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이름값'만 연 500억…농협생명 사업지원비 과다 논란

부광우 기자
입력 2018.06.12 06:00 수정 2018.06.12 08:59

지난해 농협중앙회에 526억원 지불…올 1분기 더 늘어

산정 비율도 깜깜이…한푼 아까운 상황 속 '의문부호'

NH농협생명이 '농협'이라는 간판을 사용하기 위해 지난해에만 500억원이 넘는 돈을 농협중앙회에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이 같은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데일리안 NH농협생명이 '농협'이라는 간판을 사용하기 위해 지난해에만 500억원이 넘는 돈을 농협중앙회에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이 같은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데일리안

NH농협생명이 '농협'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위해 지난해에만 500억원이 넘는 돈을 농협중앙회에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대기업 그룹 명칭을 사용하는 보험사들 가운데 가장 비싼 브랜드 비용이다. 여기에 금액 산정 기준도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농협생명은 농협중앙회에 157억원의 명칭 사용료를 지급했다. 이는 전년 동기(132억원) 대비 18.9%(25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이 같은 추세로 미뤄볼 때 올해도 농협생명은 회사 이름을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기업 그룹 계열 보험사들 중 가장 많은 지출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명칭 사용료로 526억원을 농협중앙회에 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정하고 있는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보험 계열사들 중 가장 큰 비용이다.

농협생명 다음으로 명칭 사용에 따른 지출이 많았던 곳은 한화생명으로 지주사인 한화에 같은 기간 483억원을 지불했다. 같은 그룹 식구인 한화손해보험은 194억원을 지급했다. 미래에셋생명과 롯데손해보험이 명칭 사용료로 모회사에 건넨 금액은 각각 19억원과 12억원에 그쳤다.

삼성생명과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이라는 국내 최대 브랜드를 쓰고 있지만 오히려 조금이나마 사용료를 받고 있는 입장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11개 그룹 계열사들과 함께 상표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난해 자신들의 계열사들로부터 각각 6억원, 5억원씩 브랜드 사용료를 받았다. 이밖에 지배구조 상 최상위에 있는 교보생명은 계열사들로부터 명칭 사용료를 받지 않고 있는 상태다.

특히 회사의 수익 규모를 고려하면 농협생명의 브랜드 비용은 유난히 과하다는 평이다. 농협생명 다음으로 지난해 명칭 사용료 지출이 많았던 한화생명의 경우 그 비용은 연간 영업수익 대비 0.2% 정도였다.

이에 비해 농협생명의 같은 기간 영업수익 대비 명칭 사용료는 0.4%였다. 브랜드 비용 자체만 놓고 보면 농협생명과 한화생명 모두 500억원 안팎으로 비슷했지만, 벌어들이는 돈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농협생명이 두 배 가량 비싼 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 명칭 사용료 책정 방식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농협생명의 브랜드 비용을 둘러싼 의문을 키우는 지점이다. 지난해부터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들은 금감원을 통해 상표 이용료 산정 근거를 공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해당 기업들은 연간 수익에서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금액에서 일정 수수료율을 적용해 브랜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한화생명·손보의 해당 비율이 0.30%로 다소 높은 편이었고 또 롯데손보는 0.15%를, 미래에셋생명은 0.05%를 적용 받고 있다고 공개하고 있다.

반면 농협생명은 지난해까지 이 비용을 농업지원사업비로 분류하면서 명확한 브랜드 비용 산출 기준 공시를 피하고 있다. 대신 영업수익에서 수입보험료를 뺀 조정영업수익에 수익구간별로 약정된 누진부과율을 곱한 금액을 농협중앙회에 납부하고 있다고만 밝히고 있다. 이마저도 해당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는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농협생명의 지분을 농협금융지주가 100% 보유하고 있고, 다시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의 완전 자회사인 지배구조 상 농협생명은 농협중앙회의 기업 명칭 사용료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위치에 놓여 있다.

2021년 보험업계에는 보험사 부채를 현행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이 도입된다. 이렇게 되면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보험금 적립 부담이 커지게 된다. 요즘 들어 보험사들이 다방면으로 지출을 줄이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배경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의 순위와 이익 크기만 놓고 보면 농협생명의 브랜드 비용 지출은 다소 많아 보인다"며 "다가오는 IFRS17 시행에 대비해 다른 보험사들이 비용 절감에 여념이 없는 상황과 비교가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