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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미스터리 투성이·충격 결말…영화 '버닝'

부수정 기자 | 2018-05-17 08:56
영화 영화 '버닝'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가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서 자란 친구 혜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는다.ⓒ파인하우스필름

이창동 감독 영화 '버닝' 리뷰
유아인·스티브 연·전종서 주연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20대 청년 종수(유아인). 그의 곁엔 가족이 없다. 엄마는 누나와 종수를 두고 집을 떠났고, 아빠는 범죄를 저질러 재판을 받고 있다.

문예창작과를 나온 종수는 작가를 꿈꾸는 청년이기도 하다. 꿈을 이루기에 녹록지 않은 현실을 살고 있던 어느 날, 종수는 배달을 갔다가 어릴 적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해미(전종서)를 만난다. 해미는 믿으면 실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자, 종수와 비슷한 처지의 20대 청춘이다.

아프리카 여행을 준비 중인 해미는 종수에게 아프리카에 가 있는 동안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돌봐달라고 한다. 종수는 선뜻 부탁을 들어줬고, 여행에서 돌아온 해미를 만난다. 그녀는 혼자가 아닌 둘이었다.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브 연)이 해미 곁에 있었다.

말끔한 외모에 외제차를 타고, 고급빌라에 사는 벤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 같다. 종수는 그런 그가 의심스럽기만 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해미가 종수 곁에 있어 더 그렇다.

그러던 중 벤과 해미는 종수의 집에 찾아오고, 벤은 자신의 비밀스러운 취미를 고백한다. 종수의 의심은 더 커지고, 해미와 연락이 닿지 않자 종수는 무서운 예감에 사로잡히며 벤을 뒤쫓기 시작한다.

영화 영화 '버닝'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가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서 자란 친구 혜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는다.ⓒ파인하우스필름

영화 '버닝'은 '초록물고기'(1997), '박하사탕'(2000), '오아시스'(2002), '밀양'(2007), '시'(2010) 등을 만든 이창동 감독의 6번째 장편영화다. 이 감독은 '시' 이후 8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가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서 자란 친구 혜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는다.

영화는 희망 없는 내일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분노, 무력감, 그리고 우울함을 담았다.

유아인이 연기한 종수는 시작부터 끝까지 어둡다. 곁을 내어줄 수 있는 가족도 친구도 없다. 그러다 해미를 만나 처음으로 미소 짓지만, 해미를 만나면서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다.

전종서가 맡은 해미 역시 오갈 데 없는 청춘을 의미한다. 카드값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해미는 겉으론 아무 생각 없이 밝아 보이지만, 그 이면엔 슬픔이 느껴진다. "사라지고 싶다"는 해미의 말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춤을 추는 해미의 행동에선 자유에 대한 열망이 엿보인다.

벤은 겉으로 화려해 보이지만 수상 쩍은 인물이다. 그의 수상한 행동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버닝'은 세 인물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의 어두운 모습을 짚는다.

초반부 드라마 같던 영화는 벤의 등장으로 긴장감을 부여한다. 자신의 취미를 고백하는 벤, 흔들리는 종수, 갑자기 사라진 해미가 맞물리면서 이야기엔 속도가 붙는다. 해미가 실종된 후 종수가 벤을 의심하고 추적하는 과정은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드디어 마주하게 된 결말은 꽤 충격적이다. 영화는 결말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극을 마무리한다.

영화 영화 '버닝'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가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서 자란 친구 혜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는다.ⓒ파인하우스필름

앞서 이 감독은 "미스터리 그 자체"라고 영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전작들과) 다른 방식으로 관객에게 말을 거는 영화"라며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 카테고리를 만들 수도 있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또는 이야기에 대한, 또는 영화 그 자체에 대한 미스터리로 확장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의 말마따나 영화는 미스터리 투성이다. 종수, 벤, 해미 모두 어떤 단어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인물이다. 영화는 이들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관객들이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가령, '벤은 누구일까', '해미의 우물 이야기는 진짜일까?', '고양이는 실제로 있었을까?', '해미는 어디 있을까?' 등 여러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모든 게 명쾌하지 않아 해석의 여지가 많은 작품이다. 친절한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 입장에선 불편하게 느끼는 지점이다.

극 초반 해미가 종수에게 던진 "이제 진실을 말해봐"라는 대사야 말로 관객이 영화에 묻고 싶은 질문이다.

이 감독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젊은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보면서 요즘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을 그리고 싶었는데 '버닝'이 그 결과물"이라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이어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요즘 세상을 생각해봤다"며 "요즘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보다 못 살고, 힘들어지는 최초의 세대라고 생각한다. 계속 발전했지만, 더 이상 좋아질 것 같지 않은 느낌이랄까. 젊은이들이 느끼는 무력감과 분노도 생각했고, 무엇 때문에 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를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영화 '버닝'은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가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서 자란 친구 혜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는다.ⓒ파인하우스필름

결말에 대해선 "일상의 스릴러와 긴장을 담았다"며 "누구나 명쾌하게 받아들일 결말은 아니지만, 커다란 충격이나 반전일 수 있다.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결말이다. 젊은이들의 정서와 감각을 통해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아인은 우울하고, 복합적인 감정을 지닌 어려운 캐릭터를 매끄럽게 연기했다. 유아인은 "표현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연기하고 싶었다"며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연기하며 해석의 여지가 있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숙제였다"고 털어놨다.

신인 전종서는 연기 경험이 전무한 신인 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다소 어려운 캐릭터인 해미는 신비롭고 독특한 이미지의 전종서와 잘 어울렸다.

스티븐 연 역시 정체불명의 벤을 무난하게 표현했다.

'버닝'은 제 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이 감독은 2007년 '밀양'(전도연 여우주연상 수상), 2010년 '시'(각본상 수상)에 이어 세 차례 연속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사표를 던지게 됐다.

5월 17일 개봉. 147분. 청소년관람불가.[데일리안 = 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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