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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 1년 초라한 경제성적표 근본원인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8.05.10 07:50 수정 2018.05.10 08:04

<칼럼>'시장은 악하고 정부는 선하다'는 독단 버려야

최저임금 강제 인상, 경직된 근로시간 단축 등 무리수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째인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가 고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째인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가 고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문재인 정권 출범 1년을 맞아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 의하면 외교나 안보에 비해 일자리 등 정부가 밀어붙인 '소득주도 성장' 실험의 성적표가 초라하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등 많은 파격적인 정책을 실시했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민간 투자가 약화되어 산업 생산은 5년 새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으며, 제조업 가동률은 70.3%로 금융 위기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았다.

무엇보다 지난 3월 실업률이 1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해 문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직접 챙기겠다”고 했던 일자리는 호전은커녕 ‘일자리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요약하면 세계 경기 호전과 반도체에 의존하는 수출 부문 말고는 대부분의 지표가 꺾이고 하락한 것이다.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 왜 우리만 모처럼 찾아온 세계 경제의 호황과 엇박자를 내는 것일까?

"시장은 악(惡)이고, 정부는 선(善)하다."

필자는 위와 같은 새 정부의 독단이 현 상황의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새 정부 출범 후 복지와 분배에 대한 기대는 한껏 높아졌지만, 노동 개혁과 구조조정 등 지금은 고통스럽지만 우리 미래를 위해 피해서는 안 될 정책들은 실종됐다. 또한 세금으로 공공 일자리 만들기처럼 '해 준다' '더 준다'는 선심 정책은 봇물처럼 터졌지만 그 돈을 누가 댈 것인지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민간 지출과 비교한 정부 지출 비율이 31%를 넘어서 지난 35년 동안 가장 높았는데 이는 심각한 문제다. 경제가 정체된 상황에서 정부 지출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민간 지출을 위축시키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를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 정부는 앞으로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현재의 심각한 경제 위기를 돌파하고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가?

먼저 문 대통령은 경제 분야의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문 대통령 자신이 현재의 고용 위기나 제조업 위기를 경기 사이클 상의 불황 정도로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그리고 정책의 방향을 '친노동'이 아니라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 등 '친시장'으로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가설에 더 이상 집착해선 안 된다.

물론 필자도 일자리 정책이 최고의 성장전략이자 양극화 해소 정책이며, 복지정책이라는 새 정부의 문제 인식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실제 일자리 부족은 양극화 심화, 소비부진, 가계부채 악화, 결혼 기피 등 총체적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공공부문에 의한 일자리 창출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요약하면 '공공 81만개의 일자리 창출', '노동시간 감소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 '비정규직 철폐 등을 통한 일자리 질 높이기'다. 모두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 아니라 시장과 '맞서는' 정책이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점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정책이다. 새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는 궁극적으로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만든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공공기관에 책상 몇개 더 넣는 구시대적 방식은 결국 민간기업의 일자리만 구축하고 생산성 낮은, 가까운 미래에 없어질 일자리만 양산하는 격임을 명심해야 한다.

일자리는 결코 구호만 요란하다고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왜 취업 사정이 악화하는지 근본 원인부터 따져봐야 한다. 취업 호황을 누리는 미국, 일본, 독일과는 달리 국내에서 고실업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은 '경제의 성장엔진'이 꺼졌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것은 결국 기업이 국내 투자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경직된 노동구조에서 강성 노조가 판치고, 온갖 규제는 천국을 이루고 있는데, 이런 지옥 같은 기업 환경에서 투자가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지 않는가?

정부는 최저임금 무리한 인상, 비정규직 강제 정규직화, 고용 유연성 정책 백지화, 경직된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는 결코 '일자리 정부'를 실현할 수 없음을 깨닫고 지금이라도 정책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라는 말이 있다. 맹자 '양혜왕편(梁惠王篇)'에 나오는 말로,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하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긴다(國以民爲本, 民以食爲天)'는 말과 같은 말이다.

결국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는 국민의 체감도가 어느 곳보다 높은 분야로 여기서 실패하면 민심을 붙잡을 수 없고, 남북 관계나 외교·정치 분야의 화려한 성과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새 정부는 동서고금의 모든 역사를 볼 때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정권이 성공한 예는 없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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