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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이쿼녹스, 경량화의 마법…"1.6ℓ지만 괜찮아"

박영국 기자
입력 2018.06.19 18:07 수정 2018.06.19 18:34

저배기량 엔진 불구 양호한 주행성능…고속 주행시 가속성능은 다소 부족

넉넉한 레그룸, 다양한 편의·안전사양…좌우 폭은 준중형급

쉐보레 이쿼녹스 주행 장면.ⓒ한국지엠 쉐보레 이쿼녹스 주행 장면.ⓒ한국지엠

저배기량 엔진 불구 양호한 주행성능…고속 주행시 가속성능은 다소 부족
넉넉한 레그룸, 다양한 편의·안전사양…좌우 폭은 준중형급


쉐보레 이쿼녹스는 공식적으로 중형 SUV다. 하지만 차급과 관련해 논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현대·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이 워낙 높아 싼타페나 투싼 같은 차들이 ‘차급의 기준점’이 된 탓이다.

한국지엠이 밝힌 대로 이쿼녹스를 중형 SUV로 취급한다면 차체 크기와 엔진 배기량이 논란이 되고 차급을 낮춰 준중형 SUV로 본다면 가격이 논란이 된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한국지엠이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제품을 구성해 놓았음을 알 수 있다. ‘깡통차’를 기본트림으로 깔아놓아 착시효과를 유도하는 스킬의 부재가 안타까울 뿐이다.

19일 한국지엠이 마련한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이쿼녹스을 직접 타봤다. 시승 코스는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경기도 파주를 왕복하는 약 100km 구간이었다.

이미 부산모터쇼를 통해 공개됐고, 그 이전에도 미국 등 해외에서 팔리던 모델이었던 만큼 익숙한 모습이지만 이쿼녹스는 디자인 측면에서 확실한 강점을 갖고 있다.

말리부·크루즈 형제들과 같은 ‘듀얼 포트 라디에이터 그릴’을 기반으로 한, 영화 트랜스포머에서처럼 갑자기 로봇으로 변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에지 있는 디자인은 거리의 다른 차들과 확실히 차별화된다.

이쿼녹스 실내 모습.ⓒ데일리안 이쿼녹스 실내 모습.ⓒ데일리안

내장 디자인은 균형 잡힌 좌우대칭형이다. 대시보드를 운전자에게 집중된 수평형 레이아웃으로 구성하는 게 요즘 트렌드라지만 쉐보레 차량에는 좌우대칭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어쩌면 로봇으로 변신하려면 좌우가 같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딱딱한 플라스틱 소재를 내장재로 많이 사용했지만 탑승자의 손이 닿는 곳은 인조가죽으로 꼼꼼히 마감했다.

실내공간은 경쟁사의 중형 SUV에 비해 내세울 게 많지는 않다. 뒷좌석 레그룸은 충분히 중형 SUV답지만 폭은 다소 좁게 느껴진다. 4인이 탑승하기엔 충분한 공간이지만 뒷좌석에 성인 3명이 앉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폭이 좁을 뿐 아니라 센터콘솔과 연결된 뒷좌석 에어벤트가 많이 돌출돼 있어 가운데 자리는 다리를 뻗기조차 힘들다.

이쿼녹스의 전장은 4650mm로 싼타페(4770mm)보다 120mm나 짧지만 휠베이스는 2725mm로 싼타페(2765mm)와의 차이가 40mm에 불과하다. 전체 길이에서 탑승공간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여 충분한 뒷좌석 레그룸을 확보한 셈이다.

반면 이쿼녹스의 전폭은 1845mm로 싼타페(1890mm)는 물론 준중형 SUV인 투싼(1850mm)보다도 좁다. 뒷좌석의 좌우 폭이 좁게 느껴지는 게 불가피하다.

쉐보레 이쿼녹스 뒷좌석.ⓒ데일리안 쉐보레 이쿼녹스 뒷좌석.ⓒ데일리안

시동을 켜니 디젤엔진 치고는 엔진음이나 진동이 심하지 않은 편이다. 방음 처리도 잘된 듯 하고 엔진 자체도 조용하다.

엔진 반응은 구간별로 호불호가 갈린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다소 시차를 두고 움직인다. 하지만 일단 움직임이 가해진 상태에서 속도를 높이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 시속 90~100km까지는 경쾌하게 속도가 올라간다. 규정속도 이상으로 속도를 높이려면 다시 엔진이 힘겨워한다. 풀악셀을 밟고 엔진 회전수가 4000rpm을 넘나들어도 속도는 쉽게 오르지 않는다.

