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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가 기축통화인 까닭은 미국의 무력 때문?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8.05.17 07:29 수정 2018.05.17 08:01

<호호당의 세상읽기>미국민들이 원하지 않아도 세계경찰 지위 못벗어날 것

CSCT#1(Combat Support Coordination Team 전투지원협조반)에서 근무하고 있는 주한미군 장병이 GOP 동반 경계근무 체험을 하고있다.ⓒ데일리안 CSCT#1(Combat Support Coordination Team 전투지원협조반)에서 근무하고 있는 주한미군 장병이 GOP 동반 경계근무 체험을 하고있다.ⓒ데일리안

앞의 글에서 글로벌 차원에서 최종의 대출자 혹은 신용공급자가 존재하는 한 글로벌 경제는 금융위기가 터지든 경제 공황이 발생하든 상관없이 파국(破局)으로 치닫는 법은 없다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글로벌 경제에 있어 ‘최종의 대출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잠깐 생각해보자.

오늘날 돈은 과거와 같이 더 이상 금이나 여타 귀금속에 바탕을 둔 경화(硬貨)가 아니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그냥 종이딱지에 불과하다. 나라 안에서라면 필요에 따라 중앙은행이 무한정 찍어내고 유통시킬 수 있다. 종이딱지에 불과하지만 최고의 사회적 신용과 신뢰가 있는 국가의 보증이 뒷받침되기에 모두들 편히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각국의 종이돈은 그 나라 안에서나 통하는 법이고 국제관계 또는 글로벌 세상에선 여전히 그냥 종이돈으로 환원이 된다. 따라서 각국의 종이돈이 나라 간에 통용되기 위해선 나라 간에 서로의 돈에 대해 일정한 교환비율을 정한 뒤 상호 인정한다는 계약이 체결되어야 할 것이다.

한미 FTA를 통해 서로의 교역을 원활하게 하듯이 나라 간에 그런 계약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 그런 계약을 체결하는 법은 사실상 없다. 그냥 미국 달러에 대한 교환비율에 근거해서 교환비율 즉 환율을 결정하고 있다.

세계정부가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미국 달러야말로 지구상에서 최고의 신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달러를 기축통화(Key Currency)라고 부른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미디어들은 기축통화인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식의 기사들을 많이 쏟아내었는데 사실 말도 되지 않는 얘기이고 그냥 호들갑이었다.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말은 오늘날 전 세계가 그래도 미국을 가장 신뢰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미국을 가장 신뢰하는가, 그 이유는 뭘까? 미국의 공신력(公信力)이 가장 크기 때문일 것이고 그 배경에는 미국이 글로벌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라는 점이 있다.

그런데 스스로는 국제 관계에서 아무런 가치가 없는 돈이 전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데에는 결국 그 뒤에 그 나라가 가진 힘, 노골적으로 말하면 물리적인 힘, 달리 말하면 무력(武力)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의 그런 역할에 대해 사람들은 세계 경찰이란 표현을 쓴다. 경찰이란 결국 국가의 공권력인데 세계 정부 혹은 세계 국가는 없기에 미국이 대신 역할을 맡고 있다.

20세기 초반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당시 열강들이 모여서 국제연맹도 만들어보고 다시 국제연합(UN)도 만들어 보았으니 당초의 이상과 목표와는 거리가 너무나도 멀었다. 사실상 실패였다.

오늘날 국제연합은 상당히 제한적인 역할만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약소국들이 나와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고 강국들의 로비 장소이기도 하며 부수적으로 인류 전체에 유익한 활동들을 하는 유엔이다.

이에 오늘날 널리 통용되는 글로벌 통화를 발행하고 동시에 세계경찰 역할을 맡고 있는 미국은 일종의 준(準)세계 정부인 셈이다. 글로벌 세상에서 최종의 대출자, 즉 글로벌 중앙은행 역할도 하고 동시에 세계경찰 노릇도 하고 있는 미국인 것이다.

시장경제는 늘 위 아래로 요동치기 마련이고 경제적 거품 또한 발생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거품 소멸에 따른 일종의 조정 과정인 불황이나 패닉 또한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글로벌 최종 대출자가 현재로선 건재하기에 전 세계가 경제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세계적인 권력의 교체기 또는 공백기에 발생했던 1929년의 대공황은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으나 오늘날 글로벌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미국이 아직은 건재하기에 국지적인 공황이나 경제위기는 발생할 수 있고 또 발생하겠지만 그것이 글로벌 전체로 퍼질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지구촌은 부분적으론 골치 아픈 문제가 많고 분쟁이 늘 발생하고 있어도 전체적으론 잘 돌아가고 있고 오랜 평화를 구가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헤게모니 국가 즉 최강국인 미국의 세계 경찰의 역할이 지금까지 그런대로 잘 수행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세계경찰’이란 말, 영어로는 Global Policeman 이라 한다. 물론 비공식적인 용어이다.

