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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근성의 리얼파이터, 좀비를 말한다!

김종수 기자
입력 2018.05.01 17:57 수정 2018.05.01 17:58

UFC의 다양한 좀비 유형 파이터들

UFC 정찬성 ⓒ 게티이미지 UFC 정찬성 ⓒ 게티이미지

UFC를 비롯한 종합격투기 무대에서는 이른바 ‘좀비과’로 분류되는 파이터들이 있다.

정찬성(31·코리안좀비 MMA)처럼 별명이 좀비가 되어 이름보다 더 유명해진 경우도 있고, 파이팅 스타일이나 캐릭터에 따라 좀비로 평가받아 굳어진 경우도 많다.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 좀비라는 캐릭터지만 ‘유명한(?) 좀비’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가 필요하다.

좀비형 격투가들은 영화 속 좀비가 그렇듯 특유의 근성과 투지로 상대로 하여금 두려움을 갖게 해야 한다. 맷집과 투지는 기본이다. 몇 차례 타격을 허용했다고 물러나거나 쉽게 충격을 받는다면 좀비가 될 수 없다. 웬만한 공격을 허용해도 ‘씨익’ 웃으며 성큼성큼 압박할 수 있어야 좀비가 될 자질이 있다.

좀비는 기싸움에서 밀려서는 안 된다. 상대의 공격을 기세로 꺾어야한다. 전략이 아니라면 백스텝을 밟아서는 안 된다. 전진 본능을 잃은 좀비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며 상대를 질리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끝없는 압박 또 압박! 디아즈 형제와 게이치

좀비형 파이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디아즈 형제. 형 닉 디아즈(35·미국), 동생 네이트 디아즈(33·미국)는 전형적인 미국 갱스터 혹은 좀비 싸움꾼으로 캐릭터를 확실하게 굳혀 성적에 비해 좋은 대우를 받으며 UFC에서 롱런하고 있다.

형 닉은 자신이 원하는 경기가 아니면 뛰지 않겠다고 배짱을 부린다. 동생 네이트는 특유의 도발 퍼포먼스가 제대로 통해 UFC 최고 흥행 파이터인 코너 맥그리거(30·아일랜드)와 두 차례나 매치를 가지는 행운도 누렸다.

현재 UFC에서 맥그리거와 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금전적으로도 매우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수많은 파이터들이 맥그리거를 비난하면서도 대결을 원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네이트의 존재감은 인정해줄 수밖에 없다.

디아즈 형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좀비복싱'이다. 중장거리에서 계속 주먹을 휘두르며 전진하는 좀비 복싱은 얼핏 보면 단순하기 그지없다. 쉴 새 없이 펀치만 내지르기 때문이다. 정교한 복싱 테크닉도 무시무시한 한 방이 돋보이는 것도 아니다.

UFC 디아즈-맥그리거. ⓒ 게티이미지 UFC 디아즈-맥그리거. ⓒ 게티이미지

그럼에도 디아즈 형제의 스탠딩 압박은 심한 공포를 가한다. 반격을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을 거듭하며 앞으로 밀고 들어와 리듬을 깨고 질리게 만든다. 맷집이 탄탄하고 맞추는 재주도 뛰어나 거리가 확보된 상태에서 치고받는 양상을 띠면 불리해지는 쪽은 상대방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흐느적거리는 좀비가 다가오면 무조건 피하고 보듯, 디아즈 형제의 무한 압박에 정면에서 같은 방식으로 맞불 형태로 부딪힐 파이터는 드물다.

물론 투박한 파이팅 스타일상 디아즈 형제에게는 여러 약점이 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레슬링이다. 뛰어난 주짓떼로지만 레슬링이 강하지 않아 테이크다운에 능한 상대가 노골적으로 그라운드 포지션 싸움을 펼치면 어려움을 겪기 일쑤다.

‘스턴건’ 김동현, '스무스' 벤 헨더슨 등이 그런 방식으로 네이트를 제압했다. 좀비가 걸어 나와 발을 붙이고 이빨을 드러낼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디아즈 형제는 클린치 상황에서의 더티 복싱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타격 거리가 확보되거나 확실한 서브미션 타이밍을 잡아야만 본인의 공격력을 제대로 발휘한다.

