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메인 네비게이션

한국지엠 운명의 날…잠정합의 이뤄도 찬반투표 고비

박영국 기자 | 2018-04-20 06:00
한국지엠 군산공장 전경.ⓒ데일리안 홍금표 기자한국지엠 군산공장 전경.ⓒ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노조, 조합원 동의 얻어내려면 '저지선' 지켜야
사측, GM으로부터 '확실한 비용구조 개선' 판정 받아야
"법정관리 신청 안해도 자금 바닥나 다음주부터 정상 운영 불가"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법정관리 데드라인’으로 못 박은 한국지엠 ‘운명의 날’이 밝았다. 전날 마라톤 교섭에도 불구하고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노사는 20일 마지막 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노사 교섭대표들은 잠정합의 내용이 조합원 찬반투표와 GM 본사의 판단을 거쳐야 하는 만큼 마지막까지 치열한 힘겨루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19일 오후 2시부터 인천 부평공장에서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10차 교섭을 시작해 저녁 10시를 넘겨서까지 무려 8시간에 걸친 마라톤 교섭을 가졌으나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운영 자금이 고갈됐다며 20일 이전까지 1000억원 규모의 복리후생비용 절감 등의 자구안에 먼저 합의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노조는 군산공장 고용문제 해결과 신차 배정을 비롯한 미래 발전방안을 확정해 자구안과 일괄 타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앞서 사측은 18일 9차 교섭에서 폐쇄된 군산공장에 남은 노동자 680명에 대해 추가 희망퇴직을 받고 일부 인원은 부평공장 등으로 전환배치하며, 나머지 인원은 2022년까지 무급휴직하는 방안을 추가 제시안으로 내놓았으나 노조는 무급휴직 부분에 반발하며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는 다음번 교섭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채 전날 교섭을 마무리했지만 법정관리가 임박한 상황인 만큼 이날 오전 중 간사간 합의를 통해 교섭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 교섭에서도 노사는 기존의 입장을 가지고 팽팽히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 모두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지만 사측은 GM 본사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충분한 수준의 비용절감’이라는 모양새를 만들어야 하고,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고려해 조합원들을 납득시킬 수 있도록 ‘저지선’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구안을 포함한 잠정합의안의 이행을 담보할 조합원 찬반투표는 노조측 교섭대표들로 하여금 물러설 수 없도록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노조 집행부는 폐쇄된 군산공장 조합원들을 해고로부터 지켜냈다는 명분을 확보해야 하고, 이미 임금 동결 등을 선언한 상황에서 복리후생을 최대한 지켜내 부평, 창원을 포함한 전체 조합원들의 소득 감소를 저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을 증명해야 한다. 신차배정 등의 약속도 받아내 미래 고용불안도 불식시켜야 한다.

노조 집행부로서는 무엇 하나 포기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를테면 복리후생 축소 저지에 집중하고 군산공장 문제는 사측 제시안을 받아들일 경우 향후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들의 찬성표를 얻는 데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군산지회 조합원들을 버렸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군산공장 680명 전원의 회사 잔류를 대가로 전체 조합원들의 복리후생, 임금 등을 일부 양보할 경우 명분은 얻겠지만 찬반투표에서 반대표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사측 역시 기존 제시안에서 쉽게 물러날 수는 없는 형편이다. 잠정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기존 비용절감 계획을 축소할 경우 GM 본사로부터 ‘불합격’ 판정을 받을 수도 있다.

GM은 한국지엠의 기존 비용구조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앞으로도 적자가 불가피해 계속해서 자금지원 부담이 발생하는 만큼, 비용구조가 확실히 개선되지 않으면 기존 차입금을 일부 손해 보더라도 한국지엠을 법정관리체제로 들이밀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자구안이 포함된 잠정합의안이 ‘확실한 비용구조 개선’을 보장한다는 확신을 주지 못한다면 잠정합의안을 도출해도 소용이 없다는 게 한국지엠의 판단이다.

당장 운영자금이 고갈돼 지불능력이 상실된 상황에서 GM 본사의 차입금 출자전환 한국지엠에 대한 경영정상화 플랜 가동,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산업은행 및 우리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일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려면 우선 GM이 납득할 만한 잠정합의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노사가 각자의 사정이 있는 만큼 양측이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해도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있어 세세한 문구 하나하나까지 서로에게 유리한 표현을 넣기 위해 팽팽히 맞설 가능성이 크다.

한국지엠은 20일 저녁까지 잠정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사회를 열고 법정관리 신청 의결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GM 본사가 한국지엠을 법정관리로 넘길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당장 회사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하지 않는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한국지엠의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것은 자금이 바닥나 회사를 운영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법원에 경영을 맡아달라고 하는 의미”라며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안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당장 오늘까지 잠정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앞으로 직원 임금이나 자재 대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어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하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데일리안 채널 추가하기
데일리안과 카카오플러스 친구가 되어주세요
Go to previous page Go to top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