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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훔치기’ LG의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와 후폭풍

김평호 기자
입력 2018.04.20 07:20 수정 2018.04.20 07:21

18일 KIA전에서 ‘사인 훔치기’ 논란으로 도마

현장 간 소통에 문제점, 선수들은 졸지에 웃음거리

‘사인 훔치기’ 논란과 관련 LG 트윈스는 류중일 감독은 알지 못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 연합뉴스 ‘사인 훔치기’ 논란과 관련 LG 트윈스는 류중일 감독은 알지 못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 연합뉴스

류중일 감독과 양상문 단장은 정말로 몰랐을까.

‘사인 훔치기’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LG 트윈스가 제대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앞서 LG는 지난 18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원정경기서 상대 투수들의 구종별 사인이 명기돼 있는 페이퍼를 더그아웃에서 라커룸으로 이어지는 복도에 붙여놔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른바 ‘컨닝 페이퍼’다. 페이퍼에는 우타자 기준 몸쪽 공은 검지 왼쪽을 터치하고, 바깥쪽은 검지로 오른쪽을 터치한다는 등 KIA 배터리의 사인을 의미하는 구종 및 코스별 손동작이 세세하게 적혀있었다.

이 부분을 놓고 징계 여부인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했다. '2018 KBO리그 규정'에 따르면 불공정 정보의 입수 및 관련 행위를 금지한다고 제26조에 명시돼 있다. 더불어 '벤치 내부, 베이스코치 및 주자가 타자에게 상대 투수의 구종 등의 전달 행위를 금지한다'고 정했다. 즉, 이 규정에 의거하면 LG의 ‘컨닝 페이퍼’는 처벌 대상이다.

결국 KBO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이르면 20일 상벌위를 열기로 했고, 징계 여부 및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LG 측은 “전력분석에서 주자가 도루할 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특히 “류중일 감독과 양상문 단장은 알지 못한 일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과정에서 의구심을 지울 수는 없다. 문제가 된 페이퍼는 원정 더그아웃 안쪽 복도 벽에 적나라하게 붙어 있었다. 물론 LG의 해명대로 류중일 감독이 실제 해당 페이퍼를 못 봤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전력분석팀이 류 감독 모르게 컨닝 페이퍼를 선수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이는 현장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자인한 셈이다.

류중일 감독으로서는 황당하면서도 화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도 모르게 허술하고 안이한 행동들이 일어난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으로서도 책임을 통감해야 하는 부분이다.

사인을 숙지하지 못한 LG 선수들은 졸지에 바보가 됐다. ⓒ 연합뉴스 사인을 숙지하지 못한 LG 선수들은 졸지에 바보가 됐다. ⓒ 연합뉴스

LG 선수들은 졸지에 바보가 됐다. 시험 잘 보라고 열심히 공부시키고, 암기 시켜 수능 시험장에 보냈더니 학생이 외우지 못해 학부모가 선생님 몰래 컨닝 페이퍼를 반입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LG는 사인 훔치기 논란이 벌어진 당일 KIA에 1점차로 패하며 졸지에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무너진 팬들의 신뢰도 문제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모두가 전력 분석을 통해 상대의 사인을 분석하고 패턴을 파악하려 하지만 이렇게 LG처럼 대놓고 하려다 걸린 적은 없었다.

사인 훔치기를 야구의 일부로 보는 시각들도 있지만 정정당당한 승부를 보기를 원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말았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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