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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여가는 한국지엠 사태…엥글 GM 사장, 빈손으로 돌아가나

박영국 기자
입력 2018.04.13 06:00 수정 2018.04.13 06:58

실사 조기 마무리, 외투지역 지정 협조 등 현안 성과 없어

GM본사 한국지엠 경영정상화 의지 약화 우려도

배리 엥글 제너럴모터스(GM) 해외사업부문 사장(오른쪽)과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데일리안 배리 엥글 제너럴모터스(GM) 해외사업부문 사장(오른쪽)과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데일리안

실사 조기 마무리, 외투지역 지정 협조 등 현안 성과 없어
GM본사 한국지엠 경영정상화 의지 약화 우려도


한국지엠 사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10일 방한한 배리 엥글 제너럴모터스(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별다른 성과 없이 나흘 째를 맞았다. 한국지엠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인 산업은행도, 외국인투자지역(외투지역) 지정 결정권을 쥔 산업통상자원부도, 자구안 이행에 협조를 구해야 할 노동조합도 모두 부정적인 소식만 전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엥글 사장은 방한 이후 전날까지 사흘간 산은이나 정부측과의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와의 면담도 없었다.

당초 엥글 사장은 이번 방한 기간 동안 산은 및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한국지엠 실사의 조속한 마무리와 한국지엠 부평 및 창원공장의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현안을 요청할 당사자들과의 만남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산은과 산업통상자원부는 간접적으로 엥글 사장이 요청할 만한 현안들에 대해 부정적 입장만 잇달아 내놓았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2일 한국GM 관련 은행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에게 “한국지엠에 대한 실사를 이달 말 완료 목표로 진행해 왔는데, 실제로는 내달 초나 돼야 종료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사 관련) 자료가 더 들어오고 있는데, 얼마나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들어올지에 따라 (실사 완료 시기가)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실사에 필요한 민감한 자료 제출 여부를 놓고 산은과 GM측의 힘겨루기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회장의 언급은 ‘실사를 빨리 끝내라고 종용만 할 게 아니라 자료나 제대로 제출하라’는 핀잔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충분하다.

산업부 역시 한국지엠 공장들의 외투지역 지정을 ‘딜(Deal)’ 측면에서 손쉽게 승인해줄 생각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12일 서울 광화문 무역보험공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지엠 공장들의 외투지역 지정 승인 가능성에 대해 “보완을 요청한 상태”라며 “고용창출이나 신기술 등 여러 가지 고려 사안이 있는데 신성장기술에 대한 것들을 더 가져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GM이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한국 사업을 유지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자율주행차나 미래형 자동차에 대한 기술투자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지엠 정상화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GM 본사의 신차배정과 투자를 전제로 손쉽게 외투지역 지정 승인을 해주는 게 아니라 고용창출과 신기술 등 평가 항목들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결국 산은과 정부는 실사와 외투지역 지정 등의 현안 처리 속도와 난이도가 GM 본사 고위 임원의 요청으로 달라지지는 않을 것임을 엥글 사장에게 간접적으로 전달한 셈이다.

지난달 말 이후 공전상태인 한국지엠 노사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역시 엥글 사장의 방한 이후에도 특별한 국면 전환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 12일 8차 교섭이 예정돼 있었지만 교섭 쟁점에서 벗어난 엉뚱한 문제로 무산됐다. 표면적으로는 ‘CCTV설치 문제’를 놓고 노사가 힘겨루기를 벌이다 교섭이 틀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교섭을 진행해도 딱히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인식이 이같은 상황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데드라인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견을 좁힐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런 사소한 문제로 교섭이 틀어졌겠느냐”면서 “한국지엠으로서는 협상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기존 제시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양보를 하려면 GM 본사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데, GM쪽에서 별다른 시그널이 없기 때문에 교섭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노조는 지난 10일 8차 교섭을 요청했으나 사측에서 교섭위원들의 일정을 이유로 난색을 보여 12일로 밀렸었다. 그마저도 ‘CCTV설치 문제’로 무산된 것이다.

엥글 사장이 지난달 26일 방한 당시 언급한 ‘부도 위기’ 시점인 20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방한에서 별다른 성과 없이 돌아간다면 GM 본사가 한국지엠 경영정상화에 대해 부정적인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우려된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GM 본사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노사 교섭과 실사 마무리, 외투지역 지정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풀어야 할 문제들이 전부 꼬이면서 GM 본사에서 느닷없이 극단적인 결론을 내릴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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