때문에 디아즈 형제는 상대의 빈틈을 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경기 중 트래쉬 토크를 하거나 수시로 도발적 몸짓을 취한다. 이러한 부분은 이미 노출된 지 오래다. 노련한 파이터들은 디아즈 형제가 아무리 도발을 감행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디아즈 형제에게 도발은 또 다른 의미의 공격 셋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맷집이 탄탄하고 주짓수 활용 능력도 좋은 디아즈 형제를 파운딩 연타로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 김동현, 헨더슨도 이를 잘 알고 있어 무리한 공격 시도보다는 포지션을 꾸준히 유지하는 쪽으로 네이트를 묶어놓았다.

다른 경기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갈 때, 디아즈 형제는 매우 힘들어했다. 적극적으로 공격을 한다면, 기회를 봐서 특기인 초크나 하체 관절기를 시도하지만 그래플링에 능한 상대가 상위에서 포지션 싸움을 고수하면 디아즈 형제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UFC 라이트급 저스틴 게이치(29·미국) 또한 좀비형 파이터다. 게이치는 난타전을 피하지 않는 선수로 유명하다. 작은 타격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시종일관 전진 스텝만 밟는다. 오히려 큰 공격이 아니라면 피하는 것보다 몸으로 받아내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느껴질 정도다.

게이치는 UFC 데뷔전인 마이클 존슨과의 대결에서도 빠르고 경쾌한 타격을 경기 내내 몸으로 받아냈다. 지칠 대로 지친 존슨이 뒤로 밀리기 시작하자 우직하게 밀어붙여 경기를 끝냈다. 이 같은 스타일은 곧 다음 경기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전 챔피언 출신 에디 알바레즈에게도 비슷하게 경기를 끌고나가다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먼저 쓰러졌다. 아무리 좀비라도 매에는 장사가 없었다.


좀비라고 다 같은 좀비가 아니다. 진화형 좀비!

디아즈 형제, 게이치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 한계가 있다. 그들의 파이팅 스타일에 관중들은 환호하지만 데미지가 계속 쌓이면 경기 횟수가 줄 게 마련이고, 선수 생명 또한 짧아질 수밖에 없다.

경기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판정까지 가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점수에서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 또한 크다.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포인트에서 밀리는 경우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좀 더 공격적인 선수가 판정단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다고는 하나 정타 싸움에서 점수를 많이 빼앗기면 승부를 뒤집기는 힘들다.

그런 점에서 ‘코리안좀비’ 정찬성, ‘엘쿠쿠이(El Cucuy)’ 토니 퍼거슨(36·미국) 등은 진화형 좀비로 평가할 수 있다. 좀비형 파이터가 그렇듯 과감하게 상대를 압박하고 난타전도 피하지 않는 성향이지만 좀 더 지능적이고 기술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이다. 이런 유형은 판정까지 가도 좀처럼 손해를 보지 않는다. 경기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정찬성은 본래 투박한 좀비 캐릭터로 미국 무대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시종일관 치고받고 구르는 그의 스타일에 미국 관중들은 열광했고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패턴에 한계가 있다고 느낀 정찬성은 이후 쓸데없는 잔매는 맞지 않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완급 조절로 인기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UFC 라이트급 퍼거슨 ⓒ 게티이미지 UFC 라이트급 퍼거슨 ⓒ 게티이미지

퍼거슨은 이른바 ‘계왕권’ 모드로 유명하다. 처음에는 상대와 치열하게 치고받는 듯하다가 라운드가 이어질수록 주도권을 쥐고 경기 전체를 컨트롤한다. 상대가 지치고 힘겨워 하는 만큼 퍼거슨은 기운을 더 낸다.

퍼거슨의 경기가 재미있는 것은 밀리는 과정에서도 허를 찌르는 반격을 꼭 보여준다는 부분이다. 타격 압박에 뒷걸음질 치면서도 순간적으로 사이드로 빠지며 카운터펀치를 꽂는다. 테이크다운을 허용해 상위 포지션을 빼앗겨도 금시에 포지션을 뒤집는다. 언제 어떤 식으로 상황을 바꿔버릴지 몰라 잠시도 눈을 떼기 힘들다.

계왕권 모드로 들어간 퍼거슨은 스탠딩, 그라운드 영역을 가리지 않고 포스를 뿜어낸다. 스탠딩에서 타이밍을 잡아먹으며 폭격을 거듭하는 것은 물론 테이크다운을 허용했다 해도 하위에서의 끈질긴 타격 반격과 서브미션 시도로 상위의 상대를 힘들게 한다. 더욱더 상대하기 힘들어진 뉴타입 좀비라 할 수 있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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