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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사외이사의 귀환?…은행권 "KB사태 벌써 잊었나"

이나영 기자
입력 2018.03.19 06:00 수정 2018.03.19 06:51

CEO 힘 빼고 사외이사 권한 강화…“4년 전과 정반대”

은행들 “경영 리스크·외풍 취약 등 부작용 우려” 지적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놓고 4년여 만에 정반대의 논리를 펴자 은행권이 당혹감 속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놓고 4년여 만에 정반대의 논리를 펴자 은행권이 당혹감 속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놓고 4년여 만에 정반대의 논리를 펴자 은행권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2014년만 해도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도록 해 사외이사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라고 하더니 이제는 정반대로 사외이사의 권한과 독립성은 키우고 CEO 권력은 축소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내부 사정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외이사의 권한이 지나치게 막강해질 경우 경영 효율성 저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사외이사의 권한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CEO 참여를 금지했다.

또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뽑기 위해 여러 이해관계자 및 외부 전문가가 추천한 인재들로 후보군을 꾸리도록 했으며, 연임할 때에는 외부평가를 받도록 했다.

CEO 선임 과정의 투명성도 높이기로 했다. CEO 후보자 평가 기준을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명문화하고 관리내역을 주주에게 주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사전에 마련한 엄격한 자격 기준을 총족하는 사람만 CEO 후보자 군에 들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예측가능한 후계 구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조치는 최근 일부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 논란을 부른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CEO들이 사외이사를 뽑고 이 사외이사들이 다시 CEO를 선출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작 은행권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2014년에 만들었던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충실히 이행해오고 있는데 4년여 만에 그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2014년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벌어진 ‘KB사태’ 이후 사외이사의 책임 및 역할에 대한 제도적 기틀을 다진다는 취지에서 ‘지배구조 모범규준안’을 마련했다.

KB사태는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 갈등이 벌어지면서 회장, 행장 동반 퇴진과 사외이사 전원이 교체된 사건으로, 이 과정에서 이사회는 은행 경영진과 상임감사의 의견을 묵살하는 등 사외이사가 장악한 이사회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에 금융당국은 당시 지주 회장이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도록 하면서 이사회의 영향력을 대폭 축소했다. 하지만 불과 4년여 만에 이번에는 반대로 사외이사 권력은 키우고 CEO 권력은 축소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회사 내부 사정에 상대적으로 덜 밝은 사외이사들의 영향력이 커지면 경영상 리스크나 외풍에 더 취약하게 노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에 따라 관련 기준이 바뀌다 보니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혼란스럽다”며 “사외이사의 권한을 강화하면 오히려 사외이사가 집단화·권력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 현안 결정에 있어 오판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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