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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국회의원으로 산다는 것은......

이석원 객원기자
입력 2018.04.28 05:00 수정 2018.04.27 22:55

‘알쓸신잡-스웨덴①’ 특권 없는 그들이 누리는 절대 특권

세계에서 가장 성숙한 민주주의 만든 3D 직업 종사자들

스웨덴에는 약 3100명이 넘는 한국 교민이 살고 있고, 한국인 입양 동포 1만 1000명이 살고 있다. 요즘 K-pop과 K-드라마에 열광하는 그들은 이전보다 한국을 훨씬 가깝게 여기고 있다. 게다가 지난 평창 올림픽을 통해 한국과 스웨덴은 8000km 넘게 떨어진 머나먼 ‘다른 나라’라는 생각보다 훨씬 가까워져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스웨덴을 잘 모른다. ‘알쓸신잡-스웨덴’은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신기한 잡학사전’으로 스웨덴을 이야기한다. 스웨덴의 정치 경제 사회는 물론 문화와 풍습 등을 격주로 다룬다. [편집자 주]

멜라렌 호수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의 스웨덴 국회의사당. (사진 = 이석원) 멜라렌 호수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의 스웨덴 국회의사당. (사진 = 이석원)

20대 국회의 임기가 절반가량 지나고 있다. 그 국회 앞에 개헌이라는 막중한 일이 놓여 있기도 하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가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투표법 개정도 골칫거리다. 이미 위헌 판결을 받은 지 2년하고도 4개월이 돼 가는 마당이니 법 개정을 하기는 해야 하는데, 여당이든 야당이든 서로의 다른 잇속 때문에 국회가 돌아가지를 않는다.

이런 가운데 여당은 4월 국회를 멈춰 세운 자유한국당에 대해 “방탄 국회를 만들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검찰로부터 체포 동의안이 올라온 홍문종과 염동렬 의원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불체포 특권이라는 국회의원 최대의 특권에 대해 모처럼 사람들의 입이 심심찮게 됐다.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은 특권과 특혜로 무장한 ‘공공의 적’이 된지 오래다. 이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진보든 보수든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시민의 손으로 뽑기는 마찬가지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대통령보다 더 큰 진정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국회의원. 그렇다면 스웨덴은 어떨까?

스웨덴에는 시민들이 누리는 복지 혜택을 만들고 적용하고 유지하는 이들의 부단한 노력과 자기희생이 존재한다. 그들은 ‘국회의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어지간한 특권과 특혜가 없다. ‘세계에서 가장 특권 없고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국회의원’을 보유한 나라가 스웨덴이다. 스웨덴의 국회의원을 우리의 ‘그것’과 같은 선에 놓고 생각하면 머리가 뒤엉키는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된다.

한국의 국회의원 1명이 1년에 가져가는 돈(세비)은 모두 2억348만 원에 이른다. 상여금을 포함한 연봉 1억3796만 원에 의정활동 경비 9251만 원이 합쳐진 금액이다. 그런데 스웨덴의 국회의원은 연봉 72만 크로나, 우리 돈 약 9000만원을 받는다. 한국과는 달리 관용차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의회에서 반경 50km 밖에 거주하는 국회의원에게는 별도로 월 8000 크로나(우리 돈 약 100만 원)를 주거나 아니면 작은 아파트(방 하나에 거실 하나가 딸린)를 빌려준다.

‘액면가’로도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 달러가 채 안되는 한국과 5만 달러가 넘는 스웨덴이라면 ‘액면가’만으로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게다가 스웨덴은 우리와 달리 상시회기제다. 모든 스웨덴 사람들이 휴가를 가는 7, 8월 두 달을 제외하고 스웨덴 국회는 1년에 10개월 동안 회기가 이어진다. 이런 상태에서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재임 4년 동안 1인당 평균 87개의 법안을 발의한다.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스웨덴 국회에서는 1인당 200개 이상의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이 43명, 150개~199개 법안을 발의한 의원도 47명이나 된다. 최고 기록은 4년 동안 무려 437개의 법안 발의다.

