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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16강?” 언제부터 참가에 의의만 뒀나

김평호 기자
입력 2018.06.20 16:01 수정 2018.06.20 16:02

스웨덴전 무기력한 패배에 팬들 비난 잇따라

필요한 것은 승리보다 투지, 경기력 개선 시급

스웨덴을 상대로 무기력한 패배를 당한 대표팀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 게티이미지 스웨덴을 상대로 무기력한 패배를 당한 대표팀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 게티이미지

이근호가 일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축구가 언제부터 16강을 당연하게 바라봤는가”라고 언급해 논란이다.

물론 그의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래서 냉정하게 따져봤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 멕시코, 스웨덴 등 세계의 강호들과 함께 한 조에 편성됐다.

FIFA 랭킹만 따져 봐도 57위인 한국이 1위, 15위, 24위의 팀들과의 경쟁에서 2등 안에 드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다. 어쩌면 이들과의 경쟁에서 2등 안에 들어달라는 염원조차도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6강 진출 목표를 포기할 순 없다. 사실 월드컵은 조별리그 2위 안에 들지 못하면, 참가국 입장에서 실패로 기억될 수밖에 없는 대회다. 물론 축구 강호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16강 진출을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비록 한국이 F조에서 최약체로 평가받지만 역대 월드컵에서 조 편성이 좋았던 적 역시 단 한 차례도 없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때는 스페인, 독일과 한 조에 묶였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는 네덜란드, 멕시코, 벨기에와 격돌했다. 심지어 4강 신화를 달성했던 2002년 월드컵조차도 우승후보 포르투갈과 한 조에 묶이는 등 매 대회 가시밭길이었다.

이 같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역대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목표로 하지 않은 적은 거의 없었다. 2002년 월드컵 이전까지는 1승이 목표였을지 몰라도, 이는 16강 진출을 위한 필수조건일 뿐이었다.

일각에서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로 인해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아졌다고 한다. 여기에 해외 축구리그를 접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늘어나 축구팬들의 눈높이 또한 상승했다.

주목할 점은 2002년 세대는 당시 이룩한 4강 신화에 도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이후 월드컵에서도 한국 축구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대회에 나섰다.

이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의 사상 첫 원정 첫 승,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쾌거로 이어졌다.

2010년 우루과이와의 16강 패전 직후 흘렸던 이영표의 눈물은 탈락 때문만은 아니었다. 2002년 세대가 마지막으로 한국 축구에 위대한 유산을 남긴 것, 이제는 후배들에게 사상 첫 원정 16강에 대한 짐을 지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의 눈물이기도 했다. 이영표처럼 과거 선배들에게 월드컵은 절실함과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나서는 대회이기도 했다. 성적이 좋았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팬들이 대표팀을 통해 보고자 하는 것은 승리가 아닌 투지있게 싸우는 모습이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팬들이 대표팀을 통해 보고자 하는 것은 승리가 아닌 투지있게 싸우는 모습이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한국은 더 이상 월드컵 참가에 의의를 두는 팀이 아니다. 예전보다 의미가 퇴색되긴 했지만 한 때 ‘아시아의 자존심(Pride of Asia)’이었고, 월드컵에 나가면 누구보다 물러서지 않고 투지 있게 싸우는 팀이 한국이었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지더라도 투지 있고 패기 넘치게 싸우는 대표팀의 모습이 보고 싶을 뿐이다.

냉정하게 스웨덴전에서 유효슈팅을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패한 대표팀에 ‘졌잘싸’라는 말을 붙여주기 쉽지가 않다.

‘한국 축구가 언제부터 16강에 나가는 나라였냐’라는 이근호의 말은 맥을 잘못 짚었다. 국민들이 4년 만에 보고 싶은 것은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의 투혼이다. 여기에 승리가 가미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만약 선수 스스로 ‘우리가 언제부터 16강에 나가는 나라였냐’라고 반문한다면 그 팀에 미래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모든 월드컵에 나서는 한국 대표팀의 목표는 당연히 16강이 돼야만 한다. 한국은 이제 더 이상 월드컵 참가에만 의의를 두는 팀이 아니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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