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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은 밥심” 옛말…新 ‘쌀소비’ 풍속도

김지수 기자
입력 2018.05.16 05:00 수정 2018.05.16 05:57

하루 1.5공기…쌀밥 대신 빵·시리얼 섭취↑

1인 가구·혼밥 트렌드로 쌀밥 외면 “귀찮아”

하루 1.5공기…쌀밥 대신 빵·시리얼 섭취↑
1인 가구·혼밥 트렌드로 쌀밥 외면 “귀찮아”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양곡소비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196.3g에 그쳤다. 이는 하루 평균 약 1.5공기에 해당하는 양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저다. ⓒ게티이미지뱅크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양곡소비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196.3g에 그쳤다. 이는 하루 평균 약 1.5공기에 해당하는 양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저다. ⓒ게티이미지뱅크

올 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양곡소비량조사 결과’를 보면 2017년 1인당 연간 양곡(쌀과 기타양곡) 소비량은 70.9㎏이다. 양곡 소비량은 1981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30여년 전인 1986년(142.4㎏)에 비해 절반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쌀’ 소비량 급감이 주도했다. 쌀을 제외한 기타양곡 소비량은 2014년 8.7㎏에서 지난해 9.1㎏으로 완만하게 증가했다.

지난해 1인당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169.3g에 그쳤다. 밥 한 공기(210g 기준)에 쌀이 약 90~100g이란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인은 하루 평균 약 1.5공기의 밥을 먹는 셈이다. 이는 1970년 373.7g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1964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다.

이런 가운데 곡류를 이용한 간편조리식품 소비량은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쌀 소비량이 증가한 업종은 면류·마카로니 및 유사식품(39.8%)과 도시락 및 식사용 조리식품(14.1%) 순으로 비중이 컸다. 도시락 및 식사용 조리식품 제조업은 육류, 채소, 곡물 등의 재료를 혼합·배합해 식사용 도시락, 김밥, 피자 만두 등 조리식품을 제조하는 산업활동이다.

연도별 1인당 양곡 소비량 ⓒ통계청 연도별 1인당 양곡 소비량 ⓒ통계청

쌀로 지은 ‘밥’ 대신 간편 가정식이나 가공식품 등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대신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한국인 밥심’은 옛말이 된지 오래인 지금, 현대인들의 쌀 소비 행태를 들여다봤다.

5년째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A씨는 하루 세끼 중 저녁식사는 밥 대신 두유나 달걀을 택한다. 불규칙한 식습관과 생활 패턴으로 몇 년전 역류성 식도염이 생겨 고생한 뒤부터다. A씨는 “저녁만큼은 밥을 먹기보다 가벼운 식사가 소화에 도움이 되더라”고 말했다.

20대 B씨도 1주일에 3회 이상 밥 대신 빵, 시리얼, 라면 등으로 탄수화물을 섭취한다. 자취 8년차인 그는 “빵이나 시리얼이 밥보다 먹기 간편하다”며 “혼자 먹기 위해 매번 밥, 국, 반찬을 차리기 귀찮다”고 했다.

바쁜 현대인에게 아침밥은 사치라 여기는 사람도 많았다. 아침 시간 확보를 위해 아침밥을 거른다는 직장인 C씨는 “아침에 잠을 더 자고 싶어 아침밥은 거른다. 밥 먹는 시간을 아껴 차라리 조금이라도 더 자는 게 낫다”고 전했다.

1인가구 증가와 혼밥 트렌드로 끼니를 밥으로 챙겨먹는 사람은 줄면서 쌀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다. 정부는 쌀 섭취 독려, 쌀의 영양적 가치 홍보 등 소비를 늘이는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농민들의 어려움은 여전하다.(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1인가구 증가와 혼밥 트렌드로 끼니를 밥으로 챙겨먹는 사람은 줄면서 쌀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다. 정부는 쌀 섭취 독려, 쌀의 영양적 가치 홍보 등 소비를 늘이는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농민들의 어려움은 여전하다.(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또 ‘혼밥’의 빈도가 잦아지고 이제는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으면서 쌀밥 소비량이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주부 C씨는 장성한 두 자녀와 남편이 출근한 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 그는 “혼자서 밥을 먹기 싫고 끼니를 다 챙겨야 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아 배고플 때는 간단히 떡을 먹는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전례 없이 낮은 쌀 소비량에도 불구하고 벼농사는 수년째 풍작이다. 논 면적은 해마다 감소하지만 품종 다변화와 재배기술 향상으로 재고는 쌓여가고 농민들은 가격하락과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정부는 ‘쌀 섭취’를 독려하고 외국 원조, 저소득층 무상 지급 등 소비를 늘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쌀의 영양적 가치를 알리고 초등학생 쌀 중심 식습관 학교, 대학생 천원의 아침밥 등 실질적 소비를 창출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했다.

농식품부는 쌀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고 쌀 섭취 식습관 형성을 위한 교육·홍보를 지속하는 한편 아침밥 먹기 캠페인 추진, 식품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쌀가공식품 개발 지원 등 간편하고 건강한 쌀 섭취 여건 마련을 위한 노력도 함께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김지수 기자 (jskim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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