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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셀프 손해사정으로 年 1조 벌었다

부광우 기자
입력 2018.06.19 06:00 수정 2018.06.19 21:54

대형 생·손보사들 손해사정 일감 여전히 자회사 집중

모기업 눈치 속 고객들만 불리…공정위 경고 통할까

국내 3대 생명보험사와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KB손해보험 등 4대 손해보험사의 12개 손해사정 자회사들의 지난해 총 수익 1조628억원 중 97.5%(1조357억원)는 모기업 보험사나 그룹 계열사들과의 거래를 통해 올린 수익이었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3대 생명보험사와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KB손해보험 등 4대 손해보험사의 12개 손해사정 자회사들의 지난해 총 수익 1조628억원 중 97.5%(1조357억원)는 모기업 보험사나 그룹 계열사들과의 거래를 통해 올린 수익이었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대형 보험사의 손해사정 자회사들이 모기업으로부터 받은 일감을 통해 벌어들인 연간 수익이 1조원을 넘어섰다.

손해사정은 보험 사고를 조사하고 이에 따라 회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해야할 보험금을 결정하는데 핵심적인 과정이다. 그런데 이처럼 손해사정사들이 상위 보험사에 사실상 종속돼 있는 상황을 놓고 볼 때 현실적으로 이들의 판단은 모기업에 유리한 셀프 손해사정이 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고객들만 제대로 보상을 받기 힘든 구조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국내 3대 생명보험사와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KB손해보험 등 4대 손해보험사의 12개 손해사정 자회사들이 지난해 모기업 보험사나 그룹 계열사들과의 거래를 통해 올린 수익은 1조357억원으로 전년 동기(9521억원) 대비 8.8%(836억원) 증가했다.

이는 해당 손해사정 회사들이 올리는 수익의 사실상 전부를 차지한다. 조사 대상 손해사정 회사들이 모회사와 계열사들로부터 벌어들인 금액은 이들의 지난해 총 수익(1조628억원) 대비 97.5%에 달하는 액수다. 이 같은 비중은 전년과 비교해 거의 변화가 없는 수준이다. 해당 손해사정 계열사들은 2016년에도 총 수익 9770억원 중 97.5%인 9521억원을 모회사와의 거래에서 거둬들였다.

회사별로 보면 삼성생명의 자회사인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과 삼성화재의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한화생명의 한화손해사정, DB손보의 DB자동차보험손해사정·DBCAS손해사정·DBCSI손해사정 등은 아예 지난해 수익 전체를 모기업이나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벌어들였다.

이밖에 조사 대상 손해사정회사들의 같은 기간 계열사 매출 의존도는 ▲KB손해사정(최대주주 KB손보) 99.6% ▲현대하이라이프손해사정(현대해상) 99.4% ▲DBCNS자동차손해사정(DB손보) 97.6% ▲현대하이카손해사정(현대해상) 96.6% ▲KCA손해사정(교보생명) 89.8% ▲삼성화재서비스손해사정(삼성화재) 87.4% 등이었다.

이런 현실을 둘러싸고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보험 가입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아서다. 모기업에 전적으로 수익을 의존하고 있는 손해사정회사들의 위치 상 보험금을 산정할 때 과연 공정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겠냐는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결국 고객보다는 일감을 주는 모기업 보험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논란이 계속되자 마침내 공정위가 직접 칼을 뽑아들었다. 특히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예전부터 재벌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에 비판적 태도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보험사들의 셀프 손해사정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정위는 지난 1월 개선권고 공문을 통해 손해사정사가 소속 보험사나 업무를 위탁한 보험사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험사에 편향된 손해사정을 빈번하게 한다며, 공정한 손해사정을 위해 보험사의 자기 손해사정을 금지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내부거래에 남다른 강경 메시지를 내고 있는 이번 정부의 공정위가 보험사의 손해사정 자회사 업무 위탁에도 손을 댈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라며 "보험사 입장에서도 나름의 사정이 있고 단기간에 구조를 바꾸기는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개선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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