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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업무도 모르는, 청와대式 김기식 구하기 맹점

신율 명지대 교수 | 2018-04-14 05:00
<칼럼> 靑, 선관위에 위법성 질의 잘못
위법하지 않아도 비상식적인 사안 많아
임명한 이후 위법성·도덕성 평가 넌센스
도덕성 평균 이하 여부 누가 판단하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요새 정치권의 가장 뜨거운 인물은 당연히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다. 피감기관의 돈으로 출장을 갔다, 외유성 출장이다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김기식 원장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시시비비를 가리지는 않겠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부분은 청와대의 대응이다.

청와대는 김기식 원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럴 수 있다. 재벌개혁에 적임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와대 입장에선 김기식 흔들기가 김기식 원장을 두려워하는 세력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른바 음모론이 등장하는 사안들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청와대의 대응에는 부분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 같다. 먼저 청와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김기식 원장의 행위에 대한 적법성을 물은 부분부터 생각해 보자.

청와대는 선관위에 국회의원의 후원금 기부, 피감기관이 비용을 부담하는 해외출장, 보좌진이나 인턴과의 해외출장과 해외출장 중 관광이 위법한지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김 원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후원금을 사용한 게 수사기관 고발 사안인지만 답변할 부분”이라며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를 떠난 것은 선관위 업무 밖”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서 첫 번째 문제점이 드러난다. 청와대가 선관위에 질의하면서 선관위의 업무 영역에 대해 잘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아마도 그동안 청와대는 선관위의 업무 영역을 과대평가하고 있었을 수도 있고, 그만큼 서둘렀기 때문에 발생한 실수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선관위에 위법성을 물었다는 사실 자체다. 여기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11일 하루 동안 전국 성인 5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를 한 결과를 보면, ‘부적절한 행위가 분명하므로 김 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50.5%에 달한다.

이 결과를 토대로 생각해 보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절반이 넘은 국민이 김기식 원장이 불법 행위를 했기 때문에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하는 부분이다.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문항도 ‘위법한 행위가 분명하므로’가 아니라 ‘부적절한 행위가 분명하으로’다. 다시 말해서 국민들은 김기식 원장이 위법한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에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김 원장의 출장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위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김 원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위법성보다 국민적 ‘상식’이 사퇴 여부에 중요한 기준이라는 말이다.

이런 국민적 ‘상식’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은 김기식 원장의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참여연대의 성명이다. 지난 12일, 참여연대 박정은 사무처장은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김기식 금감원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회원께 드리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박 사무처장은 “김기식 금감원장의 임명 당시 금융감독 개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었다”면서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혹 중 비판받아 마땅한 부적절 행위가 있었고, 누구보다 공직윤리를 강조하며 제도개선을 촉구했던 당사자였기에 매우 실망스럽다는 점도 분명하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핵심은 바로 ‘누구보다도 공직윤리를 강조하며 제도개선을 촉구했던 당사자’라는 부분이다. 다른 사람이나 일반 정치인이라면 몰라도 그런 부분을 그렇게 강조했던 인물이 바로 김 원장이었는데, 지금 제기되는 의혹은 그의 평소 주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얘기다. 바로 이 부분에 대해 국민들은 실망했고, 그렇기 때문에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자꾸 위법성 문제를 거론하고 있으니 이는 분명 정확한 방향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법하지는 않아도 상식적으로 어긋날 수 있는 사안들은 많다. 그래서 바로 이런 측면에서 김 원장의 사안에 대해 접근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청와대는 여전히 위법성이 사퇴여부를 가를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난 13일 청와대가 발표한 성명을 보면 “김기식 원장이 위법이라는 객관적 판정이 내려지면 사임시키겠다”며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런 성명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먼저 드는 생각은, 임명한 이후에 위법성이나 도덕성에 대해 평가를 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특정인을 공직에 임명하기 전에, 즉 검증과정에서 미리 다뤘어야 하는 문제들을 지금에 와서 ‘평가’를 받겠다고 하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여기서 또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긴다. ‘위법이라는 객관적 판정’을 내릴 수 있는 주체는 과연 누구인가 하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선관위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부분은 후원금의 사용 부분 정도다. 나머지는 선관위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나머지 의혹 부분에 대한 ‘위법이라는 객관적 판정’은 누가 내리게 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만일 지금 검찰 수사가 들어갔으니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정치권은 계속 이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일 것이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이 자꾸 소요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이런 ‘판단의 주체’ 문제는 ‘도덕성이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이라는 언급에서도 제기될 수밖에 없다. 도덕성이 평균 이하라고 판단하는 기준과 이런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주체는 과연 어디냐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도덕성이 평균 이하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청와대는 국회의 관행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신율 명지대 교수신율 명지대 교수
청와대가 발표한 성명을 보면,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판단에 따라야 하겠지만 위법한지, 당시 관행이었는지에 대해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런 청와대의 생각은 이미 19대와 20대 국회의원들의 해외 출장을 조사했다는 부분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도 궁금한 점은 있다. 과연 김 원장의 행위가 그동안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도덕성이 평균 이상이 되는지 하는 부분이다. 즉, 여야 의원들 다수가 관행적으로 그런 식의 해외 출장을 다녔으니까, 그냥 넘어가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는 말이다.

현 정부 들어서서 진행된 적폐청산은, 관행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하게 단죄하고 도려내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런데 김기식 원장과 관련해서 관행이었다면 해임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한다면, 이는 관행도 경우에 따라서는 용인될 수 있다는 것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어쨌든 청와대든 아니면 김기식 원장 자신이든 국민에게 설명을 해줘야 하는 부분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그리고 금감원장이라는 자리가 매우 중요하고 재벌개혁을 위해 중요한 일을 수행해야 하는 자리임은 맞지만, 청와대가 이렇듯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문제인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자칫 문제를 불필요하게 키울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지나치게 키울 경우, 정권 차원에서 지나친 부담을 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이런 부분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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