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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 청산? 문 대통령의 잘못된 지방선거 평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8.06.20 12:43 수정 2018.06.20 13:31

<칼럼>국민통합 우측 깜박이 켜고 적폐청산 좌회전

"식은 땀이 날 정도의 두려움" 말만 아닌 행동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수보회의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을 편 가르는 분열의 정치가 이제 끝나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자료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수보회의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을 편 가르는 분열의 정치가 이제 끝나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자료사진)ⓒ청와대

"이번 선거를 통해 지역으로 국민을 나누는 지역주의 정치나 색깔론으로 국민을 편 가르는 분열의 정치가 이제 끝나게 됐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한 평가다. '아전인수(我田引水)', '내로남불'식 평가로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진정한 지도자는 '보고 싶지 않은 현실'까지 직시하여야 함에도 일반 범인(凡人)들처럼 '보고 싶은 현실'밖에 보지 못하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첫째, 민주당이 '영남'에서 약진을 하면 지역주의 정치가 끝난 것인가? '호남'을 여당이 싹쓸이한 것은 지역주의 정치가 아니라 여당이 잘해서인가? 만약 다음 선거에서 '현정권의 실정(失政)'으로 다시 야당이 영남을 석권하면 '지역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인가?

필자가 보기에 진정한 지역주의 타파란 진보는 '보수의 심장'인 영남에, 보수는 '진보의 심장'인 호남에 깃발을 꽂는 것이다. 결국 민주당의 'PK 승리'만을 근거로 지역주의가 타파되었다는 주장은 아전인수식 평가로 현정권의 트레이드 마크인 '내로남불'의 전형이라 할 것이다.

둘째, 북핵 폐기 협상에 대한 비판과 쓴 소리가 단순히 수구 보수, 냉전 논리에 근거한 색깔론인가? 북핵 협상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낙관주의와 기대의 쓰나미가 휩쓸고 있지만 수많은 세계의 지성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은가?

심지어 미국 의회까지 졸속 합의에 대한 사전 경고와 동시에 만약 ‘나쁜 합의’가 도출되면 실행을 저지하기 위해 초당적으로 북한 비핵화 법안들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지 않은가?

필자가 보기에 북핵 협상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상황을 20여년 동안 결정해 온 논리, 관계 국가들의 현실주의적인 국가 이익은 근본적으로 아무런 변화가 없다.

또한 핵개발은 북한의 전략적인 상황 및 엘리트 계층의 사활적 집단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북한이 쉽게 ‘핵포기’를 하지 않을 것이란 점도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좀 더 차분하고 냉정해져야 하며 두 눈 부릅뜨고 속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이것이 과연 수구 보수, 냉전 논리의 색깔론인가?

결국 필자는 문 대통령이 최근 북핵 협상에 비판적인 보수층을 색깔론으로 매도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전형적인 색깔론'으로 평가한다.

셋째, 이번 여당의 압승으로 모든 민심이 여당 지지로 모여져 과연 분열의 정치가 끝났는가? 문 대통령의 눈과 귀에는 기존의 계층, 세대, 지역 갈등 외에 최근 탄핵 과정에서 ‘촛불’과 ‘태극기’로 첨예하게 분열되어 그야말로 폭발 일보 직전인 '이념 갈등'이 보이고 들리지 않는가? 진보와 보수 공히 이념에 빠져 양측이 공유하는 상식의 영역이 파괴되고, 이 때문에 제대로 된 토론과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이 보이지 않는가?

문 대통령은 더 이상 왼쪽 눈과 왼쪽 귀로 '촛불 민심'의 소리만 보고 들어서는 안 된다. '국민대통합'이라는 우측 깜빡이를 넣고 '적폐청산'이라는 좌회전으로 가속페달을 밟아서도 안 된다.

진정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오른쪽 눈과 오른쪽 귀로 '태극기 민심'의 소리도 보고 들어야 한다. 도덕적 오만, 배타적 정의, 다른 의견에 대한 불관용, 전투적인 공격성 등 소위 '친문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까지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결국 필자는 문 대통령과 달리 이번 선거도 '국민을 계층과 지역, 이념과 세대로 분열시키고 대립시켜온 우리 정치의 부끄러운 모습을 그대로 노정했다'고 평가한다. 지역주의 정치나 색깔론으로 국민을 편 가르는 분열의 정치가 끝난 것이 아니라 더욱 심화되었다고 평가한다.

"우리가 받은 높은 지지는 한편으로 굉장히 두려운 것이다. 어깨가 무거워진 정도가 아니라 정말 등골이 서늘해지는, 등에서 식은 땀이 날 정도의 두려움이다. 부족한 점이 더 많지만 잘하라는 주마가편(走馬加鞭)과 같은 채찍질이다."

문 대통령의 평가에 '유일하게', '전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의 말처럼 "정치사를 보더라도 앞의 선거에서 승리한 다음 선거에서 냉엄한 심판이 돌아왔던 경험이 많다"는 점을 직시하고 더 겸손해야 한다.

또한 "지지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기대가 높다는 뜻이고, 그 지지에 답하지 못하면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뀌고 마음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고 점을 명심하고 더 낮아져야 한다.

'대여대취(大予大取)'

야당의 합리적 비판과 건설적 대안에 먼저 귀를 기울여 '크게 주고 크게 받아야' 한다.

'구동존이(求同存異)'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이견은 두더라도 최대한 협치를 통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여야 한다.

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의 대국민 사과를 ‘위장 반성쇼’ ‘할리우드 액션’ 등으로 혹평하는 것은 북핵 협상을 '위장 평화쇼'라고 평가한 발언 못지 않은 '자해행위(自害行爲)'임을 명심해야 한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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