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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이쿼녹스 출시 임박…중형 SUV 시장은 전쟁터

박영국 기자
입력 2018.05.24 06:01 수정 2018.05.24 06:06

싼타페, 쏘렌토, QM6, 코란도 스포츠에 이쿼녹스 합류하며 '혈투' 예고

중형 SUV 시장 확대 효과…장기적으로 일부 차종 '도태' 가능성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차 싼타페, 쉐보레 이쿼녹스,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기아차 쏘렌토, 르노삼성 QM6.ⓒ각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차 싼타페, 쉐보레 이쿼녹스,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기아차 쏘렌토, 르노삼성 QM6.ⓒ각사

싼타페, 쏘렌토, QM6, 코란도 스포츠에 이쿼녹스 합류하며 '혈투' 예고
중형 SUV 시장 확대 효과…장기적으로 일부 차종 '도태' 가능성도

쉐보레 이쿼녹스 출시가 임박하면서 가뜩이나 치열한 중형 SUV 시장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데일 설리번 한국지엠 영업·서비스·마케팅부문 부사장은 지난 23일 ‘더 뉴 스파크’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내달 7일 부산모터쇼에서 중형 SUV 이쿼녹스를 선보일 예정으로, SUV의 인기는 국내시장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국내 중형 SUV 시장은 이미 포연으로 자욱하다. 지난해 최강자 타이틀을 차지했던 기아차 쏘렌토가 탄탄한 충성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 싼타페가 6년 만에 4세대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로 출시되며 ‘왕의 귀환’을 선언했다.

르노삼성자동차 QM6도 출시된 지 2년도 지나지 않은, 아직 신선함이 남아있는 모델이다. 쌍용자동차는 렉스턴W를 상위 차급인 G4렉스턴으로 대체하며 중형 SUV 라인업에 공백이 생겼지만 픽업 모델인 렉스턴 스포츠를 ‘오픈형 SUV’로 정의하며 중형 SUV 시장으로의 영역 확대 의지를 노골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이들 중 최고 판매 모델은 단연 싼타페다. 싼타페는 풀체인지 모델이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3월 1만3076대의 판매실적으로 중형 SUV는 물론 국내 전체 차종 중 판매 1위 자리에 올랐다. 4월에도 1만대 이상(1만1837대)의 판매실적으로 기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브랜드 파워가 강한 싼타페는 지난해 소형 SUV 코나를 통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주간주행등-헤드램프 분리형 컴포지트 라이트 등 빼어난 디자인과, 쏘렌토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인기 비결이었던 전륜 8단 자동변속기, 기존 모델 대비 훨씬 커진 덩치를 바탕으로 하는 넓은 실내공간 등 확실한 무기를 갖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싼타페가 시장에 수십 만대 풀리기 전까지는 중형 SUV 시장에서 경쟁 모델이 1위 자리를 넘보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싼타페 출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쏘렌토도 예상외로 선전하고 있다. 올해 1~4월 매달 5000~6000대씩 판매했고, 특히 싼타페 풀체인지 모델 판매가 본격화됐던 3월에도 7000대에 육박(6965대)하는 판매실적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쏘렌토는 동력성능이나 편의사양 면에서 싼타페에 비해 부족할 게 없는데다, 경쟁 차종들 대비 볼드한 이미지를 갖추고 있어 다소 도회적인 디자인의 싼타페를 꺼리는 소비자들을 충성 고객으로 거느리고 있다.

QM6도 올 들어 월 2000대 내외의 판매실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초기 신차 효과 반감으로 판매실적이 하향곡선을 그리는 상황은 불가피하지만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탄탄한 고객층이 형성돼 있다. 특히 높은 가격경쟁력과 정숙성을 무기로 내세운 가솔린 모델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판매실적을 지탱하고 있다.

렉스턴 스포츠는 엄밀히 말하면 중형 SUV 시장에서 같이 경쟁하는 차종이 아닌 픽업트럭으로 분류되지만, 쌍용차가 대형 SUV 렉스턴을 기반으로 만들었음에도 불구, 중형 SUV급으로 가격을 책정하면서 싼타페, 쏘렌토, QM6등과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쌍용차는 수요층이 한정된 픽업트럭 시장을 넘어 중형 SUV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기 위해 가격 책정 뿐 아니라 마케팅에서도 ‘오픈형 SUV’를 내세우고 있다.

이같은 전략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해 코란도 스포츠의 판매실적은 월평균 2000대를 넘지 못했으나 올해 렉스턴 스포츠는 월평균 3000대에 육박하는 실적을 내고 있다.

이런 시장 상황은 새로 출시되는 이쿼녹스에게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아 보인다. 강자들이 즐비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기왕이면 한국지엠이 이쿼녹스의 출시 시기를 지난해 하반기로 앞당겨 힘 빠진 구형 싼타페와 싸우는 게 한결 수월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다. 물론 철수설에 따른 혼란으로 불가피한 점이 있었겠지만.

더구나 이쿼녹스는 GM 본사에서 생산된 차량을 한국지엠이 수입해 판매하는 방식이라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하기도 힘들다. 더구나 이쿼녹스는 차체 크기나 배기량 면에서 완전한 중형 SUV로 보긴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싼타페와 쏘렌토 등이 모델체인지 과정에서 덩치를 더욱 키우면서 이쿼녹스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이쿼녹스의 미국 판매가격은 최저 2만5695달러(약 2880만원)에서 최고 3만4595달러(약 3750만원) 수준이다. 싼타페(2815만~3945만원)와 가격은 큰 차이가 없지만 차체 크기와 배기량을 감안하면 싼타페 수준의 가격으로는 국내 시장에서 호응을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한국지엠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이쿼녹스는 전문 수입차 브랜드들이 파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수입차’임을 확실히 인식시킨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쿼녹스는 ‘비싸고 A/S가 불편한’ 수입차의 단점을 제거한 매력적인 차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관건은 적기 물량 공급이다. 미국에서 수입해 오는 특성상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힘들 수 있다. 한국지엠이 2015년부터 수입해 판매한 대형 세단 임팔라는 경쟁차인 그랜저보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 초기 큰 인기를 끌었으나 물량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신차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 전례가 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이쿼녹스 출시를 계기로 중형 SUV 시장에 완성차 5사가 모두 경쟁력 있는 차종을 투입하게 됐다”면서 “이는 한동안 중형 SUV 시장 확대로 이어지겠지만 국내 수요층 규모가 한계가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에서 밀리는 차종이 하나 둘씩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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