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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편지'가 사실로 믿어지는 3가지 결정적 이유

서정욱 변호사 | 2018-05-20 08:33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로 전략공천되며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김경수 예비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로 전략공천되며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김경수 예비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드루킹 네이버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소환조사에 출석하고 있다.ⓒ데일리안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의 주범인 드루킹이 한 언론사에 보낸 옥중편지를 통해 이번 사건의 ‘몸통’이 김경수 전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드루킹은 A4용지 9장 분량의 편지에서 2016년 10월 파주 사무실로 찾아 온 김 전 의원에게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매크로’와 서버인 ‘킹크랩’을 보여줬고, 그것들이 작동되는 것을 김 전 의원이 직접 확인했다고 했다. 또 김 전 의원에게 텔레그램으로 일일 보고를 했고, 김 전 의원이 매일 늦어도 오후 11시에는 확인했다고 했다.

한편 드루킹은 검찰의 축소 수사 의혹도 제기하며, 지난 14일 다른 피고인을 조사하던 한 검사가 ‘김경수와 관련된 진술은 빼라’고 했다는 내용을 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소설 같은 얘기”라며 드루킹은 협박범에 일개 정치브로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필자는 '김 전 의원의 해명'보다 '드루킹의 폭로'에 더 신빙성을 둔다. 드루킹의 폭로는 '황당한 소설'이 아니라 검경 등 모든 수사기관이 한통속이 되어 권력의 범죄를 은폐하고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시도에 대한 '자구 차원의 폭로'라고 본다.

첫째, 편지에 적시된 구체적인 상황 설명과 인과관계가 이제까지 밝혀진 사실에 대부분 부합한다. 또한 비밀대화 내역, 금전거래 내역, 관련자들의 진술 등 보강증거가 차고 넘친다.

김 전 의원의 해명은 드루킹을 만난 경위와 횟수부터 댓글 조작 지시, 인사청탁 내용, 후원내역까지 그동안 계속 바뀌어왔다.

이에 반해 드루킹이 제기한 '의혹'은 계속 '진실'로 확인되었다. 무엇보다 드루킹은 김 전 의원이 사무실로 찾아왔을 때 매크로 등을 보여주자 "뭘 이런 걸 보여주느냐. 그냥 알아서 하지"라고 했다며, 이 상황을 '여러 명'이 함께 목격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진실을 밝히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검경이나 특검이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을 조사해보면 누구 말이 맞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검경의 수사의지다. 지금처럼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보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의지'가 더 강하다면 결코 쉽지 않다. 만시지탄이지만 검경은 지금이라도 목격자들이 회유나 협박을 당하기 전에 증거보전에 만전의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둘째, 김 전 의원은 드루킹이 협박범, 일개 정치브로커라고 했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다.

협박 당할만한 잘못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아무런 힘도 없는 일반인'이 '실세 중의 실세'를 협박할 수 있는가? 아무런 약점 없이 협박을 당했다면 바로 고소해 처벌을 시켜야지 왜 오사카 총영사 인사추천을 하고 당사자를 민정비서관과 만나게 하는가? 협박범, 일개 정치브로커에게 먼저 보좌관이 돈을 요구해 5백만원을 받고 김 전 의원도 2700만원의 후원금을 받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가?

선거에서 궂은 일을 한 사람이 자신의 공을 강조하며 논공행상을 요구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오로지 지지하는 대통령의 당선만을 위해 자신의 돈까지 써가며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것이 비정상이다.

필자는 드루킹을 특별히 악한 사람으로, 특별히 훌륭한 사람으로도 보지 않는다. 그저 통상의 평범한 사람들처럼 자신의 공을 약간(?) 과장해 과시하며 인사나 이권청탁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선거에 이용하고 당선 후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은 전형적인 '토사구팽(兎死狗烹)'이요 '감탄고토(甘呑苦吐)'다. 김 전 의원은 드루킹이 총영사직 등을 '일방적으로 요구했다'는 공격보다 왜 부당한 요구를 단호히 거절하지 못했느냐를 먼저 해명해야 한다.

그리고 김 전 의원이 센다이 총영사 자리를 먼저 제안했다는 드루킹의 폭로에 대해서도 성실히 해명해야 한다. 정권의 실세 중의 실세가 일개 협박범, 정치브로커에 휘둘리는 것은 결코 '나라다운 나라'의 모습이 아니다.

김 전 의원은 드루킹을 협박범으로 공격하기 전에 왜 자신이 협박의 피해자가 되었으며 그럼에도 정당한 법적 조치를 취하지 못했는지를 먼저 밝혀야 할 것이다.

셋째, 김 전 의원과 검찰은 드루킹이 먼저 플리바게닝을 통해 자신의 책임을 경감받고자 시도했으나 거절당하자 마치 허위 폭로를 한 것처럼 주장하나 이 또한 논리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주지하다시피 플리바게닝은 피의자가 형사 사법 절차 진행에 협조하고 그 대가로 형벌을 감면받거나 형량 조정을 요구하는 것인데 현행법상 허용되지는 않지만 그동안 암묵적으로 있어 왔다.

드루킹이 플리바게닝을 시도했다는 그 자체가 바로 드루킹이 뭔가 김 전 의원이 연루된 데 대한 많은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드루킹이 아무런 객관적 증거도 없이 단지 '김 전 의원이 연루되었다는 진술'만으로 플리바게닝을 시도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자유 민주주의를 와해시키는 본 건과 같은 중대 범죄와 전 국민의 눈길이 쏠려 있는 사건에 플리바게닝 등 막후 거래는 용인될 수 없다.

그러나 드루킹이 먼저 플리바게닝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드루킹 폭로의 허위성을 추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폭로의 신빙성을 높이는 정황증거로 보아야 한다.

김 전 의원은 어느 순간부터 구체적인 팩트에 대한 해명은 하지 않고 '황당한 소설'이니, '거리낄 게 없다'거니, '의도가 있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하고 있다. 그리고 마치 이번 사건이 드루킹과 모 언론사가 치밀하게 짠 각본으로 의심된다며 엉뚱한 곳으로 공격의 방향을 돌리고 있다.

오랫동안 진보 정권을 지지해온 드루킹과 정통 보수 언론이 처음부터 치밀하게 각본을 짠다는 자체가 '황당하고 어쩌구니 없는 소설'이 아닌가? 이러한 두루뭉실한 해명과 적반하장식 공격으로는 결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없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이장폐천(以掌蔽天)'이라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표현이다.

닉슨의 사임을 초래한 워터게이트 등 동서와 고금의 역사를 보면 대부분 '원래의 잘못'보다는 '이후의 대처 과정'의 거짓말 등이 정권의 붕괴를 가져왔다. 김 전 의원은 지금이라도 선거의 장벽 뒤로 숨을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좀 더 성실한 자세로 구체적인 해명을 하고 완전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

'천장지제 궤자의혈(千丈之堤 潰自蟻穴)'

한비자(韓非子), '유로편(喩老篇)'에 있는 말로 ''천 길 제방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는 말이다.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뜻이다.

김 전 의원은 ''다수의 사람을 일시적으로, 소수의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있지만 다수의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링컨의 경구를 명심해야 한다. 국민들이 두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진실은 결국 밝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서정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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