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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패스·4-3-3’ 신태용 모험수, 결국 무리수

박시인 객원기자
입력 2018.06.19 00:32 수정 2018.06.19 00:33

장신 스웨덴 상대로 빌드업 아닌 롱패스 추구

익숙하지 않은 전술, 월드컵 실전 무대서 실패

신태용 감독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신태용 감독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전술적으로 완패였다. 신태용 감독이 야심차게 꺼내든 트릭은 끝내 패착으로 돌아갔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8일(한국시각)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웨덴에 0-1로 패했다.

F조에서 생존하려면 첫 경기 스웨덴전 승리가 필수였다. 신태용 감독은 공공연히 스웨덴전에 승부수를 던진다고 피력했다. 지난 네 차례 평가전을 통해 다양한 선수 조합과 전술을 가동하며 해법을 찾고자 했다.

신태용 감독의 스웨덴전 필승 전략은 4-3-3이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가동하지 않은 포메이션이다. 그리고 손흥민-김신욱-황희찬 스리톱 역시 처음이었다. 허리에는 구자철-기성용-이재성을 포진시켰고, 포백은 박주호-김영권-장현수-이용을 내세웠다. 골문을 조현우가 지켰다.

평가전에서 부진했던 김신욱과 구자철의 선발 출전은 예상을 뛰어넘은 트릭이었다.

한국은 볼 점유율을 버리고 미드필드를 생략한 축구를 구사했다. 스웨덴의 탄탄한 두 줄 수비를 깨뜨리기 위해 세밀하게 빌드업을 시도하는 대신 롱패스에 치중했다. 롱패스의 방향 설정은 주로 측면이었다. 장신 공격수 김신욱가 측면에서 제공권 경쟁을 벌였고, 주위 동료들이 세컨볼을 따내려는 전술이었다.

하지만 장신으로 구성된 북유럽의 스웨덴을 상대로 롱패스 전략은 악수였다. 김신욱은 스웨덴 센터백을 맞아 파워와 높이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심지어 좌우 측면에서도 질적인 크로스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대부분 스웨덴 수비수에 걸리거나 반대편으로 길게 넘어가는 경우가 잦았다.

한국은 전반 초반 상대 진영에서 스웨덴을 압박하며 주도권을 쥐었지만 15분이 지난 시점부터 볼 점유율을 완전히 내줬다. 한국 진영으로 스웨덴이 밀고 들어오면 수비에 중점을 둔 뒤 빠른 카운터 어택으로 스웨덴을 공략했다.

스웨덴의 키 플레이어 에밀 포르스베리를 완전히 지워버렸고, 조현우 골키퍼의 연이은 슈퍼 세이브로 무실점으로 버틴 것은 수확이었지만 공격의 날카로움은 크게 떨어졌다.

전반 33분 손흥민이 오른쪽 측면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로 상대 페널티박스까지 진입하며 크로스를 시도한 장면이 유일한 역습이었다.

구자철의 선발 기용도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적은 활동량과 느린 스피드로 공격의 리듬을 끊었다. 허리 싸움에서 전혀 보탬이 되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센터백 장현수는 결정적인 실수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장현수의 롱패스를 무리하게 받으려는 박주호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반 28분 조기 아웃됐다. 소중한 교체 카드를 이미 소진하는 꼴이 됐다.

그리고 후반에는 빌드업 과정에서 패스 미스를 범한 것이 실점의 시초가 됐다. 스웨덴은 이후 클라에손이 김민우에게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한국의 목표는 스웨덴전 승리였다. 그러나 슈팅수는 겨우 5개였고, 골문으로 향하는 유효슈팅은 1개도 없었다. 제대로 시험해 본 적 없는 전술 시도와 색다른 선수 조합은 결국 최악의 결과로 직결됐다.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서 모험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경기였다.


박시인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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