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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규 제명요구, 김아랑·이호석 등 성명서 발표

김평호 기자
입력 2018.06.04 14:25 수정 2018.06.04 15:26

‘젊은 빙상인 연대’, 공식 입장 밝혀

빙상연맹의 관리단체 지정 요구

‘젊은 빙상인 연대’가 한국체대 교수의 영구제명과 빙상연맹의 관리단체 지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 연합뉴스 ‘젊은 빙상인 연대’가 한국체대 교수의 영구제명과 빙상연맹의 관리단체 지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 연합뉴스

전·현직 올림픽 메달리스트들과 현직 지도자 등으로 이뤄진 ‘젊은 빙상인 연대’가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의 영구제명과 빙상연맹의 관리단체 지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준형, 이호석, 권순천, 이한빈, 이호응, 한일청, 류경록, 김태훈, 현종무, 김명홍, 김아랑 외 20인의 빙상인이 모여 구성한 ‘젊은 빙상인 연대’는 4일 공식자료를 통해 “빙상연맹을 속히 관리단체로 지정하고, 전명규 교수를 영구제명하길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대한빙상경기연맹 “‘관리단체’ 지정과 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의 영구제명 없이 정의롭고 공정한 빙상은 기대할 수 없다”며 “어린 선수들의 교통사고를 1년간 은폐하고, 그것도 모자라 선수 부모들에게 ‘보험사기’ 공모를 강요해 모든 빙상인의 명예와 자존심을 짓밟은 빙상연맹에 대한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결과가 비상식과 비정상이 판치는 빙상계를 깨끗하게 정빙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젊은 빙상인 연대’는 온 힘을 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젊은빙상인연대 성명서 전문.

1948년 제5회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 'KOREA'가 적힌 유니폼을 입은 5명의 초미니 선수단이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이후, 대한민국 빙상인들은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긍심과 '동계스포츠의 선구자'란 명예로 차가운 빙상판을 묵묵히 달려왔습니다.

빙상 인프라와 대중의 관심이 턱없이 부족하고, 지원마저 요원했던 엄혹한 시절을 보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선배 빙상인들은 '지금의 노력이 훗날 빙상 후배들에겐 어두운 눈밭의 발자국이 될 것'이란 믿음으로 버텼고, 후배 빙상인들은 선배들이 남기고 간 발자국을 따라가며 '빙상 발전이 곧 선배 빙상인들의 유업'이란 사명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러한 모든 빙상인의 눈물과 노력 그리고 국민적 성원이 지금의 '빙상 강국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는 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긍심과 명예로 버텨온 대한민국 빙상인들 사이에서 언젠가부터 ‘불신’과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어느 조직이나 불신과 갈등은 존재하기 마련일 것입니다.

그러나 빙상계의 불신과 갈등은 특정인과 그 특정인을 비호하는 세력에 의해 조장되고, 심화했다는 점에서 더 심각했습니다. 그리고 특정인과 그 특정인을 비호하는 세력이 절대권력을 휘두르고, 전횡과 폭압에 반대하는 이들에겐 각종 불이익과 '집단 따돌림'으로 대응했다는 점에서 더욱더 심각했습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만천하에 공개됐듯 그간 대한민국 동계스포츠를 책임져야할 대한빙상경기연맹은 특정인과 그 특정인을 비호하는 세력에 의해 거의 모든 의사결정이 좌지우지됐습니다.

빙상연맹 행정은 물론이려니와 대표팀 선수, 지도자 선발 심지어는 선수들의 경기력과 건강을 책임지는 유니폼마저도 특정인과 그 특정인을 비호하는 세력에 의해 결정되고, 그 결정을 빙상인들은 강요받아야만 했습니다.

올림픽 금메달이 중요하다는 것,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좋은 성적이 있어야 국민적 관심을 받고, 정부 지원을 더 받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메달 지상주의'가 대한민국 빙상계를 지배하는 동안 많은 선수, 부모, 지도자, 관계자들은 빙상연맹이 특정인의 왕국이 되는 걸 지켜봐야 했고, 어느덧 우리 빙상판은 비상식과 부정의가 판치는 '썩은 숲'이 됐습니다.

