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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개편안 반대' 美 글라스 루이스, 엘리엇 맞춤형 자문?

박영국 기자
입력 2018.05.15 15:52 수정 2018.05.15 17:52

반대 근거 대부분 기존 엘리엇 주장 그대로 되풀이

업계, "투자자들에게 영향 미치지 못할 것"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전경.ⓒ현대차그룹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전경.ⓒ현대차그룹

반대 근거 대부분 기존 엘리엇 주장 그대로 되풀이
업계, "투자자들에게 영향 미치지 못할 것"


미국의 의결권 자문사 글라스루이스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지만 반대 근거 대부분이 기존 엘리엇의 주장을 그대로 가져온 것에 불과해 투자자들을 위한 자체적인 분석 노력이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이 일고 있다.

미국의 의결권 자문사 글라스루이스는 15일 합병비율이 현대모비스 주주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현대모비스 사업분할 안건에 반대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지주사 전환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이는 미국계 벌처펀드인 엘리엇의 주장을 그대로 대변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엘리엇은 현대차와 모비스를 합병한 뒤 투자회사 및 사업회사로 나누는 4단계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를 주장한 바 있다.

특히 글라스루이스는 엘리엇이 현대차 지배구조 갠편안에 대해 그동안 내놓은 의견들을 일자별로 소개하기까지 했다. 글라스루이스는 “엘리엇은 이번 개편 안이 분할합병의 논리가 충분하지 않고 모든 주주에게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히는 등 엘리엇의 반대 논리를 하나하나 인용하면서 반대 논거를 구성했다.

글라스루이스는 이번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과 유사하다고도 언급했다. 이 역시 지난 11일 엘리엇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펼친 주장한 것과 같은 프레임이다. 당시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납득하기 어려운 근거로 합병에 대한 정당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와 유사한 형태라고 주장한 바 있다.

글라스루이스는 또한 “엘리엇이 제안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가 단순화되면서 실용적일 수 있는 방안”이라며 엘리엇의 주장에 동조했다.

지난달 엘리엇은 현대차와 모비스를 합병한 뒤 투자회사와 사업회사 분할 등 4단계의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금산분리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 위반이어서 사실상 명분을 잃은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모비스의 모듈 및 AS부품 사업을 떼어내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에 대한 의견도 엘리엇과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글라스루이스는 “엘리엇은 금번 개편 안으로 현대차그룹 계열사들과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우리는 보다 구체적으로 모비스가 고수익 사업을 글로비스에 떼어 줌으로써 모비스 주주들에게 부적절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글라스루이스는 현대차그룹이 최근 미래 발전전략과 주주친화 정책을 발표한 것도 엘리엇 등이 지적하는 우려들이 타당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같은 글라스루이스의 주장에 대해 다양한 투자자들에게 의결권 권고를 해야 하는 자문기관이 단기 투기성 성향을 보이는 엘리엇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는게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라스루이스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하는 추가적인 근거를 제시하거나 새로운 대안을 내놓는다면 모르겠지만 이런 수준이라면 엘리엇 맞춤형 자문에 불과해 보인다”면서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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