정책의 변화는 더 급격하고 파격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족공조’ ‘우리끼리’라는 의식이 전면적으로 헌법에 반영될 것이다. 제도적 접근이 시도되면서 모든 면의 인위적 평준화‧평등화가 제도에 의해 요구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털어낼 수가 없다.

현행 헌법 하에서도 정부는 대북‧대미 정책을 ‘대통령의 뜻에 따라’ 호기롭게 한 방향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에게 자세히 설명하는 법이 없고, 국민 대의기구인 국회의 논의를 거치지도 않는다. 대통령의 생각과 말이 곧 법이 된 것 같은 분위기다. 너무 갑자기 너무 크게 변해서 입을 다물 수 없을 지경이다.

국제적 대북제재가 여전한데도 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과의 친밀성을 과시하면서 교류‧협력 활성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미국과의 군사동맹체제를 이완시키는데도 열정적이라고 할 정도로 매달리는 모습이다. 이게 다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성공을 전제로 할 때만 가능한 일인데 우리정부의 시간표는 훨씬 앞질러간다는 느낌을 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처음으로 6, 7일 이틀간 북한을 방문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던 대신 불신은 더 키운 결과가 되었다는 언론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폼페이오가 떠난 후 북한 외무성이 담화를 통해 “미국은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비난한 모양이던데 이는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다는 말이다. 폼페이오가 이에 대해 “우리의 요구가 강도 같은 것이라면 전 세계가 강도”라고 반박했다는 것으로 미루어 아무 다짐도 받아내지 못한 채 돌아온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게 북한의 본얼굴이고 한반도의 안보현실이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오히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완화토록 조언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 핵포기 여부와는 상관없이 우리 정부가 일방적 무장해제를 서두른다는 비판이 이어지기도 한다. 만약 ‘문재인 헌법’이 제정되면 한반도의 안보지형이 어떻게 바뀔지 눈에 보이듯 하지 않은가.

한국당은 가장 큰 보수정치세력이다. 그렇다면 그 책임을 다해야 하고 그럴 수 있으려면 먼저 비대위가 성공해야 한다. 천시‧지리의 측면만을 보면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인화(人和)는 당 구성원들이 마음먹기에 따라 가능하다. 인화만 되면 비대위는 성공한다.

정치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여론의 지지율은 떨어지게 마련이고 한국당의 지지율이 반등하는 날도 반드시 온다. 다만 그게 너무 늦어지면 보수세력은 뿔뿔이 흩어지고 재기의 날은 기약할 수 없게 된다. 21대 총선에서 개헌선 아래로 추락하고 말면 더 이상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이 점을 한국당의 소속의원들과 주요당직자들은 뼈에 새겨야 한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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