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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제재로 건설수주 막혀…"중동 상황 어차피 녹록지 않아"

이정윤 기자
입력 2018.05.14 06:00 수정 2018.05.14 06:03

기존 사업지연 불가피하지만 큰 피해는 없을 것

달라진 시장 분위기에 중동사업 더 어려울 전망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와 예전과 달라진 시장 분위기에 중동지역 해외건설이 더욱 녹녹지 않을 전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와 예전과 달라진 시장 분위기에 중동지역 해외건설이 더욱 녹녹지 않을 전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이란 핵협정 탈퇴 의사를 밝히고, 10일부터 첫 이란 제재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당분간 이란지역에서의 해외건설 신규수주에 대한 희망이 꺾였다. 현재 이란에서 국내 기업들이 진행 중인 사업들도 답보상태에 놓였지만,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가가 상승함에 따라 중동지역의 발주증가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국내 건설사들에겐 비보라는 시각도 있다. 예전과 달라진 시장 상황에 기대만큼 중동지역의 발주량이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어려워진 이란 신규수주에 기존 사업지연도…“큰 피해는 없을 것”

지난 2016년 1월 국제 사회의 이란 경제제재 해제가 공식화 된 후 활기를 띈 이란지역 해외건설 수주가 다시 위기에 부딪혔다.

이란은 국가재정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요구하는 사업이 대부분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에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수출입은행에서 금융지원을 해주기도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이 또한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규수주가 막힌 것은 물론이고 기존에 진행 중이던 사업들도 지연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14일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해외건설 계약액은 총 290억599만달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이란지역에서 발생한 금액은 52억3756만달러 규모로 전체 수주 국가들 중 1위를 차지했다.

국내기업이 이란에서 수주한 굵직한 사업으로는 ▲현대엔지니어링‧현대건설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공사’(32억8700만달러) ▲대림산업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공사’(19억3860만달러) 등이 있다. 이 사업들은 지난해 3월 모두 본계약까지 마무리 지었다.

미국 핵협정 탈퇴로 사업지연은 불가피하지만 이에 따른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본계약이 체결되긴 했어도 아직 착공에 들어가진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착공에 들어가려면 본계약 체결 후 금융조달계획 확정 등 파이낸싱 클로징(Financing closing)까지 이뤄져야 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현재 이란에서 몇몇 사업들은 얼리워크(Early work)라고 해서 파이낸싱 클로징 이전에 부지를 정리하는 등 사전 정리 작업이 시작되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간 것은 아니므로 국내기업들이 대규모 피해를 입진 않을 것”이라며 “과거 악화된 경제상황에 2~3년간 사업이 정지됐다가 재개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유가상승에 중동지역 발주량 증가 기대는 ‘금물’

이번 이란 문제로 중동지역 해외건설 시장은 더욱 녹녹지 않아질 전망이다. 중동국가들의 경우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중동시장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저유가가 꼽힌 만큼 최근 상승세를 탄 유가에 따른 발주량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가상승과 발주량 증가가 비례하는 공식은 옛말이라고 조언한다. 중동시장의 분위기 자체가 이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중동 산유국들이 발주하는 사업들은 플랜트건설 등 정유화학과 관련된 프로젝트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최근에는 탈석유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플랜트보다는 인프라건설 위주의 사업을 발주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해건협 관계자는 “중동시장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유가가 올라간다고 해서 발주량이 느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동안 국내기업들이 중동지역에서 가장 활발히 수주활동을 펼쳐왔지만, 유로화 강세로 유럽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중동시장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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