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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길을 묻다] 보수의 자기반성,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조현의 기자
입력 2018.06.22 04:20 수정 2018.06.22 06:07

6·13 지방선거 역대급 참패 자유한국당

친박 청산 추진에도 변화없는 모습에 실망

한반도 평화 역주행·올드보이 공천도 영향

6·13 지방선거 역대급 참패 자유한국당
친박 청산 추진에도 변화없는 모습에 실망
한반도 평화 역주행·올드보이 공천도 영향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홍준표(오른쪽)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침통한 표정으로 지방선거 출구조사를 시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홍준표(오른쪽)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침통한 표정으로 지방선거 출구조사를 시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샤이 보수’는 없었다.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을 휩쓸면서 보수정당은 역대급 참패를 당했다. 숨은 보수층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그저 기대였다. 경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1·2위 득표율 차이가 배에 달할 정도였다. 국회의원 재보선 12곳 중 1곳에서 승리하는데 그쳤다. 뿐만 아니다. 기초단체장은 파란색 물결이 넘쳐났다.

이에 데일리안은 ‘보수의 길을 묻다’ 시리즈를 통해 보수당의 참패 원인과 나아갈 길 등을 짚어본다. 첫번째 순서로 ‘보수의 자기반성, 어디서부터 잘못됐나’를 싣는다.


정부·여당에 쏠린 민심을 들여다보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높은 지지 못지않게 보수 야당에 대한 심판 정서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수가 보수를 탄핵한 것이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31.8%는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배경으로 ‘자유한국당에 대한 실망감’을 꼽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덕분’(38.6%)이란 응답에 이어 2번째로 많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민심은 왜 보수 정당을 외면했을까.

정주택 자유한국당 윤리위원장이 지난해 10월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과 친박계 서청원, 최경환 의원의 징계를 논의하기 위한 윤리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주택 자유한국당 윤리위원장이 지난해 10월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과 친박계 서청원, 최경환 의원의 징계를 논의하기 위한 윤리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적폐청산의 연장선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가 지난해 7월 당 대표로 취임한 후 친박(친박근혜)계 청산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국민은 보수 진영에 여전히 등을 돌렸다. 보수 정당은 전 정권의 탄핵에 대해 반성하지 않았고 특히 친박 진영은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적폐청산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보수 정권의 비리가 드러난 점도 국민적 분노가 이어지게 했다. 보수 정당은 친박 청산을 시작으로 ‘새로운 보수’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들의 반성없는 모습을 본 국민은 보수 정당을 대안 정당으로 보기 어렵다고 느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5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지난 26일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5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지난 26일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찬물 끼얹기

한반도 평화를 열망하는 국민적 정서와 동떨어진 반응을 보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국민 다수가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상황에서 보수 정당은 남북·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평화 행보에 대해 ‘위장 평화쇼’라고 비판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하겠다고 했을 때도 이들은 “그걸 믿으면 바보”라고 했다. 보수 정당의 반대로 국회는 판문점 선언의 비준은커녕 선언적 수준의 지지 결의안 채택조차 실패한 점도 표심에 영향을 줬다. 국민 다수가 한반도 해빙 분위기를 원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발언이 이어지자 한국당 지방선거 후보자들 사이에선 ‘홍준표 패싱(지원유세 기피)’ 현상이 나타났다.

6·13 지방선거 자유한국당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와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 (자료사진) ⓒ데일리안 6·13 지방선거 자유한국당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와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 (자료사진) ⓒ데일리안

올드보이들만, 새로운 인물 부재

인물 경쟁력이 부족했던 점도 참패의 주요 원인이다. 보수 정당은 지방선거의 꽃인 서울과 보수 강세 지역인 경남, 충남의 후보로 ‘올드보이’를 선택했다. 한국당은 김문수·이인제·김태호 등 올드보이들을 후보로 선택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지난해 대선 후보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공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이후 ‘촛불민심’은 새로운 인물을 원했다. 보수 정당은 결국 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지방선거에 아무도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참신한 인물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항변한다. 인재들의 여권 쏠림 현상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특히 민주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 야권은 인물난에 허덕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재영입에 소홀했던 건 사실이다.

민심이 외면한 것은 보수 가치가 아닌 보수 정치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 주최로 토론회에서 “수술대에 오를 환자는 보수 가치가 아니라 보수 정치인이다. 보수 가치가 유권자로부터 외면당한 게 아니라 한국당 사람들이 인간적으로 싫다는 것”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그러면서 “당 체질 개선을 위해선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인적 청산이 당 해산보다 합리적이고 유권자에게 감동적”이라고 했다.

조현의 기자 (honeyc@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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