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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법 실행 하루 앞두고 포기한 ‘펫파라치’제 왜?

이소희 기자
입력 2018.03.21 15:25 수정 2018.03.21 15:27

정부 “사회적 합의 안 돼”, “준비없이 도입한 제도로 사실상의 철회” 비판

향후 도입에 대한 실행의지·계획도 없어, 사회적 갈등 야기만 비난 자초

정부 “사회적 합의 안 돼”, “준비없이 도입한 제도로 사실상의 철회” 비판
향후 도입에 대한 실행의지·계획도 없어, 사회적 갈등 야기만 비난 자초


정부가 22일 동물보호법 개정안 실행을 하루 앞두고 반려견 안전수칙 위반에 따른 신고포상금제인 일명 ‘펫파라치’제 시행을 전격 보류했다.

이를 두고 철저한 준비 없이 새 제도도입을 공언한 정부가 ‘사실상의 철회’ 수순을 밟는 것이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그간 현장에서는 신고포상금제에 대한 찬반양론이 좁혀지지 않았고, 갈등까지 표출됐다.

반려견 목줄은 필수 안전수칙, 시민들이 반려견에 목줄을 채운 채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려견 목줄은 필수 안전수칙, 시민들이 반려견에 목줄을 채운 채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제도시행을 보류한 이유로 현장에서의 찬반양론으로 인해 세부방안에 대한 의견수렴·논의·검토를 개정안 실행 막바지까지 지속해왔지만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아, 추가적으로 논의와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밝혔다.

농식품부는 신고포상제를 둘러싸고 반려견을 키우는 견주와 비반려인 사이에 갈등이 야기되는 등 현장에서의 찬반이 여전했으며, 지자체의 실행예산 확보 미흡도 문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신고 과정에서 안전수칙 위반에 해당하는 견주의 사진촬영은 초상권 등 사생활 침해 논란이 지적됐고, 견주의 주소나 휴대폰번호 등 인적사항을 확보해 신고해야 하는 현실적인 애로사항이 있어 우려와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3월 동물보호법을 개정하면서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오는 22일부터 펫파라치 제도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실행여부를 판단한 것인지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당초 신고포상금제도는 지난해 3월 농식품부가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법률 공포를 통해 동물등록 의무화를 추진하면서 동물등록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신고포상금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처음으로 발표했었다.

이를 이어 올해 1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어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을 논의·확정하는 과정을 통해 “반려동물 소유자들이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 신고포상금 제도도 만들었다”면서 “기존에 없었던 제도로 3월 22일 새롭게 도입하는 것”이라고 전했었다.

이 같은 공언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무런 설명 없이 시행 하루 전에 시행령에 담았던 내용을 빼면서 논란을 키웠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실무입장에서 마지막까지 고심이 있었던 부분”이라면서 “신고포상금제는 여러 수단 중의 하나다. 도입취지에도 불구하고 여러 우려와 부작용 등 반대 목소리가 커서 고민 끝에 나머지 벌칙조항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실행수단의 하나로 내건 신고포상제가 우려와 논란만 키웠을 뿐 대안도 없다는 사실이다.

향후 도입 여부에 대해서도 “현재 입장에서 (도입 여부를)단적으로 말하기는 어렵고, 여러 부작용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서 최종 결정하겠다”면서 도입 시기도 “지금은 말할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됐다.

이는 정부가 반려견 안전수칙 위반을 단속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제시했던 신고포상금제 실현은 어렵다고 시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간 정부는 관련TF팀까지 꾸려 논의를 거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법과 시행령이 사회적 합의를 담보하고 있지는 않은 만큼 실행에 따른 효과와 개선 여부를 가려 집행해야 함은 불문가지다. 당장 터져 나올 신고포상제의 논란이나 허점, 갈등 등도 또한 충분히 고려해 제도 도입을 추진했어야 옳다.

동물권단체 케어 회원들이 농림축산식품부의 체고 40㎝이상 반려견 입마개 의무화 방침에 반대하는 거리시위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동물권단체 케어 회원들이 농림축산식품부의 체고 40㎝이상 반려견 입마개 의무화 방침에 반대하는 거리시위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잇따른 반려견 안전사고로 인해 성급히 도입된 체고 40Cm 이상 입마개 의무화도 반려인들의 ‘키 크다고 공격성 있는 건 아니다’는 반박에 밀려 대상범위를 제한하는 등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상황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제도도입에 대한)상반된 견해가 좁혀지지 않고 딱히 정부가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으로, 사회적 합의는커녕 사회적 갈등만 야기 시킨 모양이 됐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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