대체적으로 저배기량 엔진임을 감안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특히 실용 구간에서는 불편함이 없다. 이쿼녹스에는 1.6ℓ 디젤엔진이 달렸다. 소형 SUV인 트랙스와 같은 엔진이다. 다만 세팅을 다르게 했다. 이쿼녹스의 엔진은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32.6kg·m로 트랙스(135마력, 32.8kg·m) 대비 마력은 조금 높이고 토크는 조금 낮췄다.

저배기량 엔진으로도 양호한 주행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경량화’다. 이쿼녹스의 공차중량은 1645kg으로 중형 SUV 치고는 가벼운 편이다. 싼타페 2.0 디젤은 1795kg이나 나간다.

회사측은 ‘스마트 엔지니어링’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차체 하중을 줄이면서 차체 강성은 높였다고 설명했다. 인장강도 1000Mpa 이상의 기가스틸 20%를 포함, 차체의 82% 이상에 고장력 및 초고장력 강판을 채택해 이전 세대 대비 무게를 180kg 줄이면서 강성은 22% 이상 높였다고 한다.

안상준 한국지엠 제품홍보팀 차장이 19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이쿼녹스 시승행사에서 이쿼녹스에 장착된 1.6ℓ 에코텍 엔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데일리안 안상준 한국지엠 제품홍보팀 차장이 19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이쿼녹스 시승행사에서 이쿼녹스에 장착된 1.6ℓ 에코텍 엔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데일리안

차체 무게를 줄이고 엔진 배기량도 낮추면서 연비 측면의 이점도 확보했다. 이쿼녹스의 인증 복합연비는 2륜구동(2WD) 모델이 13.3km/ℓ 상시4륜구동(AWD) 모델이 12.9km/ℓ다. 경쟁사들의 중형 SUV 디젤 4륜구동 모델 연비가 12.0km/ℓ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이날 시승에서는 12.4km/ℓ가 측정됐다. 시내 정체구간이 일부 포함됐고, 급가속이 여러 차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인증연비 이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이쿼녹스와 관련해 가장 뜨거운 이슈인 가격을 거론할 차례다. 이쿼녹스는 2987만원짜리 기본트림인 LS, 3451만원짜리 LT, 3892만원짜리 프리미어 등 3개 트림에 전자식 AWD 시스템을 장착할 경우 200만원이 추가되는 식으로 단순하게 간결하게 운영된다.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을 수입해 판매하는 특성상 다양한 옵션을 추가로 주문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트림별로 선호도가 높은 옵션들을 기본 장착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시작 가격이 경쟁사 중형 SUV 디젤 모델 기본트림을 소폭 상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가격 논란이 불거진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떤 차종이건 가장 많이 팔리는 건 중상위 트림에 옵션 몇 개는 추가한 모델이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은 편의사양이 별로 없는 기본트림, 이른바 ‘깡통차’ 가격이다. 일종의 착시효과인 셈인데, 이쿼녹스는 트림 구성을 단순화하느라 깡통차를 밑바닥에 깔지 못하면서 이 착시효과를 누리지 못하게 됐다.

정우규 한국지엠 프로덕트 마케팅팀 차장이 19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이쿼녹스 시승행사에서 이쿼녹스 기본트림에 장착된 주요 편의사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데일리안 정우규 한국지엠 프로덕트 마케팅팀 차장이 19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이쿼녹스 시승행사에서 이쿼녹스 기본트림에 장착된 주요 편의사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데일리안

역으로 생각하면, 깡통차 가격을 보고 매장에 갔다가 이것저것 옵션을 추가해 몇백만원을 더 들여 사는 셈 친다면 웬만한 편의사양이 기본으로 달린 이쿼녹스 기본트림이 더 저렴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쿼녹스 LS트림에는 하이패스 시스템, 전동식 사이드미러, 터널 디텍션 시스템, 헤드램프 레벨링 시스템, 하이빔 어시스트, 레인센싱 와이퍼, 전좌석 시트벨트 리마인더, 저속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전방 거리 감지 시스템,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러기지 스크린 햅틱시트 등 각종 편의·안전사양이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모두 미국에서 판매되는 깡통차 LT 트림에는 포함되지 않은 사양들이다.

정우규 한국지엠 프로덕트 마케팅팀 차장은 이날 시승행사에서 “이쿼녹스는 기본트림부터 고급 사양인 햅틱시트를 포함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사양들을 기본 장착하고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책정됐다”면서 “이는 한국지엠의 선전을 기원하는 미국 GM 본사의 배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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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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