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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역마진' KDB생명 영구채 부메랑 우려

부광우 기자
입력 2018.06.07 06:00 수정 2018.06.07 05:44

2억달러 신종자본증권 금리 7.5%…이자만 연 150억원 이상

운용자산이익률 3%대…고금리 빚으로 IFRS17 대비 '미봉책'

KDB생명이 해외 자본시장에서 영구채를 통해 2000억원이 넘는 돈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발행 이자율이 7%대 중반에 달해 KDB생명으로서는 4%에 이르는 역마진 부담을 져야 하는 실정이다.ⓒKDB생명 KDB생명이 해외 자본시장에서 영구채를 통해 2000억원이 넘는 돈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발행 이자율이 7%대 중반에 달해 KDB생명으로서는 4%에 이르는 역마진 부담을 져야 하는 실정이다.ⓒKDB생명

경영 정상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KDB생명이 해외 자본시장에서 끌어들인 자금이 장기적인 재정 부담으로 급부상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구채 발행 이자율이 7%대 중반에 달해 KDB생명으로서는 4%에 이르는 역마진 부담을 져야 하는 실정이어서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이 다가오면서 아무리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고 해도 지나친 고금리 부채는 보험사와 고객들에게 향후 부메랑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KDB생명은 2억달러 규모의 30년 만기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이로써 지난 1월 대주주인 칸서스자산운용으로부터 3000억원을 수혈 받은 KDB생명은 올해 들어서만 5000억원 이상의 자본을 확충했다.

이에 따라 KDB생명을 둘러싼 재무 건전성 우려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의 지난해 말 지급여력(RBC)비율은 108.5%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자본 여력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로 100% 이하로 떨어지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시정 조치를 받게 된다. KDB생명은 최근의 증자로 RBC비율을 171.8%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한 숨을 돌리게 됐다.

문제는 KDB생명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금리가 연 7.5%에 달한다는 점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이에 따라 KDB생명이 감당해야 할 이자만 매년 150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2016년 102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76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KDB생명의 사정을 놓고 보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액수다.

자산운용 측면에서 봐도 KDB생명이 이번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에서는 당장 연 4% 이상의 역마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KDB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3%에 그쳤다. 해당 신종자본증권 금리는 이보다 4.2%포인트나 높다.

신종자본증권 이자와 같은 자산운용 영역에서의 손실 확대는 향후 지속적으로 KDB생명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보험영업보다 투자 활동에서 더 많은 이익을 올리고 있는 최근 국내 생보사들이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25개 생보사들의 투자영업이익은 총 21조9946억원으로 보험영업이익(10조4715억원)의 두 배가 넘었다.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KDB생명이 고금리 신종자본증권까지 동원해 가며 자본 늘리기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2021년 도입되는 IFRS17 때문이다. IFRS17이 시행되면 지급해야 할 보험금인 보험사의 부채 평가 방식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된다. 이에 가입 당시 금리를 반영해 부채를 계산해야 하고 그만큼 보험금 부담이 늘어난다. 즉, 회계 상 자본이 줄고 부채 규모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요즘 보험사들이 자본 확대에 열을 올리는 배경이다.

이 과정에서 신종자본증권이 주목받는 이유는 자본 확충 측면에서의 유리함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보통 30년 이상인 초장기채로, 이런 특성 때문에 흔히 영구채라 불린다. 만기가 긴 만큼 전액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만기 5년 전부터 자본 인정액이 매년 20%씩 깎이는 후순위채보다 자본 확충용 방안으로 신종자본증권이 인기를 끌고 있는 원인이다.

하지만 아무리 만기가 길다고 해도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결과적으로 보험사에 빚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상환 기간이 긴 만큼 보험사의 이자 비용은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보험업의 구조 상 보험사의 장기적인 재무적 부담은 기존 고객들에게 불이익 요소로 작용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염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들의 대규모 영구채 발행은 당장의 IFRS17 이슈를 돌파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언젠가 그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빚"이라며 "여러 영업 영역에서의 이익과 손실을 공유해 상쇄하는 보험사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보험사의 자산운용 역마진이 계속될 경우 보험료 인상 등 가입자들의 불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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