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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여론조작게이트’ 특검 늦추는 진짜 이유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8.05.12 09:18 수정 2018.05.12 10:59

<칼럼>시대적 함의 덮고 지방선거 승산 따지는 소인배 정치

IT기술이 민주주의에 기여하도록 어떻게 제도 최적화하느냐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로 전략공천되며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김경수 예비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드루킹 네이버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소환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로 전략공천되며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김경수 예비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드루킹 네이버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소환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에도 불구하고 김경수 의원은 경남지사선거 출마를 강행했다. 접전지역, 전략지역이라면 청와대에서는 정밀조사를 하곤 한다. 김경수 의원이 현정부에서 갖는 위치를 감안하더라도 ‘강행은 승산을 전재로 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여권이 주장하는 데로 ‘개인의 일탈’이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 승산의 전망을 현실화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여권은 ‘특검’을 최대한 피하고 늦추려고 하는 것이리다. 그러나 그 승패는 대한민국 차원에서는 작은 것일 수 있다.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의 시대적 함의를 제대로 보고,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야 말로 더욱 중요한 일일 것이다.

최근 기술발전에 의해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하는 상황을 자주 보게 된다. ‘페이스북’이 이용자 정보를 제대로 관리치 못해 미국 대선에서 엄청난 표심왜곡이 있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Mark Elliot Zuckerberg)가 미국 의회에 출석하여 해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미국 뿐 만이 아니다. G2의 하나인 중국에서도 ‘모바일 디지털 전체주의’의 논란이 있었다. 발전된 모바일 통신기술을 활용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는 커녕, 독재의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지적과 우려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드루킹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론조작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 범죄가 대선기간에 벌어졌다면, 권력형성에 잘못된 기술이 악용된 것이므로 ‘권력의 정통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처음에는 광고시장의 ‘어뷰징(abusing)’에서 시작된 기술이 규모가 커지면서 정권을 찬탈할 수도 있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좀도둑이 나라를 빼앗는 역적으로 진화한, 현대버전의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처음에는 어떤 모임이나 그룹을 만들어 수작업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그게 ‘경공모’라는 대규모 조직으로 발전하고, 그들의 활동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게 매크로 프로그램이다. 어차피 광고시장에서는 일반화된 프로그램이었으니 자연스런 진화라 할 수 있다. 나아가 그 프로그램의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특화된 서버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게 ‘킹크랩’이라 불린 서버다. 외국에 위치한 클라우드 서버를 활용하여 기능은 극대화하고 보안의 이점도 확보할 수 있었다. 기능이 자동화되면서 원료도 많이 필요했을 것이다. ‘경공모’ 회원들의 아이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들은 포털의 의도적인 ‘제도적 불비’를 확인하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아이디를 다량으로 생성했을 것이다.

‘묵시적’ 공범도 있었다. 포털서비스 사업자들이다. 그들은 불법과 탈법의 여건을 만들어 줬고, 불법을 묵인했고, 그 수익을 향유했다. 오히려 드루킹 등 주범보다 더 중요한 범죄자일 수 있다. 포털은 광고수익을 올리고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뒷문을 열어줬다.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사례를 확인했을 것이지만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다. 감히 청하지는 못할 수 있으나 마다할 이유가 없다. 돈과 영향력을 즐기고만 있으면 됐다.

포털의 맹점을 뚫고 가짜 뉴스가 만들어지고, 댓글이 붙었다. 그 기사와 댓글에 ‘좋아요’, ‘공감’이 따라오면서 가짜나 균형을 잃은 기사가 뉴스상단에 배치됐다. 그러나 포털은 방관하고 있었다. 그런 가짜뉴스들이 다시 높은 ‘공감’을 핑계로 인기기사로 재생산되고, 그 재생산구조는 광고가 붙어 또 돈이 됐다. 포털은 기자 한명 두지 않고 가장 중요한 뉴스생산자로 호령했다. 사회적 ‘의제 설정(議題設定, agenda setting 아젠다 세팅)’ 기능을 감당하고, 그 아젠다를 가지고 광고시장을 호령했다. 왜 스스로 그런 이득이 거부하겠는가? 모든 방송(지상파, 종편, 보도채널 등) 프로그램 작가들도 일단 포털의 기사를 베끼기 바쁘다. 무난하고 위험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는데 누가 시비를 걸겠는가? 다른 방향의 여론 재생산구조다.

포털은 공룡이 됐다. 책임은 회피하고, 영향력은 극대화한다. 10여년전, 한 때 ‘다음’ 등 일부 포털이 기자를 두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과욕은 말썽만 일으켰다. 기자가 있고, 스스로 기사를 생산하면 언론으로 사회적 책임을 피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문제제기가 되자 기자를 없애고 직접적인 기사작성을 포기했다. 스스로 언론이길 포기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후로도 언론사와의 마찰을 피할 수 없었다. 시장지배적 유통업자의 ‘갑질’에 전념한 것이다. 포털은 일부 선진국사례를 들어 ‘자율규제’라는 명분으로 정부규제를 피했고, 언론사의 기사와 블로거의 글들로 그 이상의 영향력을 키워갔다. 이번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이 기자출신이기는 하자만, 포털의 대관업무를 담당하던 부사장이었다는 것은 포털의 영향력이 언론사를 크게 앞섰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청와대 홍보수석은 신문사출신, 방송사출신, 포털출신으로 매체의 영향력에 따라 달라졌다.

2000년대 이후 IT혁명은 누구도, 어떤 나라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현상이다. 구글 검색, 애플 아이폰, 아마존 킨들, 트위터, 페이스북 등 IT기술주도 기업과 사업들은 우리생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포털을 중심으로 한 IT생태계’는 유난히 기형적이다. 구글의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 같은 사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술은 ‘가치중립적’이다. 기술자체로만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를 점칠 수 없다. 인류진화에 큰 영향을 끼친 ‘불과 칼’이 부엌에서 쓰이면 사람을 이롭게 하지만, 전쟁터에서 쓰이면 사람을 죽인다. IT기술은 민주주의의 이상을 현실화할 수 있지만, 잘 못 쓰이면 민주주의를 형해화(形骸化)시키는 괴물이 된다. 기술발전은 본능에 의존하는 측면이 많다. 인터넷 보급과 발전에 포르노가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지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동력을 잃지 않으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국가는 포르노물에 대한 기준과 관리체제를 만들고 개선하고 있다. ‘기술적 진보’가 ‘제도적, 관리적 시스템’ 진보와 함께 가지 않으면 사악해 질 가능성이 크고 부작용이 순기능을 압도하게 되기 때문이다.

드루킹 사건은 우리에게 현실적 위협을 자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이제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매크로의 유혹에 넘어간 정권을 정죄하고자 함이 아니다. 범죄자의 처벌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IT기술이 민주주의에 기여하도록 어떻게 기술과 제도를 최적화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세월호 사건’이 정치에 이용되는 와중에, 지난해 해난사고는 사상최다란다. 어떤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 정치주체들이 정치적 이불리(利不利)를 먼저 생각하면 사회적 발전을 이룰 수 없다. 증상은 악화되고 더 나쁘게 되풀이 될 뿐이다. 조사하고 개선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 첫 단추는 객관적인 현황파악이다. 정권,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객관적인 기구의 냉정한 조사 말이다. 이번 드루킹 여론조작사건에서 그 객관적인 기구는 ‘특검’임이 틀림없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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