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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이냐 부활이냐, 기로에 선 보수정당의 길

김창남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장 | 2018-06-22 00:00
[칼럼] “나라와 국민 위해 먼저 희생할 줄 알며
격려하면서 조바심 내지않고 국민과 보조 맞춰야
퇴조이유 냉철하게 분석하되 희망을 잃지 말기를”


6.13 지방선거 개표상황을 지켜보는 추미애(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데일리안6.13 지방선거 개표상황을 지켜보는 추미애(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데일리안

6.13지방선거에서 보수정당이 참패했다. 설마 이렇게까지 추락할까 반신반의하던 사람들은 엄연한 사실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보수정당이 망했다는 탄식과 함께 어떻게 활로를 열어갈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보수정당의 추락은 보수우파의 자존심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 보수우파는 과연 이번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성난 민심의 물결을 헤치며 다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회생의 불씨를 살려갈 수 있을까. 지금 보수우파는 영원히 이 땅에서 퇴출되느냐 아니면 부활의 불씨를 살려나갈 수 있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문재인정권의 출현 등 일련의 혁명적 격변의 과정을 거치면서 보수우파가 결정적인 전환의 기회를 마련하지 못하면 참담한 추락의 날을 맞게 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거대한 회오리가 닥쳐오는데도 감각기관이 마비된 보수정당들만이 그들의 성채에 갇혀 자위행위에 골몰했다. 좌파세력이 시시각각 명줄을 조여 오는데도 그 압박의 끝이 무엇일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상상력조차 결여되었었다. 그러므로 보수정당의 추락은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

인과응보, 사필귀정이다. 시대정신을 가볍게 여기며 경박한 기교로 넘기려 한 결과다. 거대한 민심의 변화를 자신들의 낡은 틀로 해석하려 한 결과다. 입으로 각성과 쇄신을 외치면서도 천박함이 극에 달했고, 피눈물 흘리는 각성과 절실함이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알량한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타성을 버리지 못했다. 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늘 그래왔듯이 어물어물 미적거리며 곤경을 모면하려 했다. 국민 대다수가 보수정당의 구태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했다.

많은 보수우파세력까지 보수정당으로부터 등을 돌린 것은 변화하지 않는 보수야당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거부감과 절망감의 표시였다. 이제 보수우파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행태로는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다는 것을 통절하게 인식해야 한다. 일시적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넘어가겠다는 정도의 안일한 생각으로는 영원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상황에 놓여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생각과 행태의 패러다임을 혁명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보수우파의 존립을 전망하기 어렵게 되었다.

김창남 경희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장김창남 경희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장

하지만, 그것이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도 희망마저 잃어서는 안 된다. 기죽지 말고 묵묵히 그 벽을 타고 올라야 한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도 숙명처럼 그 벽을 타고 오를 투지를 불태워야 한다.

국민이 채찍을 때려 피가 나고 살이 갈라져도 고통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대오각성, 절치부심, 와신상담의 결의로 나아가야 한다. 보수우파가 절망의 벽을 타고 오르기 위해서는 보수우파 정치세력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기존의 보수우파는 지난 세월 누려왔던 기득권에 길들여져 자기 혁신을 게을리 했다. 그리하여 수구·기득권 세력으로 지탄을 받게 되었다. 건강한 보수우파, 참된 보수우파로 거듭나서 다시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국민 앞에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천 마디 향기로운 말을 해도 몸으로 실천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국민이 공감할 수 없다. 국민을 감동시킬 수 없다. 국민에게 신뢰를 받을 수 없다.

보수우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먼저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 이 부분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보수우파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전쟁에서도 장수가 선봉을 서야 군사들이 목숨을 걸고 싸운다. 보수우파는 교육, 근로, 납세, 병역 의무를 먼저 지켜야 한다.

국민의 의무이행에 게으른 세력은 나라를 이끌 수 없다. 힘든 공적 헌신은 회피하면서 세속적 출세만을 추구하는 기회주의자들이라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된다. 보수우파는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확립해야 한다. 보수우파가 부정·부패에 물든 기득권자라는 말을 들어서는 국민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다.

보수우파는 국민들과 더 원활하게 소통하며, 여론에 귀 기울여야 한다. 여론은 섬김을 받아야 할 국민의 뜻이요, 시대정신이요, 공동체를 지도하는 최고 불변의 의사다. 여론을 무시하고, 회피하고, 거스르는 세력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역사가 증거하고 있다.

국민의 의사가 무엇인지 열심히 파악하여, 최선을 다해 부응해야 한다. 홀로 앞서 나아가 국민과 동떨어져 있다면 없는 거나 다름없는 존재다. 국민이 잘 따라오지 못할 때도 조바심을 내지 말고 힘을 내도록 격려하고 보조를 맞출 줄 알아야 한다. 국민이 힘들 때면 부축하면서 그 길을 함께 가야하고, 지향하는 바에 확신이 없으면 끊임없이 소통하며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

보수우파는 대체로 나눔과 공동체 정신에서 인색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러므로 보수우파는 나눔과 공동체 정신을 더 열심히 실천해야 한다. 나눔과 공동체 정신은 자본주의 경제체제 속에서 상처받고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배려하고 나누어 갖는 복지정신이다.

나눔과 공동체 정신의 실천은 보수우파진영 내부에서도 요구된다. 보수우파는 남을 이용하는데 능하지만 의리가 없다는 말을 들어서는 진영 내부의 힘마저 결집할 수 없다. 보수우파의 퇴조는 과거 보수우파정권이 보수우파 세력을 정권획득에 이용만 하고 건전한 성장을 외면한 것이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나눔과 공동체 정신은 열린 민족주의로서의 겨레 살리기 운동의 높은 차원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더 끈끈하게 손잡고 나라의 선진화를 공고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궈 온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힘을 합쳐 자유민주 대한한국을 튼튼하게 가꿔 나가야 한다. 그래야 혼돈과 불안의 시대를 극복하고 진정한 자유, 복지, 평화가 꽃피는 통일한국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보수우파는 보수정당의 참담한 패배로 대변되는 보수우파의 퇴조가 어디에 기인한 것인가를 냉철하게 분석하되 희망마저 잃어버릴 필요는 없다. 세상은 늘 돌고 도는 것이어서 패배는 승리를 낳고, 좌절은 희망을 잉태한다.

그것이 절망의 벽이라고 말한다 해도 조바심 내지 않고 지금까지의 부족함을 부단히 메워나가며 역사의 능선을 따라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 보수우파의 밝은 미래도 예상을 뛰어넘어 다가올 것이다. 그 어떤 세력도 승리에 취하여 국민의 소리에 귀 닫고 교만해지면 망하는 것이 역사의 철칙이다. 피눈물로 각성하고 절치부심·와신상담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보수우파 앞에 보수의 밝은 미래가 있다.

김창남 경희대학교(정치학) 언론정보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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