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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잔치' 외국계 생보사…5년 간 1조 '해외로'

부광우 기자
입력 2018.04.25 06:00 수정 2018.04.25 06:22

지난해 5개사 2747억 풀어…94.2% 외국 최대주주 몫

IFRS17 앞두고 자본 압박↑…당국 경고에도 '아랑곳'

라이나생명과 동양생명, 푸르덴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5개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지난해 실적에 대해 실시한 현금 배당은 총 2747억원으로 집계됐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라이나생명과 동양생명, 푸르덴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5개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지난해 실적에 대해 실시한 현금 배당은 총 2747억원으로 집계됐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우리나라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돈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배당금으로 푼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배당금은 대부분 해외에 있는 본사로 흘러가게 되는데, 이런 식으로 최근 5년 동안에만 1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이 국내에서 빠져나갔다.

외국계 생보사들이 국내 토종 생보사들에 비해 재무적으로 여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보험사들의 자본 부담을 크게 키우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금융당국까지 나서 지나친 배당을 자제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상황에서 적절치 않은 행보란 지적도 나온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대주주가 외국 자본인 생보사 가운데 지난해 실적에 대한 현금 배당을 실시한 곳은 라이나·동양·푸르덴셜·메트라이프·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총 5곳이었다.

이들의 지난해 배당 성향은 평균 36.3%를 기록했다. 배당 성향은 회사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의 비율을 의미한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토종 빅3 생보사들의 배당 성향이 21.6%였던 것과 비교하면 1.5배 넘게 높은 수준이다.

해당 외국계 생보사들은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벌어들인 9260억원의 당기순이익 중 2747억원을 배당했다. 배당 성향이 가장 높았던 곳은 BNP파리바카디프생명으로 194억원의 당기순이익 가운데 70.1%인 136억원을 현금 배당했다. 이어 라이나생명이 3218억원의 당기순이익 중 37.3%인 1200억원을 지급하며 배당 성향이 높았다. 다른 곳들의 배당 성향은 ▲동양생명 29.5%(배당금 561억원) ▲푸르덴셜생명 28.4%(500억원) ▲메트라이프생명 16.0%(350억원) 등이었다.

이렇게 배당된 현금 가운데 94.2%(2588억원)는 해외에 있는 최대주주들의 몫이었다. 라이나생명, 푸르덴셜생명, 메트라이프생명은 외국 지배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곳들로 배당금 전액이 국외로 나가는 생보사들이다. 외국 주주 지분율이 85.0%인 BNP파리바카디프생명과 75.3%인 동양생명의 경우 이에 비례한 최대주주 몫의 배당금은 각각 116억원, 561억원이다.

해외 모회사에 대한 이 같은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의 고배당은 비단 지난해만의 얘기가 아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간 조사 대상 외국계 생보사들의 최대주주 대상 배당금 규모는 총 9736억원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3년 1055억원 ▲2014년 1450억원 ▲2015년 2350억원 ▲2016년 2293억원 등이었다.

이처럼 외국계 생보사들이 후한 배당을 이어갈 수 있는 배경에는 비교적 여유로운 자본력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 해당 5개 생보사들의 지난해 말 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은 301.5%로 국내 생보업계 평균(261.3%) 대비 40.2%포인트 높았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업계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다.

하지만 문제는 2021년 본격 시행을 앞둔 IFRS17이 적용되면 생보사들이 상당한 자본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보험사의 고배당에 걱정 어린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IFRS17이 적용되면 기존 원가 기준인 보험사 부채 평가는 시가 기준으로 바뀐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에 따라 부채 증가가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보험업계의 재무 리스크를 둘러싼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도 수년 전부터 보험사들을 향해 과도한 배당을 억제하고 이익의 내부유보를 늘리라고 권고하고 있다. 배당이 늘어날수록 각종 충당금이나 자기자본으로 활용할 사내유보금이 감소하면서 건전성 유지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이슈로 인해 보험사들은 최근의 수익성 개선에도 불구하고 배당 확대에는 한계가 있는 입장"이라며 "외국계 생보사들이 상대적으로 RBC비율이 높은 편이라고는 하지만 계속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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