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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 쌓이는데…'자본시장 대통령' 공백 우려 증폭

부광우 기자
입력 2018.06.04 06:00 수정 2018.06.04 06:45

1년 다 되도록 주인 못 찾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600조 기금 관리,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현안 첩첩'

600조원이 넘는 돈을 굴리며 자본시장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공백 사태가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국민연금공단 600조원이 넘는 돈을 굴리며 자본시장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공백 사태가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국민연금공단

600조원이 넘는 돈을 굴리며 자본시장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공백 사태가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추천 인사가 확정되면서 숨통이 트이는 듯 했지만 더 이상 진척이 이뤄지지 않으며 인선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 들었다.

국민들의 노후자금 관리는 물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굵직한 현안들이 쌓여가고 있지만 이를 책임지고 추진해야 할 차기 수장 찾기에 좀처럼 해법이 보이지 않으면서 우려만 점점 커지고 있다.

4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기금이사추천위원회는 지난 달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와 윤영목 제이슨인베스트먼트 고문, 이동민 전 한국은행 외자운용원 투자운용부장 등 3명을 신임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이사장에게 추천했다.

통상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기금이사추천위원회로부터 추천을 받은 복수의 후보 가운데 한 명을 이사장이 선택한 뒤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임명돼 왔다. 기금이사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 19일부터 3월 5일까지 기금운용본부장 공모를 진행했고, 여기에 지원한 16명의 후보군을 대상으로 면접을 가진 뒤 곽 전 대표와 운 고문, 이 전 부장 등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차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누가 될지는 깜깜무소식이다. 한 때 곽 전 대표가 사실상 새 기금운용본부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여전히 마지막 1인 선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공모를 다시 시작할 것이란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는 강면욱 전 본부장이 정치권 외풍으로 불명예 퇴진한 뒤 11개월째 비어 있는 상태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고등학교, 대학교 후배로 2016년 임명 당시부터 낙하산이란 비난을 받았던 강 전 본부장은 지난해 7월 자진 사퇴했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조인식 해외증권실장이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공백에 금융권 안팎의 염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 같은 걱정의 가장 큰 배경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자본시장에서 가진 큰 영향력이 자리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총괄 운용해야 하는 기금은 지난 2월 말 기준 624조원에 이른다.

재계의 관심도 남다르다. 국민연금이 국내 25대 재벌그룹 상장사의 지분을 평균 6% 가량 보유하고 있는 큰 손이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의 오너 일가 우호지분은 평균 43% 수준으로 절반에 못 미치는 만큼 국민연금의 의견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일대 전환기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은 기금운용본부장의 부재를 더욱 커 보이게 만드는 대목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주로서 기관투자자의 발언권을 강화하는 제도로, 국민연금은 오는 7월부터 이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해 둔 상태다.

국내 주요 대기업 주식을 대량 보유한 국민연금 입장에서 권한 강화 요소로 볼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 정부가 기업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경우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자율성을 도리어 떨어뜨릴 수도 있는 만큼 기금운용본부장의 조율과 역할이 중요하다는 평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국민연금을 향해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을 재촉하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달 말 국무회의에 보고한 2018년 기금평가결과를 통해 '기금운용본부장의 공백이 10개월째인데도 체제 정상화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국민연금이 제대로 실력을 갖춘 기금운용본부장 적임자 찾기에 계속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겉으로는 자본시장에 막강한 권한을 갖춘 요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 책임만 무거운데다 정치권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불편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반 민간 금융사보다 낮은 연봉에 공직자 취업제한 규제 적용 등 여건 상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특별한 사명감을 가진 인물이 아니고서야 기피할 수밖에 없는 자리"라며 "시장은 물론 정부 내에서도 장기 공백에 따른 우려가 커지는 점을 생각할 때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장 재공모 절차를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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