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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안 꼼꼼히 뜯어보니...용두사미?

서정욱 변호사 | 2018-06-22 07:12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송치 전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이 부여되는 것을 골자로 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이 21일 발표되었다.

이에 따라 검찰과 경찰의 관계는 수직관계에서 상호협력관계로 바뀌며 검찰의 직접 수사는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제한되었다. 또한 수사에서 경찰 재량을 대폭 늘려 무소불위의 검찰권력도 일부 제한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합의로 검·경이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고 법치국가적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검·경이 분리와 견제를 통해 수사의 효율을 높이고,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검·경이 지는 권력에는 추상(秋霜)같이 엄하고, 뜨는 권력에는 춘풍(春風)같이 관대했던 '굽은 법치'를 청산하고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용두사미(龍頭蛇尾)'

이번 합의에 대한 필자의 결론적 평가다. 한마디로 '그 시작은 창대했지만 그 끝은 미약하다'는 뜻이다.

아무리 이번 합의가 수사권 조정 논의의 오랜 역사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그 내용이 너무 빈약하다. 아무리 추후 부족한 점은 국회와 국민의 지혜가 더해져 보완된다 하더라도 그 동안의 논의에 비해 이번 합의는 그 내용이 너무 부실하다.

첫째, 이번 합의에서 가장 중요한 '수사 종결권'의 문제다.

합의문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은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불송치하는 경우 불송치 결정문, 사건기록 등본과 함께 이를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아울러 '검사가 불송치 결정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한 경우, 경찰에 불송치 결정이 위법·부당한 이유를 명기한 의견서를 첨부하여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수사 실무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이의를 제기하는 사건만이 아니라 '모든 사건'에 대해 불송치 결정문, 사건기록 등본을 검찰에 보내 위법·부당 여부를 심사받는다면 현재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

검·경이 상명하복, 지휘·복종의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협력적인 수평적 관계로 거듭나려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재논의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둘째,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 사건의 범위가 너무 넖다.

뇌물 등 부패범죄나 신속한 처리가 필요한 선거범죄 등은 검찰의 직접 수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기, 횡령, 배임 등 경제범죄나 위증, 무고 등 사법 질서를 침해하는 모든 범죄까지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것은 이번 합의의 취지와 명백히 반한다.

이번 합의의 대원칙이 경찰은 1차 수사에서 보다 많은 자율권을 갖고, 검찰은 기소권이나 사법통제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모든 개혁은 근본이념과 원칙, 방향이 중요하며, 따라서 이 부분도 반드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셋째, 자치경찰, 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의 분리 문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철칙은 비대해진 경찰권력에도 당연히 적용된다. 먼저 이번 합의에 '자치경찰제 안을 2019년 안에 서울, 세종, 제주 등에서 시범실시하고, 현정부 임기 안에 전국에서 실시하도록 적극 협력할 것'을 규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다만 '무늬만 자치경찰'이 아니라 인사, 예산 등 '명실상부한 자치경찰'이 되도록 법제를 전면 개정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합의에 ''비(非)수사 직무에 종사하는 경찰이 수사의 과정과 결과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절차와 인사 제도를 강구할 것''을 규정한 것은 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의 분리라는 점에서 크게 미흡하다.

수사의 주체인 사법경찰과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행정경찰은 그 역사적 연원부터 존재의 이유까지 완전히 상이하다. 비대해진 경찰권력의 견제와 권한남용의 제어장치를 위해 이 부분도 반드시 근본 개편이 필요할 것이다.

이상에서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의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수사권 조정의 근본 방향은 첫째는 '국민의 안전과 인권 보호'이고, 둘째는 '수사기관의 독립성'이며, 마지막이 '수사의 효율'이다.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지 않는 수사기관은 '폭력기관'일 뿐이다. 어떠한 정치적 권력이나 외압에도 우뚝 바르게 서지 않고 오로지 권력바라기만 하며 권력쪽으로 굽은 수사기관은 '정권의 하수인'일 뿐이다.

단순하고, 경미하며, 모든 이해관계인이 이의가 없음에도 단지 규정상 불필요한 중복수사를 하는 것은 국민에게 부담만 주는 '민폐기관'일 뿐이다.

이제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정부의 시간'은 가고, '국회의 시간'이 다가왔다. 위에서 지적한 부족한 점은 반드시 보완되고, 개선되어야 한다. 다만 합의안의 근본취지만은 훼손되지 않고 입법을 통해 제도화되어야 한다.

다양한 의견 수렴이 자칫 '조직 이기주의'로 변질돼 모처럼 이루어진 이번 합의의 취지가 훼손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이번 합의가 제도화돼 검·경의 오랜 갈등을 끝내고 형사사법제도가 혁신될 수 있도록, 검·경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합심하여 대승적으로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글/서정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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