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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리사 1명당 보험금 8000억 관리…보험사 회계 우려↑

부광우 기자
입력 2018.05.25 06:00 수정 2018.05.25 07:12

1년 새 500억 증가…IFRS17 앞두고 불어나는 짐

일은 늘어나는데 인원 그대로…구인난 계속될 듯

국내 40개 생명·손해보험사에 소속된 보험계리사 1명당 책임준비금은 지난해 말 기준 8439억원으로 전년 말(7937억원) 대비 6.3%(502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0개 생명·손해보험사에 소속된 보험계리사 1명당 책임준비금은 지난해 말 기준 8439억원으로 전년 말(7937억원) 대비 6.3%(502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보험사에서 일하고 있는 보험계리사 1명당 책임준비금이 1년 새 500억원 이상 늘면서 8000억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의 재무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책임준비금 산정이 이들의 주 업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보험계리사들의 짐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보험사의 부채 부담을 크게 키우게 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서 보험업계가 이에 대비할 인적 인프라 확충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과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40개 생명·손해보험사에 소속된 보험계리사 1명당 책임준비금은 8439억원으로 전년 말(7937억원) 대비 6.3%(502억원)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험사별로 보면 지난해 말 보험계리사 1명당 책임준비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NH농협생명으로 2조9481억원에 달했다. 이어 동양생명도 2조401억원을 기록하며 2조원을 넘겼다. 이밖에 한화생명(1조4046억원)·삼성생명(1조4005억원)·흥국생명(1조3765억원)·ABL생명(1조2822억원)·ING생명(1조583억원)·교보생명(1조412억원)·KDB생명(1조391억원)·AIA생명(1조3억원) 등의 보험계리사 1명당 책임준비금이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1인당 평균 책임준비금 액수가 많다는 것은 결국 관리해야 할 부채 규모에 비해 고용하고 있는 보험계리사들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의미다. 보험계리사는 보험사의 전반적인 위험을 분석·평가·진단하며 상품 개발에 대한 인·허가 업무를 수행하고 보험료 등을 산출한다. 그 중에서도 보험사업 전반에 걸친 수리·통계분석을 통해 책임준비금 부채를 평가하는 일은 핵심 임무다.

책임준비금은 보험사가 계약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보험료의 일정액을 적립시켜둔 돈을 가리킨다. 은행의 지급준비금과 비슷하지만 은행은 이를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반면 책임준비금은 보험사가 사내유보나 자산운용 준칙에 따라 재량껏 사용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이 같은 책임준비금을 얼마나 잡느냐에 따라 보험사의 손익과 리스크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보험계리사들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보험계리사의 필요성은 한층 커진 상황이다. 2021년 본격 시행을 앞둔 IFRS17 때문이다. 2021년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보험금 부채 평가 방식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된다. 이에 가입 당시 금리를 반영해 부채를 계산해야 하고 그만큼 부담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보험금 부채의 핵심인 책임준비금 확대가 보험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보험계리사의 중요성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각 보험사의 보험부채 시가평가액을 추정해 그보다 많은 책임준비금을 적립하도록 하는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를 진행하면서 보험계리사의 영역은 점점 넓어지는 분위기다.

이처럼 보험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 책임준비금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보험계리사 수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실정이다. 실제 보험사들이 보유한 보험계리사는 지난해 말 920명으로 전년(916명에서) 대비 0.4%(4명)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책임준비금은 727조34억원에서 776조4022억원으로 6.8%(49조3988억원) 증가했다.

이와 같이 현재의 보험계리사 인력 수준으로 IFRS17를 준비하고 있는 보험사들의 모습에 일각에서는 안일한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보험업계 입장에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리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4년 전 관련 자격증 시험 합격이 까다로워진 점은 보험계리사 품귀 현상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2014년부터 보험계리사 2차 시험은 과목이 3개에서 5개로 늘었고, 과목별 40점 이상을 득점하고 평균 60점 이상을 얻어야 했던 합격 요건도 모든 과목에서 60점 이상을 받도록 강화됐다. 이에 그 전까지 해마다 140여명에 달하던 보험계리사 최종 합격자가 2014년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후에도 ▲2015년 25명 ▲2016년 48명 ▲2017년 62명 등으로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이에 최근 금융위원회는 보험계리사 시험 기준을 다시 완화했다. 문턱을 지금보다 낮춰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2차 시험에서 60점 이상을 얻은 과목은 그해부터 5년 동안은 합격으로 인정하고, 1차 시험을 면제하는 대상도 늘렸다. 보험업계는 이로 인해 보험계리사의 공급 부족이 다소 완화되겠지만 구인난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을 앞두고 보험 부채를 새로 평가해야 하는데 이를 수행할 보험계리사는 크게 부족한 현실"이라며 "경력 있는 계리사들을 모시기 위한 보험사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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