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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취대’ 이영하, KBO리그 미담 얼마만?

김윤일 기자
입력 2018.06.07 15:49 수정 2018.06.07 15:49
승부조작 제의를 뿌리친 이영하. ⓒ 연합뉴스 승부조작 제의를 뿌리친 이영하. ⓒ 연합뉴스

두산 베어스 이영하가 승부조작 제의를 뿌리친 것으로 알려져 팬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두산은 7일 언론에 보도된 승부조작 제보 건과 관련해 해당 선수가 이영하임을 알렸다. 구단 측은 “이 같은 결정은 승부 조작 제의를 받고 곧바로 구단에 알린 이영하 선수의 빠르고 올바른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이영하 선수는 금일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에도 선뜻 동의를 했다”고 밝혔다.

최근 KBO리그는 그야말로 리그 존폐 여부가 거론될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있다. 팬들의 질타를 받는 사건 사고가 매년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를 관리 감독해야할 KBO는 솜방망이 징계 등 사실상 강 건너 불 구경식 대처로 큰 실망을 안긴 게 사실이다.

올해만 하더라도 9개 구단이 연루된 ‘넥센발 뒷돈 거래 의혹’이 터져 나왔고 심판 금품 수수, 불법 도박, 승부조작 등 리그를 휘청거리게 만들 대형 스캔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음주운전, 폭력 등은 오히려 가벼워 보일 정도다.

이런 가운데 이영하의 자진 신고는 크게 박수 받아 마땅하다.

잘 알려져 있듯 승부조작을 시도하는 브로커들은 스타 선수들이 아닌 젊거나 무명 선수들에게 접근한다. 아무래도 돈의 유혹에 쉽게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KBO리그 선수들은 10억 원대 연봉을 받는 이들이 상당하며, 평균 연봉 역시 1억 후반대를 기록할 정도로 고액 연봉자들이다. 하지만 이는 전체 선수들 중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저연차 및 1군에 자리 잡지 못한 선수들은 돈에 쪼들릴 수밖에 없고 승부조작 브로커들은 바로 이러한 틈을 파고든다. 실제로 2012년과 2016년 불거진 1~2차 승부조작 사태에서 영구제명의 철퇴를 맞았던 선수들 모두 저연차, 저연봉 선수들이었다는 점에서 씁쓸한 입맛을 다시게 했다.

1997년생인 이영하는 2016년 1차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단한 21세 투수다. 지난해 연봉은 프로 최저 연봉이었던 2700만 원이었고 올해는 4200만 원으로 인상됐지만 여전히 저연봉에 속한다. 승부조작 제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럼에도 이영하는 악마의 유혹을 뿌리쳤다. 보다 큰 선수로 성장할 자질이 있음을 입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불어 작은 것은 버리고 큰 것을 취한다는 ‘사소취대(捨小取大)’의 모범 사례로도 남을 전망이다.

야구팬들에게 계속된 실망만 안기는 KBO리그에서 모처럼 등장한 미담이 선수들 모두에게 긍정 효과를 줄지 지켜볼 일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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