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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코프까지 가세! UFC 러시안 세력 확장

김종수 기자
입력 2018.03.18 18:19 수정 2018.03.18 19:04

UFC 파이트 나이트 127에서 베우둠 상대로 TKO승

하빕-자빗 이어 헤비급에서도 러시아 파이터 위력

UFC 헤비급 알렉산더 볼코프. SPOTV 중계화면 캡처 UFC 헤비급 알렉산더 볼코프. SPOTV 중계화면 캡처

UFC에서는 최근 러시안 세력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UFC 라이트급의 실질적 최강자로 꼽히는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를 필두로 페더급 차세대 괴물로 꼽히는 자빗 마고메드샤리포프까지. 각 체급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걸출한 파이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플라이급 마고메드 비불라토프, 라이트헤비급 가지무라드 안티구로프, 헤비급 알렉세이 올리닉 등도 체급에서 큰 역할을 할 파이터들로 꼽힌다.

러시안 파이터들이 UFC에 본격 입성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양과 질적으로 업그레이드가 됐다. 머지않아 미국, 브라질 세력을 위협할 ‘제3의 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UFC 헤비급 랭킹 7위 알렉산더 볼코프(29·러시아)도 그 중 하나다. 18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서 열린 UFC FIGHT NIGHT 127은 볼코프를 위한 한판이었다.

이날 볼코프와 격돌한 선수는 파브리시오 베우둠(41·브라질). 챔피언 출신이자 랭킹 3위의 강자다. 볼코프는 초중반까지만 해도 고전했다. 하지만 4라운드 들어 젊은 선수 특유의 근성을 앞세워 1분 38초 만에 TKO승을 따냈다.

베우둠이 노쇠화로 인해 예전만큼의 운동 능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혹평을 듣고 있지만 누구도 만만히 볼 수 없는 파이터다. 어떤 상대라도 그라운드에서 맞대결을 꺼리는 최강 주짓수 실력에 수준급 무에타이를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낙 노련해 신예가 상대하기 매우 어려운 스타일의 파이터다.

베우둠은 ‘킹슬레이어’로 불린다. 역대 최강이라고 불리기에는 아쉬움이 남지만 에밀리아넨코 표도르, 케인 벨라스케즈 등 당대 최고로 불렸던 전설들을 모두 격파한 업적이 있다. 장기인 주짓수를 살려 하위포지션에 있는 상태에서 서브미션으로 끝냈다.

많은 파이터들이 베우둠과 그라운드에서 뒹구는 상황을 두려워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만큼은 볼코프에게 사냥을 당했다. 헤비급에서도 큰 신장인 2m의 장신 볼코프는 저돌적인 전진 압박형 타격가다. 정확하고 묵직한 타격을 앞세워 큰 충격을 안길 수 있다. 케이지로 몰리면 낭패를 본다.

큰 키와 긴 리치를 살린 정확한 펀치 연타가 마치 우박처럼 쏟아져 큰 데미지를 준다. 가라데식 정권과 복싱 형태의 펀치가 섞여서 들어간다. 보통의 선수와는 펀치가 나오는 리듬과 궤도가 달라 방어하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상대 시야 바깥에서 들어가는 어퍼컷도 치명적이다. 안면에 신경을 쓰다보면 길고 묵직한 니킥 공격이 위협적으로 날아든다. 극진 가라데를 수련한 선수답게 큰 키로 다양한 킥을 가하면 상대는 마치 하늘에 떠있는 폭격기에게 공습을 받는 느낌을 받게 된다.

다소 가볍게 치는 것 같지만 맞는 선수는 큰 충격을 입는다는 점에서 과거 K-1에서 활약했던 러시안 극진 공수가 알렉산더 피츠크노프가 떠오르기도 한다.

볼코프가 비록 이기긴 했지만 베우둠전에서 치명적 약점을 노출했다. 테이크다운 디펜스가 그것이다. 로이 넬슨(42·미국)전에서도 드러났던 약점이다. M-1 무대에서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으나 레슬링에 능한 선수가 즐비한 UFC에서는 확연히 드러났다.

쟁쟁한 타격가들은 하나같이 테이크다운 방어 능력이 준수했다. 상대의 그라운드 시도를 억제할 수 있어야 특기인 스탠딩 싸움을 이어나가는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때 케인 벨라스케즈와 UFC 헤비급 양강체제를 이뤘던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34·브라질)는 역대급 테이크다운 방어력을 자랑했다. 그런 수비력이 뒷받침 됐기에 펀치 위주의 단순한 패턴임에도 헤비급 정상에서 경쟁할 수 있었다. 마크 헌트 역시 늦은 나이에 환골탈태를 이룩한 배경에는 레슬링의 비약적 성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UFC 헤비급 알렉산더 볼코프. SPOTV 중계화면 캡처 UFC 헤비급 알렉산더 볼코프. SPOTV 중계화면 캡처

그러한 상황에서도 상위랭커 베우둠을 넉아웃으로 격파한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주짓수를 수련한 선수답게 막상 테이크다운을 허용한 이후 그라운드 상태에서의 대처는 나쁘지 않았다.

1라운드 초반부터 테이크다운을 허용했음에도 최고의 서브미션 그래플러 베우둠의 압박을 쉴 새 없이 버티어냈다. 테이크다운 디펜스는 아쉬웠으나 그라운드 공방전에서의 대처는 합격점을 줘도 무방하다.

아무리 기량이 예전 같지 않고 체력이 떨어졌다 해도 베우둠에게 불리한 포지션을 헌납하고 여러 차례 서브미션 시도를 막아낸 것은 볼코프의 주짓수 실력 또한 만만치 않음을 입증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아직 젊은 나이를 감안했을 때 테이크다운 방어력만 갖추면 현 챔피언 스티페 미오치치(36·미국)나 랭킹 1위 프란시스 은가누(31·카메룬)와도 충분히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다. 타격만 따지면 누구와 붙어도 해볼 만한 수준임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궤적이 크지 않으면서도 정확하고 강하게 때릴 수 있는 장신 타격가는 어떤 선수에게도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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