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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미투①] “이제 시작이다” 개강 맞은 대학가 미투 확산 조짐

이선민 기자
입력 2018.03.08 05:00 수정 2018.03.08 05:57

명지전문대·서울시립대·세종대 미투 폭로

교수 직위해제에 휴강, 권력형 갑질 종식

성폭력 범죄를 고발하는 미투운동이 대학가에서 번지고 있다. ⓒ게티이미지 성폭력 범죄를 고발하는 미투운동이 대학가에서 번지고 있다. ⓒ게티이미지

명지전문대·서울시립대·세종대 미투 폭로
교수 직위해제에 휴강, 권력형 갑질 종식


명지전문대학 연극영상학과 남자 교수 전원이 저지른 성폭력이 잇따라 폭로돼 정부가 실태조사에 나선 가운데 개강과 동시에 대학생들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명지전문대 학생들은 박중현 전 학과장이 대학 본관 내 학과 영상편집실 일부를 칸막이로 가리고 안마방으로 개조했으며 상반신을 노출하거나 벨트를 풀고 지퍼까지 내린 뒤 여학생들에게 안마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박 교수는 본인 SNS를 통해 이를 시인하고 “진정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빈다. 저 자신에 대해 환멸을 느낀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교육부는 이 사건에 대해 “학내 권력관계에서 나타나는 불합리한 성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며, 성폭력 범죄 사실이 확인된 경우 해당 교수 중징계 요구 및 수사의뢰 등 엄중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립대에서는 교수가 학생에게 강제로 키스를 시도하고 돈을 쥐어줬다는 폭로가 나왔다. 지난 1일 서울시립대 학생들의 비공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교내 성추행 사실을 고백합니다’는 제목으로 이와 같은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학생은 “몇 년 전 ‘의사결정과 토론’이라는 과목을 가르치는 박만엽 교수가 수업을 핑계로 따로 불러내어 술을 마시면서 ‘딸 같다’면서 손을 잡기 시작하더니 키스를 시도하고 제 몸을 만졌다”며 “인생상담 해주는 척하더니 사람이 없는 외진 곳에서 키스를 시도하고 몸을 만졌다. 그곳에서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도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교수가 계속 따라와 택시비를 쥐여줬다. 그 택시비를 받는데 몸 파는 사람이 된 것 같고 더 눈물이 났다”며 “혹시 이상하게 비칠까 봐 후배들한테 말도 못한 게 너무 한심하고 미안하다. 더는 피해 보시는 분들이 없길 바란다.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현재 박 교수의 강의는 휴강이다.

성폭력 범죄를 고발하는 미투운동이 대학가에서 번지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성폭력 범죄를 고발하는 미투운동이 대학가에서 번지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세종대에서는 20여년 전 김태훈 영화예술학과 교수가 한 학생을 성폭행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요구했으며 논문 타이핑과 번역 일을 시키는 등 노예처럼 부리기도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피해자의 증언에 따르면 김 교수는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하며 A씨를 식모로 데려가겠다고 했다고 해 더 큰 충격을 줬다.

김 교수는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하는 마음에서 세종대학교에서 자진사퇴하겠다”는 사과문을 게시하면서 동시에 피해학생과 사귀던 사이라고 주장해 비판을 받았다. 세종대학교는 김 교수의 사퇴 의사과 관계없이 강의를 제한하고 징계를 내릴 예정이다.

이와 같이 전국의 대학에서 구체적으로 폭로가 이루어지고 학교에서 조치가 취해지는 가운데 대학생들은 ‘이제 시작이다’는 분위기다.

서울 사립대 출신 이모 씨는 “지금까지 권력형 갑질에 눌려 입 다물었던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며 “교수 뿐만이 아니라 교직원까지 남아나는 남자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벌써 미투 지겹다는 이야기 나오는데 이제 아주 일부가 시작했을 뿐”이라며 “각 학교, 학과에 익명의 한 사람씩만 용기를 내도 학생들이 뭉쳐서 성폭력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고, 후배들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폭력을 막고, 학교를 지킬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선민 기자 (yeats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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