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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alk] 서울 홍일점 구청장 조은희의 100년 서초 밑그림

황정민 기자
입력 2018.06.24 04:20 수정 2018.06.24 08:08

지방선거 서울 25개 중 유일 한국당 소속 구청장

“빨간점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줄터” 포부

재선 기쁨도 잠시, 정치 뒤로하고 주민생활 속으로

지방선거 서울 25개 중 유일 한국당 소속 구청장
“빨간점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줄터” 포부
재선 기쁨도 잠시, 정치 뒤로하고 주민생활 속으로


조은희 서초구청장 조은희 서초구청장

6.13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참패했다. 특히 서울시 25개 구청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24석을 가져갔다. 이런 가운데 유일하게 ‘빨간 점’을 찍은 당선인이 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다. 한국당 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조 구청장은 이번 서초구청장 선거에서 52.3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당 이정근 후보와 10%P 이상 격차를 벌렸다. 그가 6.13지방선거에서 화제의 인물이 된 이유다. 데일리안은 조 구청장을 만나기 위해 서초구청 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서울시의 유일한 점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드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3무(無) 선거운동을 했다던데

개소식, 선거대책위원회, 후원회 없는 선거운동을 했다. 야당이어서 그랬다. 난 내가 이긴다고 생각했지만, 지지자들은 불안해했다. 상대 쪽에서 현수막도 일찍 걸었다. ‘네, 자신 있습니다. 문재인의 오랜 벗’ 이렇게.

우리 캠프에 들어왔던 사람이 우왕좌왕했다. 심적으로 불안해 하시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조용히 선거를 치렀다.

승리 자신했나

한 번도 내가 떨어진다는 생각은 안해봤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이정근 후보와 박빙이라고 하니 긴장되더라. 더군다나 남북, 북미 정상회담 바람으로 인물대결이나 정책대결이 사라졌다. 정부의 평화바람을 밀어주자는 분위기가 전국을 강타하니까 서초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다.

재선 비결이 뭔가

진정성인 것 같다. 구청장은 주민과 가까이 있어야 하고 주민이 서슴없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구청장 생각을 톱다운(top down·위에서 밑으로 하달)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 중심으로 가야 한다. 또 여야 구분 없이 ‘서초당’이 돼서 일하겠다고 한 게 감동을 준 것 같다.

서초에 산다는 것이 자부심이 되도록, 서초답다는 게 긍지가 되도록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그 의미가 곧 ‘품격 서초’다. 품격의 어원이 인간다움이고, 인간다움의 기본은 자부심이다. 그래서 현수막에 “자부심을 느끼게 해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데일리안과 인터뷰하면서, ”앞으론 정치와 행정 모두 서초구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많은 성찰을 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서초구청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데일리안과 인터뷰하면서, ”앞으론 정치와 행정 모두 서초구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많은 성찰을 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서초구청
지난 4년을 회고해본다면

지난 4년 동안 참 많은 사람을 만났다. 현장에 많이 나갔다. 민방위 대장으로 민방위 훈련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간 적이 있다. 가서 인사말을 하는 대신 ‘민방위는 서초구민 안전을 위하는 것이니 서초구 안전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말해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집 앞에 잘못된 신호등 체계부터 너무 높은 과속방지턱, 주차시설 문제 등 생활 속 이야기가 나오더라.

그래서 내 개인 핸드폰 번호를 공개했다. 주변에 위험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연락하라고. 전화는 바로 못 받으니 문자를 남기면 답변하겠다고 했다. 퇴근길이나 휴일에 확인해서 전부 피드백했다.

그러다보니 민방위에 오는 젊은 사람들은 민방위가 구청장과 소통의 장이라고 생각하고, 행정에 신뢰성을 느끼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이외에도 학부모에겐 학교 이야기를 듣고, 아파트 주민들과는 아파트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구청에서 바로 할 수 없는 건 관계기관이랑 같이 해결해주고 그랬던 것들이 쌓인 거다. 한국당 지지율보다 내가 더 많이 득표할 수 있었던 이유가 다 이런 분들 덕분이다.

올해 중점 사업은.

작게는 ‘느티나무 쉼터’가 있다. 경로당의 개념을 바꾼 거다. 어르신들이 경로당이라고 하면 잘 안 간다. 어르신들이 앉아서 밥해먹고 고스톱 치던 오래된 경로당을 다 부쉈다. 대신 영어회화도 배우고, 댄스도 하고, 건강검진도 하고, 친구랑 소셜 라이프도 즐기면서 건강까지 챙길 수 있게 했다.

엄청 많이들 오신다. 시범사업에 성공해서 양재와 서초에 하나씩 더 만들었다. 방배에 또 만들 거다. 어르신들이 다들 좋아하시고 왜 우리 동네에는 안 만들어 주냐고 하신다.

크게는 서초 100년 밑그림을 그려놔야 한다. 이미 강남에 집중된 도심 생활권을 서초로 늘려놨다. 도심권 동그라미 속에 들어가지 못하면 종 상향이 안 된다. 강남권에 그려져 있던 이 동그라미를 서초까지 가져온 거다. 이에 대한 후속작업이 많다. 일반 주민은 잘 모르기 때문에 표만 얻으려는 정치인은 이런 사업을 잘 안한다. 하지만 난 했다. 서초 100년 밑그림 사업을 통해 주민들께 ‘조은희가 했을 때 꽤 괜찮았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주민들 기억에 남고 싶다.

서초구청에 특이한 부서가 있던데.

밝은미래국이다. 어디에도 없는 부서를 새로 만들었다. 올해 중앙부처가 허가했다. 부서 주 업무는 사회적 약자와 빈곤층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집행하는 곳이다. 아이들이 능력이 다른 부모 밑에서 태어나지만 될 수 있으면 출발점을 맞춰주고, 어르신들의 행복한 노년을 담당한다.

한국당이 위기다.

그렇다. 이번에 선거운동하면서 정말 많이 느꼈다. 내 공천이 강남, 송파보다 한 달 가까이 늦었다. 그래서 이번엔 조은희가 공천 안 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결국 어렵게 공천이 되고 유세하러 다니니 주민들이 저더러 왜 무소속으로 안 나오고 한국당 공천을 받았냐고 했다.

그때 정치인이 생각하는 현실과 유권자가 사는 현장의 흐름은 이렇게나 다르다는 걸 느꼈다. 그 시각 차이와 거리를 얼마나 좁히느냐가 한국당이 안고 있는 숙제 같다.

제가 한국당 공천을 받았다는 점은 정치의 영역이고, 당선되고 난 뒤 행정을 잘해야 하니 행정의 영역이다. 주민들은 구청장이 정치하길 바라지 않는다. 행정을 잘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그동안 내가 의식적으로 천착한 건 생활행정이다.

‘사람이 먼저‘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구청장으로서 ‘생활이 먼저’라고 말한다. 보수, 진보 이런 것보다 실천적인 해결책을 중요시하다보니 주민들이 믿고 ‘한번 더 해봐’ 맡겨준 거다.

앞으론 정치와 행정 모두 서초구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많은 성찰을 하고 노력하겠다.

황정민 기자 (jungmi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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