그런데 스웨덴의 349명 국회의원은 개인 보좌관이 없다. 우리 국회의원이 보좌관 2명, 비서관 2명, 그리고 기타 비서와 운전기사 등 국회 사무처에서 임금을 지급하는 보조 직원 7명까지 둘 수 있는 것과는 다르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소속 정당 차원의 정책 보좌관 몇 명에게서 의원들이 도움을 받는다. 즉 수십 개에서 200여개에 달하는 법안을 만들면서 스웨덴의 국회의원은 직접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고, 이해 당사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한다.

이쯤 되면 스웨덴 국회의원이 상당히 고된 직업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이해된다. 문제는 특권도 없다는 것이다.

국회가 있는 스톡홀름에 거주하는 국회의원의 경우 원칙적으로 버스나 전철, 트램 등의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해야 한다. 어쩌다가 혹시 택시라도 타면 곤란해진다. 비용을 국회에 청구할 경우에는 적어도 3장 이상 분량의 사유서를 작성해야 하고, 자기 돈으로 처리한다고 해도 시민들이나 국회 사무처, 또는 소속 정당 관계자가 이를 알면 적절한 변명거리를 대야만 한다. 1995년 당시 부총리였던 모나 살린이 업무용 신용카드로 토블론이라는 막대 초콜릿을 산 것 때문에 부총리에서 물러난 ‘토블론 스캔들’을 생각하면 기가 막힐 노릇인 거다.

스웨덴 국회의원 349명이 1년 중 10개월 동안 상시 회기로 운영하는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사진 = 이석원) 스웨덴 국회의원 349명이 1년 중 10개월 동안 상시 회기로 운영하는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사진 = 이석원)

국회의원이 업무상 해외 출장을 가더라도 항공편은 ‘경제성, 시간, 여건 등을 고려해 가장 저렴하고 가장 빠르며 친환경적인 운송수단을 이용해야 한다’는 의원활동지원법 규정에 따라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한다. 물론 법의 규정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항공사 홈페이지를 이용한 항공편 예약 보다는 저가 항공 예약 사이트인 ‘스카이 스캐너(Sky scaner)’를 애용한다. 그것도 본인이 직접. 물론 출장지 호텔에 대해서도 의원활동지원법은 ‘중간 수준’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식사도 ‘일반 공무원 수준’으로 정해져 있으며, 혹시 초청자가 숙소나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 이는 전체 출장비에서 실비로 공제한다.

이러다 보니 스웨덴은 매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자발적 ‘불출마’가 많다. 평균 30%가 넘는다. 즉, 4년 국회의원 한 후 그만두고 본업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매 선거 때마다 100여 명에 이른다. 꼭 그렇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개중에는 ‘힘들어서 못해먹겠다’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스웨덴에서는 국회의원을 대표적인 3D 직종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국 대기업 과장 수준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눈치 보느라 제 돈도 제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은 연중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휴가를 7, 8월이 아니면 쓸 수도 없는, 그래서 특권은 없고 의무만 강요되는 스웨덴 국회의원을 왜 하려고 들까? 그들은 자신들에게는 절대적인 특권이 있다고 얘기한다. 스웨덴 시민 1000만 명에게는 없지만 자신들 349명에게는 있는 특권, 바로 ‘입법’이다.

349명의 그들이 얘기하는 ‘스웨덴에서 자신들만이 가지고 있는 지상 최대의 특권’은 바로 그것이다. 전용 승강기를 탄다거나, 주차 금지구역에 주차를 한다거나, 공항에서 귀빈실을 통해 검색도 받지 않고 통과하는 그런 특권을 누릴 시간도 없었던 그들은, 그야말로 시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특권으로 ‘만끽’하며 지금의 스웨덴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필자 이석원]

25년 간 한국에서 정치부 사회부 문화부 등의 기자로 활동하다가 지난 2월 스웨덴으로 건너갔다. 그 전까지 데일리안 스팟뉴스 팀장으로 일하며 ‘이석원의 유럽에 미치다’라는 유럽 여행기를 연재하기도 했다. 현재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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