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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손예진 "운명적인 사랑, 항상 기다립니다"

부수정 기자
입력 2018.03.19 09:24 수정 2018.03.20 15:32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서 수아 역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안방 컴백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한 배우 손예진은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다"고 말했다.ⓒ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한 배우 손예진은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다"고 말했다.ⓒ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서 수아 역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안방 컴백


"운명적인 사랑이 있다고 믿어요."

'멜로 여신' 손예진(36·본명 손언진)은 자신이 운명론자라고 얘기했다. 참여한 모든 작품이 운명이라고 느낀단다. 운명적인 사랑도 기다린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로 오랜만에 멜로로 돌아온 손예진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1년 후 비가 오는 날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내 수아(손예진)가 기억을 잃은 채 남편 우진(소지섭)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일본 작가 이치카와 다쿠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일본에서 먼저 영화로 제작됐고, 국내에선 2005년 개봉했다. 소지섭, 손예진 주연의 한국판은 우리가 잊었던 사랑의 소중함을 길어 올린다. 그리고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내 삶을 다 포기하면서까지 한 사람을 사랑하며 살 수 있느냐고도 묻는다.

극 중에서 수아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다. 자신의 슬픈 운명을 알고도 용기를 내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달린다. 행복하지만 너무나 아픈 결정이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한 배우 손예진은 "설레는 감정으로 촬영했다"고 말했다.ⓒ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한 배우 손예진은 "설레는 감정으로 촬영했다"고 말했다.ⓒ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9일 서울 소격동에서 만난 손예진에게 물었다. 극 중 수아처럼 사랑에 '올인' 할 수 있는지. 손예진은 "그러고 싶어요"러고 반달 눈웃음을 지었다. "시기마다 다른 것 같아요. 어떨 땐 일보다 사랑이 더 중요한데,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왔다 갔다 해요. '모든 걸 머리고 떠나갈 수 있는 운명적인 사랑이 나타나면 그 사람에게 갈 거야'라는 생각도 하고요. 호호. 막상 그런 상황을 겪지 못해서 잘 모르겠어요."

'맛있는 청혼'(2001)으로 데뷔한 손예진은 '연애소설'(2002), '클래식'(2003),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2003), '여름향기'(2003),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 '외출'(2005), '작업의 정석'(2005), '연애시대'(2006), '아내가 결혼했다'(2008), '상어'(2013),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비밀은 없다'(2015), '덕혜옹주'(2016) 등 다채로운 작품에 출연했다.

센 역할, 청순한 역할, 평범한 여성 캐릭터 등 안해 본 게 없다. 손예진은 대중성과 스타성을 겸비한 여배우 중 한 명이다. 연기력 역시 출중해 영화계에선 없어선 안 될 보석이다.

로맨스 장르는 14년 만이다. 대중은 오랫동안 손예진의 멜로를 기다려왔다. 배우 본인도 그랬단다. "최근 '클래식'을 다시 봤는데 묘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예전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고. 연기가 너무 어려워서 불안했던 20대 초반 모습이 떠올랐어요. '클래식'을 보면서 요즘은 왜 이런 영상의 촉촉한 감성 이야기가 없을까 생각했어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그때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돼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원작과의 비교도 피할 수 없다. 그는 "원작은 담백하면서도 절제된 매력이 있다"며 "한국판은 감성이 더 풍부해졌다"고 자신했다.

이전 작품에서 복합적인 감정을 지닌 캐릭터를 소화한 그에게 이번 작품은 참 편했다. 감정을 억지로 쥐어짜지 않아도 됐다. 시나리오를 따라 자연스럽게 연기했을 뿐이다. "그간 '산 넘어 산' 같은 작품들만 했어요. 매번 고민했죠. 근데 이번 작품은 그냥 편했습니다. 첫 테이크(신)가 거의 완성본에 담겼더라고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한 배우 손예진은 "연기할 때는 잘해내고 싶은 의지가 생긴다"고 했다.ⓒ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한 배우 손예진은 "연기할 때는 잘해내고 싶은 의지가 생긴다"고 했다.ⓒ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데뷔작 '맛있는 청혼'에서 만난 소지섭이 상대역으로 나섰다. 소지섭은 손예진을 두고 '완벽주의자'라고 했다. 손예진은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하버드에 갔을 것"이라고 웃은 뒤 "연기하면서 책임감이 커졌다. 내가 이렇게 강한 사람이었나 싶더라. 이번 작품에선 그냥 편하게 연기했다"고 강조했다.

