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재초환'이 낳은 '1대1 재건축'…초양극화 부추길 수도

이정윤 기자
입력 2018.05.24 06:00 수정 2018.05.24 22:45

1대 1 재건축으로 우리만의 ‘귀족 아파트’ 만들겠다

“공사비 늘려 부담금 낮추는 일, 현실적으로 어려워”

최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따른 예상 부담금으로 가구당 평균 1억3579만원을 통보받은 '반포현대'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최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따른 예상 부담금으로 가구당 평균 1억3579만원을 통보받은 '반포현대'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1대 1 재건축’이 고개를 들고 있다. 1대 1 방식으로 초호화 아파트를 짓고 재건축 개발이익을 최소화 해 장기적인 시세상승을 기대하겠다는 것이다.

수억원대의 자금을 세금으로 낼 바에는 대폭 증가하는 조합원 추가분담금을 감수하더라도 개발비용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문가들은 집값을 잡으려던 재건축 규제가 오히려 초호화 귀족아파트를 만들어, 초양극화를 양산하고 그들만의 리그를 더 견고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1대 1 재건축으로 우리만의 ‘귀족 아파트’ 만들겠다

최근 80가구의 소규모 단지인 ‘반포현대’ 아파트가 재초환 예상 부담금으로 가구당 평균 1억3579만원을 통보받자, 정부가 당초 발표했던 평균 4억4000만원(최고 8억4000만원)에 달하는 강남4구 재건축 단지 부담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가운데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혹은 핵심 입지에 위치한 재건축 추진 단지들에서 1대 1 재건축이 거론되고 있다. 1대 1 방식을 택할 경우 조합원 수만큼 아파트를 짓기 때문에 일반분양을 통한 이익금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1대 1 재건축을 한다고 해서 재건축 부담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분양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발이익을 낮출 순 있다. 특히 여기에 공사비 등 개발비용을 높여 이익금을 더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초호화 1대 1 재건축을 추진하면 소형평형을 의무적으로 만들지 않아도 되고, 또 높은 개발비용에 따른 조합원 추가분담금을 감당하지 못 하는 사람들도 배제할 수 있어 부자들만을 위한 진정한 귀족 아파트를 조성할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래미안 첼리투스’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이 단지는 기존에 ‘렉스 아파트’를 1대 1 재건축한 고급 아파트로, 재건축 당시보다 현재 13억원 가량의 시세차익이 발생하고 있다.

2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실거래가에 따르면 렉스 아파트는 2011년 본격적으로 재건축이 시작되기 이전인 2010년 4분기 기준 전용면적 121㎡가 10억1000만~12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재건축이 완료된 후 2015년 8월 래미안 첼리투스는 전용면적 124㎡가 17억4000만~19억원에 거래되다, 2개월 후인 10월에는 최고층인 56층이 24억3000만원에 거래되기까지 했다.

이 아파트는 올해 3월 2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재건축 한 이후 대략 13억원이 뛴 것이다. 당시 1대 1 재건축으로 상당히 높았던 조합원 1인당 평균 추가분담금인 5억4000만원을 제외하고도 7억~8억원이 남는 셈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1대 1 재건축으로 공사비가 더 늘어나더라도 호화롭게 지으면 결국 주변보다 집값이 올라가기 마련이다”라며 “또 가구 수가 적으면 공급이 더 줄어든 만큼 희소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호화 아파트가 부족해 고급주택 수요가 일반아파트에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1대 1 재건축으로 초호화 아파트가 다수 등장하게 되면 오히려 주택시장의 초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사비 늘려 부담금 낮추는 일, 현실적으로 어려워”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의 입장은 다르다. 공사비를 올리는 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고, 수억원대에 달하는 추가분담금을 두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게 그 이유다.

먼저 개발비용을 높이는 건 공사비를 늘리겠다는 것인데, 공사비 내역들이 관련 법률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 공사비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보면 개발비용 항목의 공사비에는 공동주택, 복리시설, 주차장, 조경, 부대비용, 설계감리비 등이 있다. 여기에 벗어나는 내역일 경우 공사비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재건축조합이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 시 ‘정비사업비 추정치의 10% 이상 증가’나 ‘조합원 분담 규모의 20% 이상 증가’ 등의 조건에 해당하면 한국감정원의 타당성 검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인가가 늦어지거나 반려될 수도 있다.
 
국토부 주택정비과 관계자는 “특히 개발비용을 높이면 조합원 추가분담금이 대폭 상향조정 된다”며 “많은 조합원들이 지금 당장 큰 비용의 추가분담금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참 후의 시세차익을 기대하며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