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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지리산 산책 ⑩] 화개계곡 쌍계사 가는 길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8.06.21 09:19 수정 2018.06.21 09:27

집 근처 절집에 가는 것은 꼭 신앙심때문에만 가는 것은 아닙니다. 교회 가는 것과 성당 가는 것도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어디를 가든 그곳에 가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두루 다 평안한 곳임에는 틀림없습니다. 1주일마다 몇몇이 모여서 어디를 걸을까 고민하다가 이견없이 편안하게 선택하는 곳은 절집입니다. 절집에 가면 ‘무언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무언가’는 꽤 중요합니다. 여러 명이 다 같이 절집에 가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각기 다르다는 것이 ‘무언가’입니다.


어느 것을 보고 이야기하더라도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야’라고 말할 수는 있으나 남에게 내 생각을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은 분명 또 다른 생각으로 ‘무언가’를 느끼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의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 본인의 삶도 편안할 수 있습니다.


각자가 다 다른 ‘무언가’를 존중받을 수 있다면 어울려 사는 세상이 보다 밝아질 수 있을 겁니다. ‘분노조절장애’ 라는 말이 돌아다니는 사회에서 꼭 필요한 지혜라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내 생각으로 단정지을 수 없는게 세상의 모든 것들입니다.


말이 길었습니다.


절집은 주로 산중에 있으니 숲길을 걸어야 합니다. 숲길을 걷는 것은 스스로 마음을 치유하는 행위입니다. 걷는 동안 자신의 몸을 관찰하면 눈이 살짝 풀리고 어깨의 힘이 슬쩍 빠진 것을 알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귓가엔 어김없이 새소리가 들리고, 숲의 향기를 가득 품은 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것을 느끼면 세상만사를 내려 놓기 마련입니다. ‘출세간’이 바로 이와 같음이지요.


눈 풀리고, 어깨 힘 빼고 걸을 때의 느낌으로 이것 저것 바라보았습니다. 보는 사람들 마다 각기 다른 ‘무언가’를 느끼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절집은 화개 계곡에 있는 쌍계사입니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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