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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벼랑끝 협상 속 순진한 문재인 정권의 외교술

서정욱 변호사 | 2018-05-26 08:08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7일 오후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7일 오후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미·북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수십 년간 얽혀 온 북핵 문제의 드라마틱한 해결에 대한 기대가 풍계리 핵 시험장의 폭파쇼처럼 허무하게 무너졌다.

충분히 '예상된 결과'고, 현시점에서는 유일한 '합리적 선택'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게 있다.

회담이 취소된 표면적 이유는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존 볼턴 안보 보좌관을 강력하게 비난한 데 이어, 최선희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이 핵전쟁을 시사하면서 펜스 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회담 취소의 '명분'일뿐 '본질'은 아니다. 회담이 취소된 근본 이유는 결국 비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미·북 간 접촉에서 북핵 폐기를 둘러싼 입장 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동안 '말'로만 비핵화 시그널을 보내놓고 그 진정성을 담보할 '행동'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낡은 전술적 발상을 벗지 못한 채 새로운 미래를 향한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북한의 약속과 달리 외부 전문가는 배제한 채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진행된 것이 명백한 반증 아닌가?

필자는 그동안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결코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조건임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현정권이 마치 CVID가 금방 가능할 것처럼 국민들에게 '장미빛 환상'을 심어주는 것에 대해 강력 비판해왔다.

그리고 북한이 반대급부로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안전 보장(CVIG)'도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결코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고, 개방으로 인한 내부 붕괴 가능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임을 강조해왔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위대한 성공(great success)'을 가져오리라는 장미빛 전망으로 가득했던 북핵 담판이 사실상 파탄된 현 시점에서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통해 한반도를 통일과 번영의 길로 인도해줄 것이라고 믿었던 북핵 담판이 거대한 암초를 만나 파행된 현 시점에서 과연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첫째,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간파하고 더 이상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햇볕정책'이든 '달빛정책'이든 유화정책으로서는 결코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1990년대 초 1차 북핵 위기 이후 20년 넘게 계속된 북한의 일관된 전술은 핵·미사일 도발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킨 후 실험 중단을 조건으로 중유·쌀·비료 등을 받아갔으며, 회담에 임하는 척하다가 결정적인 국면에서 파국을 만들어왔다.

그동안 우리가 속은 것만 도대체 몇차례인가?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인 햇볕과 포용에 길들여진 북한의 오만 방자한 행태에 끊임없이 끌려 다니며 뇌물로 달래는 관행은 더 이상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퍼주기를 통해 북한 정권의 자비와 선의를 구걸하여 얻은 평화는 지속 가능한 평화가 아니다. 북한이 선의를 거두어들이는 순간 위태로워지는 굴욕적 평화이며, 평화의 환상일 뿐임을 현정권은 명심해야 한다.

둘째, 더 철저한 국제공조와 강력한 압박으로 북한이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비핵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만큼은 정말 북한을 '검증 가능한 핵 폐기'냐, 아니면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냐의 기로에 세워야 한다.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북한이 결코 현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한미 정상은 단호하게 김정은에게 경고하고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셋째, 비상한 안보 상황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으로 크게 흐트러진 안보 태세를 재점검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외교안보의 핵심축은 '굳건한 한미동맹'이다. 한미동맹은 종이로만 존재하는 동맹이 아닌 전장에서 피로 더욱 굳건하게 다져진 혈맹이다. 무엇보다 한미동맹은 단순한 이익동맹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동맹이다.

정부는 더 이상 북한의 비위만 맞출 것이 아니라 김정은의 돌발 행동에 완벽히 대비해야 한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내치에 실패한 대통령은 다음 선거에 패배로 끝나지만 외교안보에 실패한 대통령은 돌이킬 수 없는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외교안보에 있어서 좋은 의도와 취지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은 역사적 상식이다. 그럼에도 냉철한 현실은 보지 못하고 오로지 '선의'에만 입각한 현정권의 외교안보는 너무나 '나이브(naive)'하다.

지금은 '당근'보다 '채찍'이 필요할 때다. 어설픈 대화나 유화정책보다는 강력한 국제공조하에 더 강력한 대북 제재로 북의 숨통을 죄면서 그 효과와 북의 반응을 살펴야 할 때다.

북한이 바뀌지 않는 이상 우리만 바뀌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단지 전정권과의 차별성만을 위해 기존 정권의 대북정책을 바꿀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 실패해 왔다고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고 미리 비관한다면 역사의 발전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나이브한 생각을 지금이라도 버려야 한다. '역사의 거울'에서도 배우지 못하면 불행한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당신의 핵 능력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가진 핵 버튼이 더 크고, 심지어 작동하기까지 한다.”

김정은이 올해 초 자신의 집무실 책상에 핵 버튼이 있다고 위협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친 말이다. 과거 정권의 적폐청산에는 그렇게 당당하면서도 왠지 북한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현정권의 '저자세 외교'가 너무 안타깝다.

글/서정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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