그 특정인이 누군지 이젠 전국민이 알게 됐습니다. 바로 현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이자 전 빙상연맹 부회장인 전명규 씨입니다. 전명규 교수는 갖가지 의혹과 논란으로 지난 4월 빙상연맹 부회장에서 물러났지만, 빙상계에선 여전히 전 교수에 대한 공포심과 두려움이 남아 있습니다.

언제든 실업 빙상선수의 밥줄을 끊을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어린 선수들의 미래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공포심과 두려움을 국민 여러분은 잘 실감하지 못하실 겁니다. 하지만, 우리 빙상인들은 그러한 공포심과 두려움을 오랜 세월 동안 직접 경험하고, 체감해왔습니다.

어쩌면 그 공포심과 두려움에 떤 탓에 최근까지도 전 교수와 전 교수를 비호하는 세력에 반하는 목소릴 내지 못한 것일지 모릅니다. 저희 '젊은 빙상인 연대'는 이점과 관련해 통렬한 반성 먼저 하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

전·현직 선수, 지도자들이 젊은 빙상인 연대를 만들어 일치된 목소릴 내기로 결심한 건 한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전국민적 지탄을 받는 빙상연맹을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빙상연맹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야 정의롭고 공정한 빙상계가 되고, 대한민국 빙상계에 밝은 미래가 있으며, 또 그렇게 하는 것이 70년 전 외롭게 생모리츠행 비행기에 올랐던 선배 빙상인들이 남긴 유업을 지키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문체부 감사 결과 발표에도 빙상연맹은 반성이나 개혁안을 내는 건 고사하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일념으로 버티기에만 치중하고 있습니다. 빙상 개혁과 변화를 바라는 많은 빙상인의 요구에도 빙상연맹은 문체부 감사 발표 이전과 달라진 게 없습니다. 어쩌면 달라지는 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욕심일지 모릅니다.

이렇듯 '모르쇠'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빙상연맹에 대해 오늘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습니다. 2017년 8월 쇼트트랙 국가대표 상비군 19명이 교통사고를 당했음에도 이 사실을 빙상연맹이 철저히 은폐하고, 다친 선수들에 대한 치료비를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였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빙상연맹이 '교통사고를 숨기고, 대한체육회 실손보험으로 보험을 타내자'며 피해선수 부모들에게 사실상 '보험 사기 공모'에 가담할 것을 압박했다는 보도 내용이었습니다.

세계 어느 스포츠 단체가 대한빙상경기연맹처럼 다친 선수들에 대한 보호 대신 '보험 사기 공모'를 요구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과연 이것이 정상적인, 상식적인 스포츠 단체가 취할 태도인지 정말 묻고 싶습니다.

빙상 개혁과 변화, 그리고 깨끗한 빙상계를 바라는 '젊은 빙상인 연대'는 정부와 대한체육회에 아래와 같은 요구를 하는 바입니다.

1. 대한체육회는 속히 대한빙상경기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해주길 바랍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현 수뇌부와 사무처가 존재하는 한, 빙상 개혁과 변화는 절대 기대할 수 없습니다.

2. 대한민국 빙상계를 '썩은 숲'으로 만든 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에 대한 영구제명을 요구합니다. 문체부 감사 결과로 드러난 각종 문제만으로도 전명규 교수에 대한 영구제명이 가능하다는 게 저희의 일치된 생각입니다.

3. 교육부는 현장조사가 아닌 감사로 전명규 교수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을 규명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한 감사를 통해 '교육부가 한국체대의 최대 비호세력'이란 불신에서 교육부 스스로가 벗어나길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4. 수사 당국은 빙상연맹 '보험 사기 기획'과 관련해 철저한 수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직도 교통사고 이후 피해보상을 받지 못한 어린 선수들이 있는 만큼 철저한 수사를 통해 누가 사고를 은폐했고, 누가 '보험 사기'를 획책하고, 강요했는지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밝혀주시길 요청합니다.

저희 '젊은 빙상인 연대'는 어떤 불이익도 감수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그 어떤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더는 비겁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 자릴 빌려 특정 정치인의 외압과 부정의한 세력의 로비에도 흔들리지 않고, 강도 높은 감사를 통해 빙상 개혁과 변화의 기회를 제공해준 문화체육부 도종환 장관님과 일선 조사관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 빙상을 바라는 젊은 빙상인 연대' 드림.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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