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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된 남북통일농구, 승부보다 중요했던 형제애

평양공동취재단 = 김윤일 기자
입력 2018.07.04 21:27 수정 2018.07.04 21:28

2003년 이후 15년 만에 통일농구대회 개최

오는 8월 아시안게임에 남과 북 단일팀 참가

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남북통일농구경기에서 여자 '평화'팀과 '번영'팀이 혼합경기를 치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남북통일농구경기에서 여자 '평화'팀과 '번영'팀이 혼합경기를 치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코트 위에 하나가 된 남과 북 농구인들에게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남북 통일농구대회가 4일 오후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북한 관중의 열띤 응원 속에 막을 올렸다. 남과 북의 통일농구대회는 2003년 이후 15년 만이다.

선수들이 입장하자 장내를 가득 메운 평양 시민들은 큰 박수를 보냈고 남과 북 모두에 익숙한 '반갑습니다' 노래가 울려 퍼졌고 대형 전광판에는 '북남 통일농구경기 참가자들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선수들을 맞았다.

첫날 일정은 남과 북 남녀 선수들이 6명씩 한 팀을 이뤄 '평화팀'과 '번영팀' 맞대결을 펼쳤다. 평화팀은 흰색 유니폼, 번영팀은 초록색 유니폼이었다.

특히 관심을 모은 농구 규정은 국제농구연맹(FIBA)의 규칙에 맞게 진행됐으며 심판도 국제 룰에 따라 3심제였다. 북한은 종료 2초 전 성공한 슛에 대해서는 8점, 림에 맞지 않고 깨끗하게 들어간 3점슛은 4점을 부과하는 등 그들만의 규정을 갖고 있었다.

첫 경기인 여자부 혼합 경기에서는 지난 시즌 WKBL MVP인 박혜진을 비롯해 지난해 아시안컵 득점왕인 북한의 로숙영 등이 선발로 나서 올스타전을 방불케 했다. 골이 들어갈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고 선수들 역시 승부보다는 농구 자체를 즐기며 뜻 깊은 자리에 구슬땀을 쏟아냈다.

여자 혼합경기에 이어 열린 남자 혼합경기에서는 평화팀(허재 감독·안용빈 코치)과 번영팀(리덕철 감독·김상식 코치)이 102-10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번영팀은 3쿼터까지 80-74로 앞섰지만 평화팀이 4쿼터 들어 등에 라건아를 새긴 귀화선수인 라틀리프를 투입하며 반전을 꾀했다. 라틀리프는 덩크슛을 포함해 내리 6득점하며 분위기를 뒤집었고 종료 직전에는 3점슛을 하나씩 주고받는 치열한 승부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다.

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남북통일농구경기에서 여자 '평화'팀과 '번영'팀이 혼합경기를 치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남북통일농구경기에서 여자 '평화'팀과 '번영'팀이 혼합경기를 치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경기 후 남자 평화팀의 허재 감독은 “교류전이다보니 선수들이 좀 상대방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경기한 것 같은데 나중에 승부가 갈리는 시점에서 선수들이 재미있고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여자 북한팀의 장명진 감독은 “그동안 국제 경기에서는 승패가 많이 갈렸지만 북과 남이 한 자리에 모여 경기를 치러 감회가 새로웠다. 경기 전 호흡을 맞춰보지도 뛰어보지도 못했다”라며 “그럼에도 이렇게 잘 맞는 걸 보면 한 민족의 핏줄이 정말 대단하구나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오늘 경기를 통해 형제의 정도 느낄 수 있었다”고 경기를 총평했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에 대해서는 "모든 동작 하나하나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평화팀 11번(임영희)은 나이가 아주 많음에도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번영팀 2번(박지현)은 나이 어린 선수지만 팀 승리에 기여했다. 이렇게 서로 힘을 합해 달리고 또 달린다면 보다 큰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남북통일농구는 5일 남녀 팀이 남과 북으로 다시 팀을 구성해 진정한 승부를 가린다. 남과 북은 오는 8월 개막하는 아시안게임에 단일팀을 파견할 전망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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