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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황당 사기행각…모럴헤저드 끝판왕

부광우 기자
입력 2018.05.21 06:00 수정 2018.05.21 06:09

등록취소·영업정지 등 이번 달에만 9명 금감원 제재

사고 내역 조작에 가짜 진단서 발급까지 '천태만상'

보험금을 노리고 사기행각을 벌인 보험 설계사들에게 무더기 징계가 내려졌다.ⓒ게티이미지뱅크 보험금을 노리고 사기행각을 벌인 보험 설계사들에게 무더기 징계가 내려졌다.ⓒ게티이미지뱅크

보험금을 노리고 사기행각을 벌인 보험 설계사들에게 무더기 징계가 내려졌다. 서류를 조작해 본인이 사고를 당한 것처럼 꾸미거나 가짜 진단서를 받아 입원비를 타내려 하는 등 그 행태도 각양각색이었다. 누구보다 보험 상품에 대해 잘 알고 있을 설계사들이 관련 정보와 지식을 악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과거 보험사기 혐의로 적발된 설계사 9명에 대한 징계가 이번 달 결정됐다. 이중 빈번하게 보험사기를 행했던 것으로 드러난 1명은 설계사 등록이 취소됐고, 나머지 8명의 설계사들에게는 90~180일의 업무정지 처분이 가해졌다.

등록취소 제재를 받은 설계사 A씨는 본인 등 보험 가입자가 골절 사고 등을 당한 사실이 없는데도 기존에 발급받은 진단서에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등 인적사항을 오려 붙이는 방법으로 서류를 조작해 보험사로부터 43회에 걸쳐 상해 의료비 등 총 600만원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같은 수법으로 본인의 자매 등 총 3명에게 6회에 걸쳐 상해의료비 등 총 162만원을 부당하게 수령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업무정지 징계 사례를 살펴보면 A씨와 같이 의료비와 관련된 보험사기들이 우선 눈에 띄었다. 설계사 B씨는 실제 입원한 사실이 없는데도 경추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진단명으로 입원한 것처럼 허위 진단서를 발부받아 상해입원일당보험금 70만원을 타냈다.

또 설계사 C씨는 동호회 축구 경기 중 지인이 상해를 당하자 본인의 집에서 함께 가구를 들고 계단을 내려오던 도중 자신이 해당 지인을 과실로 넘어뜨려 상해를 가한 것처럼 사고 내용을 조작, 보험금 211만원을 편취하려 했다. 설계사 D씨는 자신의 자녀가 받은 설소대 수술이 선천 이상 수술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님을 뒤늦게 알고, 이전에 받은 다른 수술의 진단서 병명 등을 오려 붙여 서류를 조작해 수술보험금 130만원을 수령했다.

이어 설계사들이 직접 나서 차량 사고 내역을 조작하는 보험사기 케이스가 많았다. 설계사 E씨는 본인이 대리운전을 하던 차량에 접촉사고가 발생하자 자신이 보유한 승용차를 후진하다 주차된 차량에 접촉하는 사고가 난 것처럼 사고 내용을 조작해 대물배상 보험금 90만원을 타내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설계사 F씨의 경우 남편이 영업용 덤프트럭을 운전하던 중 주차된 차량에 접촉하는 사고를 내자 영업용 덤프트럭의 보험료 할증을 회피하기 위해 본인의 다른 차량으로 교통사고를 낸 것처럼 사고 내용을 조작, 대물배상보험금 225만원을 받으려 하다가 덜미를 잡혔다.

설계사 G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치킨집 배달 아르바이트생이 만 26세 이상 한정운전 특별약관에 가입된 이륜차량을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자, 자신이 운전한 것처럼 속이고 대물배상보험금 330만원을 타내려 했다. 아버지의 차량을 무면허로 운전하던 중 교통사고를 낸 설계사 H씨는 아버지가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낸 것처럼 사고를 조작해 대물배상보험금 66만원을 편취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이밖에 설계사 I씨의 경우 자신의 집 온수배관 누수로 아래층 거실 천정과 벽체에 피해가 발생하자 뒤늦게 한 보험사의 배상책임보험 특약에 추가 가입하고, 이후 보험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보험금을 청구해 배상책임보험금 190만원 상당을 받으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 같은 보험사기에 더욱 우려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보험 상품을 안내하고 판매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설계사들이 직접 나선 부당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 설계사들의 사기에 더욱 엄정하게 대응해 가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설계사들이 연루된 보험사기는 단순한 개인 차원을 넘어 보험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앞으로 수사기관의 형사처벌과 별도로 행정제재를 통해 이런 보험 설계사들을 모집 현장에서 퇴출시키는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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