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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늘리는 한국지엠, '트럼프 무역압력 완충재' 될까

박영국 기자
입력 2018.06.18 06:00 수정 2018.06.18 08:54

이쿼녹스 이어 트래버스, 콜로라도 등 순차 수입판매 예상

소비자 선택권 확대, 정부 '대미 무역협상 카드 확보' 측면 긍정 영향도

쉐보레 콜로라도(왼쪽)과 트래버스.ⓒ한국지엠 쉐보레 콜로라도(왼쪽)과 트래버스.ⓒ한국지엠

이쿼녹스 이어 트래버스, 콜로라도 등 순차 수입판매 예상
소비자 선택권 확대, 정부 '대미 무역협상 카드 확보' 측면 긍정 영향도

한국지엠이 ‘쉐보레 이쿼녹스’를 필두로 GM 본사로부터의 수입 판매 차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쉐보레 브랜드는 앞으로 5년간 15종의 신차와 상품성 개선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중 국내에서 생산되는 완전 신차는 트랙스 후속모델인 소형 SUV와 경차 스파크를 대체할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CUV 모델 2종 뿐이다.

나머지는 페이스리프트나 연식변경과 같은 상품성 개선 모델로, 사실상 노후 차종의 판매주기를 연장시키는 수준으로 채워야 하는데 이 부분도 한계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한국지엠의 차종은 총 13종이며, 이 중 크루즈와 올란도는 군산공장 폐쇄로 재고 소진과 함께 단종된다. 경상용차인 다마스와 라보 역시 환경규제에 대응한 후속모델을 내놓기에는 실익이 없어 단종 수순을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차 스파크는 지난달 이미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왔고, 캡티바는 이달 출시된 이쿼녹스로 대체됐다. 임팔라·카마로·볼트(Volt)·볼트EV(Bolt EV)는 GM 본사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차종이다. 결국 국내 생산 차종 중 상품성 개선 모델로 내놓을 수 있는 차종은 아베오와 말리부 정도다.

나머지는 GM 본사로부터 새로운 차종을 들여오거나 기존 들여온 차종을 상품성 개선모델 등으로 대체하는 식으로 채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지엠은 이미 지난달 홈페이지를 통해 ‘쉐보레 글로벌 차량 중 국내에서 만나보고 싶은 차량이 있으십니까?’라는 제목의 설문을 실시하며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조사한 바 있다.

후보군에는 당시 이미 출시가 확정된 중형 SUV 이쿼녹스를 비롯, 이쿼녹스보다 한 단계 위 차급인 트래버스, 대형 SUV 타호, 타호의 롱바디 버전인 서버번, 중형 픽업트럭 콜로라도, 대형 픽업트럭 실버라도 등 레저용 차량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어 지난 6일 부산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부산모터쇼 전야제 행사에서는 이쿼녹스와 트래버스, 콜로라도를 소개하며 수입 판매모델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지엠이 지난 5월 진행한 고객 대상 설문조사 페이지.ⓒ한국지엠 한국지엠이 지난 5월 진행한 고객 대상 설문조사 페이지.ⓒ한국지엠

업계에서는 한국지엠이 이쿼녹스의 국내 시장 반응을 살핀 뒤 트래버스, 콜로라도 순으로 라인업을 확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완성차 업체인 한국지엠이 국내 생산모델보다 수입 모델에 큰 비중을 두는 게 국내 산업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는 없다. 기왕이면 한 차종이라도 더 국내에서 생산하는 게 후방 산업을 포함한 전체적인 부가가치나 고용 창출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미 GM 본사는 한국지엠의 글로벌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이 과거보다 떨어졌다는 판단을 내렸고, 3개 완성차 공장 중 한 곳인 군산공장을 폐쇄했다. 또한 인력감축을 포함한 각종 비용절감 계획을 전제로 한국지엠의 존속을 결정했다.

한국 정부의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오랜 줄다리기 끝에 내놓은 게 소형 SUV와 CUV 등 신차 2종의 한국 배정이니 당분간 그 이상을 기대하긴 힘들다. 한국지엠으로서는 수입 판매가 라인업 확장의 유일한 방법이다.

이처럼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차라리 수입 판매의 긍정적인 측면을 찾아보는 게 현명한 일이다.

우선 국내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다.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차종이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좋은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국내에는 다양한 수입차가 판매되고 있지만 전문 수입차 업체(외국 업체의 국내 판매법인) 차량은 가격도 비싸고 사후서비스(AS)도 불편하다. 완성차 업체에서 차량을 수입해 판매하면 가격 경쟁력도 어느 정도 갖출 수 있고, 국산차에 준하는 수준의 AS도 받을 수 있다. 한국지엠은 물론 르노삼성자동차도 소형차 클리오를 르노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며 이같은 장점을 내세운다.

또 다른 장점은 미국의 무역압력 완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거 한미FTA 재협상을 비롯, 한국에 각종 무역압력을 행사하며 그 근거로 ‘무역 불균형’을 내세운다. 특히 자동차 분야는 양국간 시장 규모 차이가 워낙 크니 우리가 수출하는 물량이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차는 물론,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지엠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계속해서 미국 시장에 자동차를 수출하려면 미국차 수입이 어느정도 늘어나는 상황은 감수해야 한다.

한미 FTA 체결 이후 포드와 FCA 등 미국 수입차 브랜드의 판매가 많이 늘긴 했지만 절대 규모에서는 한계가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미국차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그리 높지 않은 상태라 이들의 판매실적이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하기 힘들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로 넓은 판매 및 AS망을 갖춘 한국지엠이라면 미국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에 변화를 줄 여지가 높다.

더구나 한국지엠은 현대·기아차에 이어 수출 기여도가 세 번째로 높은 완성차 기업이니 수입 판매차종 확대가 정서적으로 용인되는 부분도 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 FTA 재협상 이후에도 최소한 트럼프 대통령 재임기간에는 미국에서 계속해서 자동차 분야 무역불균형으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대미 수출 차질을 최소화하려면 우리 정부가 협상에서 무기로 내놓을 수 있을 정도의 한국 내 미국차 판매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어차피 미국차 수입이 늘어나야 하는 상황이라면 국내에서 고용이나 투자 기여도가 높고 자동차 부품업계를 포함한 생태계 유지에 일조하고 있는 한국지엠을 통해 늘어나는 게 산업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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