세계경찰의 역할은 지난날엔 영국, 즉 대영제국이 맡고 있었는데 1929년의 세계 대공황으로 인해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제2차 대전으로 인해 파산하고 말았다.

제2차 대전 이후 전 지구촌은 두 개의 권력 구도로 양분이 되었으니 미국과 소련이었다. 그 두 거대권력은 당연히 한 판 자웅을 겨루어야 할 입장이었으나 핵무기가 등장하는 바람에 정식으로 붙어보진 못하고 이런저런 대리전 양상을 펼치면서 서로 째려보고 가끔은 할퀴기도 하다가 결국 소련이 나자빠지고 말았다. 1991년 말의 일이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미국 단독으로 세계경찰 역할을 맡아오고 있다. 이는 미국 국방부의 작전 관할도에 명백하게 나타나있다. 미 국방부는 전 세계를 6개의 지역으로 나누어 지역별 통합사령부(UCC)를 두고 있고 별도로 특수작전과 수송, 전략 분야를 담당하는 3개의 통합사령부를 운용하고 있다. (궁금하신 분은 영문 위키에 들어가서 'Unified combatant command'라 입력하시면 되겠다.)

작년 북한의 김정은은 핵을 탑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통해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는 지역의 조폭 혹은 깡패가 중앙 경찰청 본부로 쳐들어가겠다는 것과 동일한 얘기였다. (그 할아버지인 김일성은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과거 일제 시절 항일유격대를 이끌고 일본 경찰의 파출소를 공격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있다.)

북한이 저처럼 마구 겁 없이 행동할 수 있는 이유는 북한이 글로벌 경제와 교역에서 사실상 단절되어 있기 때문이고 그 때문에 북한은 빈곤하게 지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의 저 무지막지한 행동은 결국 가난과 빈곤을 담보로 하는 것이니 참으로 모순이다.

이처럼 북한이나 이란 등의 몇 나라를 제외하면 오늘날 미국의 경찰 역할에 대해 본격 시비를 거는 나라는 거의 없다. 단지 투덜대는 나라는 상당히 많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이 그런 미국의 역할에 대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본격의 정식 도전장은 아니고 적어도 서태평양 일대에선 중국이 두목 노릇을 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서태평양 일대에선 미국의 경찰 역할을 고분고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얘기이다.

황제로 등극한 중국의 시진핑은 항공모함 전단을 꾸린 다음 남지나해는 물론이고 며칠 전에는 서태평양까지 진출해서 대규모 기동훈련을 통해 황제의 위엄을 과시했다.

하지만 정작 중국이 미국에 대해 도전장을 내민 것인지의 여부는 확실치 않다. 시진핑 스스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것인지 진짜 미국을 젖히고 글로벌 최고의 자리, 즉 ‘중국몽’을 구현하기 위한 것인지는 사실 애매하기 때문이다. 북한이나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체제의 나라들은 말로는 큰 소리를 쳐도 실제 행동은 또 다르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어쨌든 간에 현재 미국은 중국을 이 시점에서 견제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고 진영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나머지 국가들에 대해 어느 편을 들래? 하고 물어보고 있다. 이에 미국과 중국은 과거 미소간의 냉전과는 또 다른 스타일의 전쟁에 들어갔다.

하지만 나 호호당이 예측하기론 미중 전쟁은 의외로 쉽게 마무리가 될 것이라 본다. 중국은 자체의 문제만으로도 운신이 힘들고 벅차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정당성 확보를 위해 경제적으로 그간 엄청난 무리를 거듭해 왔기에 향후 수 년 안에 중국 경제가 붕괴하고 나면 도전을 논하기조차 민망한 지경이 될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사실 미국인들은 그들이 세계경찰 역할을 맡고 있고 맡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상당히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가 왜 전 세계의 안전과 치안을 책임져야 하는데?"하고 반발도 상당하다. 트럼프의 말은 그런 미국인들의 불만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경찰로서의 미국의 역할은 불가피하고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보통의 미국인들은 잘 모르고 있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세계경찰의 역할을 내려놓고 보통의 나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밖의 세상에 대해 미국이 개입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전적으로 손을 떼고 돌아서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까닭이다.

미국은 그들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상관없이 ‘글로벌 제국’이란 점에서 그렇다. 그렇기에 미국 달러는 기축통화인 것이고 미국은 세계경찰 역할을 마다할 수 없는 것이다.

다음 글에선 ‘글로벌 제국으로서의 미국’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글/김태규 명리학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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