소지섭과의 호흡을 묻자 "데뷔작을 같이 한 오빠라 친근했다"며 "나의 어색하고 부족한 점을 다 본 사람이 오빠였다. 이번 작품에선 우진이 차지하는 부분이 컸는데 오빠가 처음부터 끝까지 잘해줬다"고 말했다.

아들 지호 역의 아역 배우 김지환과의 호흡도 빛난다. 지호는 극의 눈물과 웃음을 담당한다. 손예진과 친구처럼 장난치는 모습도 돋보인다. "조카랑 장난치면서 노는 장면을 표현했어요. 나중에 이별하는 장면이 슬프지만, 중반까지는 지호와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답니다."

배우는 남편과 아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수아가 부럽다고 했다. 엄마라는 존재가 한 가정에서 얼마나 큰 존재인지 다시금 느꼈단다. "우진과 지호가 그리워하는 수아를 보면서 저런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나중에 우진이가 잘 성장한 모습을 보고 뿌듯하기도 했고요."

영화를 통해 손예진은 20대를 연기했다. 손 잡는 순간마저 풋풋했던 시절이다. 손예진의 20대는 어땠을까. 오로지 연기였다는 답이 돌아왔다. "청춘을 연기에 바쳤어요. 시간이 빠르게 흘렀네요. 호호. 20대 때는 손을 잡을까 말까 하며 떨려 하잖아요. 나이가 들면서 감정이 무뎌지고. 예전엔 사소한 거에 화나고, 슬펐는데 이젠 괜찮아졌어요. 누군가의 행동을 바라볼 때도 '사연이 있을 거야'라고 미루어 짐작합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무뎌진 감정에서 깨어나, 밑바닥에 있었던 말랑말랑한 감정을 끄집어내는 영화입니다. 소중했던 추억을 떠올리게 돼 좋았습니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한 배우 손예진은 "이번 영화를 통해 잠시 잊었던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고 했다.ⓒ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한 배우 손예진은 "이번 영화를 통해 잠시 잊었던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고 했다.ⓒ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손예진은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하는 배우다. 연기 욕심이 그만큼 많다. 그는 "연기를 향항 욕심은 재생산된다"면서 "욕심보다는 해내고자 하는 의지, 책임감, 사명감을 생각하며 작품에 임한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한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다시 돌아온 멜로퀸'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그는 "관객들이 내가 나온 멜로를 많이 좋아해 주시는 걸 느낀다"고 했다.

20대를 다시 돌아본 배우는 "청춘이라고 느꼈던 시절이 있는데 지금은 (청춘이) 다 사라진 기분이 든다"면서 "20대 때는 불안했지만 정말 풋풋하고 예뻤던 시절이다. 나는 온전히 작품을 하며 지냈고, 소중한 작품들을 얻었다.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꾸준히 한 점에 대해 만족하다. 정말 열심히 했다"고 스스로 격려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화두를 던지다. 운명론자라는 배우는 "큰 틀의 인생에서 모든 게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며 "작품도 운명이다. 운명은 개척하고, 극복하며 만들어가는 것이다. 설령 실패할지라도 다 나한테 도움이 된다"고 심지 곧은 답변을 들려줬다.

손예진은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여자'를 통해서도 안방에 복귀한다. 이 작품도 로맨스물이다. 두 작품 모두 사랑이 주제다. "진짜 사랑을 해본 사람이 몇이냐 되는지 고민해요. 10대, 20대, 30대 때 느끼는 사랑이 다 다르잖아요. 일과 현실적인 조건들도 고려해야 하고. 사랑해서 덜 후회하고, 덜 아프려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수밖에 없어요. 애정 표현도 자주 하고요. 헤어지고 난 뒤 아파하는 사람은 사랑을 덜 준 사람이거든요."

그러면서 손예진은 '사랑'을 강조했다. 결국, 우리는 사랑이 필요하다. 사랑때문에 아파하고, 힘들어하지만 또다시 사랑을 한다. "전 운명적인 사랑이 있는 것 같아요. 결혼은 글쎄요. 사랑이 꼭 결혼으로 이어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어쨌든 우리가 사랑 이야기를 계속 하는 건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판타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안방에 복귀하는 소감을 물었다. "여성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배우가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연기하고 있어요. 오랜만에 설레면서 촬영하고 있답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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