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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장 폐기→북미회담 취소→재개 언급, 트럼프 속내는?

김지수 기자
입력 2018.05.26 01:15 수정 2018.05.25 23:18

미흡한 타협보다 이기는 협상 위한 취소카드 꺼내

외신, 트럼프 저서 ‘거래의 기술’ 퇴장 전술 언급

“트럼프, 하루만에 북미회담 열릴수도”…국면전환

미흡한 타협보다 이기는 협상 위한 취소카드 꺼내
외신, 트럼프 저서 ‘거래의 기술’ 퇴장 전술 언급
“트럼프, 하루만에 북미회담 열릴수도”…국면전환


2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같은 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거행된 만큼 외신들은 미국이 취소를 통지한 타이밍에 주목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2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같은 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거행된 만큼 외신들은 미국이 취소를 통지한 타이밍에 주목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이 돌연 취소된 가운데 미국의 취소 통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행사 직후 회담 취소를 발표한 점이 주목된다.

그러나 CNN은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새달 12일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북한과 논의를 진행 중이란 보도도 나왔다.

이로 미뤄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의 반응을 떠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발표 이후 김계관 제1부상이 담화를 발표, 대화를 지속하겠는 메시지를 전했다.

24일 북한은 예정대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실시했다. 이날 오전 11시경 2번 갱도와 관측소 폭파를 시작으로 3, 4번 갱도와 지휘소 시설 등을 연쇄 폭파했고, 오후 4시 17분 막사 폭파를 끝으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조치가 마무리 됐다.

핵실험장 폐기 행사 직후 우리 시각으로 늦은 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최근 담화문에서 드러낸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으로 볼 때, 이번에는 오랫동안 계획해온 회담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전격 취소 통보가 핵실험장 폐기 행사 직후에 나온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의아해지는 대목이다.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시설 목조 건물들이 부서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시설 목조 건물들이 부서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 후 외신들은 속보를 내고 이 사실을 보도했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지난 몇 주간 회담 성사 여부가 삐걱거려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취소를 발표한) 타이밍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미국 CNBC는 “백악관 고위관계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 내용에 담긴 표현 하나 하나를 직접 선택해 받아쓰게 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백악관 관료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 누출을 막기 위해 (한국 등)동맹국에 알리지 말고 곧장 서한을 공표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그런가하면 CNBC가 언급한 해당 관계자는 북한이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지난주 내내 ‘미뤄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예정돼 있던 미·북간 고위급 회동에 불참한 데 이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향해 ‘정치적인 얼뜨기’라 비난했다.

이러한 미·북 간 긴장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카드를 이미 품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몇 주간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며 정상회담 전 샅바싸움을 하던 미·북 관계에서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맞서 미국이 초강수를 뒀다는 것이다.

미국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이번 회담 취소 사태를 두고 트럼프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 나오는 내용에 주목했다. 트럼프가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확실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 협상테이블에서 ‘물러나는 기술’을 썼다는 분석이다. ⓒ데일리안 미국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이번 회담 취소 사태를 두고 트럼프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 나오는 내용에 주목했다. 트럼프가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확실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 협상테이블에서 ‘물러나는 기술’을 썼다는 분석이다. ⓒ데일리안

미국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이번 회담 취소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 나오는 내용을 강조했다.

이 책에 나오는 ‘협상테이블에서 기꺼이 퇴장하는 전술’을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 취소 조치에 차용했다는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취소로 ‘한반도 비핵화’의 판이 깨질 것을 감수하면서도 ‘이기는 협상’을 위해 도박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흡한 타협을 하느니 회담을 연기해서라도 확실한 성과를 내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이런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 만난 후 태도가 변한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분석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취소’ 카드를 품고 있다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직후 펼쳐 보여 그 효과를 극대화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새벽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하는 등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며 더욱 신중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김지수 기자 (jskim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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