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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대로" 인천공항공사 VS. "손 떼고 싶다" 면세업계

최승근 기자
입력 2018.02.23 15:25 수정 2018.02.23 16:08

여객 수-매출액, 임대료 인하폭 기준이 쟁점

매장 철수 후 재입찰 가능성도 제기…운영공백, 직원 처우 문제는 부담

세계 매출 1위 면세점인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모습.ⓒ연합뉴스 세계 매출 1위 면세점인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모습.ⓒ연합뉴스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조정 문제를 놓고 공항공사와 면세업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 매장 부분 철수 의사를 밝힌 가운데 공사 측과 면세업계의 힘겨루기가 장기화되면서 다른 업체의 추가 이탈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23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3일 각 면세업체들에게 매장 임대료를 일괄적으로 29.7% 내려주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롯데면세점이 제1여객터미널과 탑승동 4개 사업권 중 3개 사업권 반납을 결정한 날이기도 하다.

공항공사 측의 일괄 인하 방침에 대해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그동안 공항공사 측과의 협의 과정에서 제2터미널 개장으로 이용객 수가 떨어지는 1터미널 서편 매장의 임대료를 추가로 인하해주는 내용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공사가 일방적으로 일괄 인하안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수차례 협상에 나와 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매장 철수도 검토 중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협상 자리가 만들어져야 업계 상황을 설명하고 읍소라도 할 텐데 협상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답답한 심정”이라며 “공사 측이 통보한대로 강행한다면 매장 철수를 비롯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쟁점은 임대료 인하 폭을 결정하는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달렸다. 공사 측은 제2터미널 개장으로 이용객이 분산되는 것을 감안해 이용객 수 감소분만큼 임대료를 인하해주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면세업계는 단순 이용객 수로 기준을 삼을 것이 아니라 매출액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치에 따라 매출액 감소 폭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특히 서편에 매장을 두고 있는 신라, 신세계 면세점의 경우 2터미널로 옮겨간 대한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까지 동편으로 이동하면서 매출액 감소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국적사가 빠지고 외항사만 남을 경우 매출이 기존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최악의 경우 매장을 철수하고 이후 재입찰을 통해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이면 전체 계약 기간 5년 중 절반인 2년6개월을 채우게 돼 계약 해지를 요청할 수 있다. 면세업체가 계약 해지를 요청할 경우 해당 월 임대료의 3배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어야 하지만 장기간 손실을 안고 갈 바에는 위약금을 물고 임대료율을 낮춰 새로 계약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제2터미널 입찰 당시 공사 측은 면세 업체들의 불만을 일정 부분 수용해 1터미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율을 적용한 바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경우 면적 등 규모 면에서 중소 면세점업체들이 입찰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도 이 같은 예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결국 재입찰에서도 상위 면세점 3사 간 경쟁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철수 후 재입찰이 진행되는 동안 운영 공백과 면세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처우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은 외국인을 처음 맞는 한국의 관문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완전 철수는 어렵다”면서도 “장기간 손해를 안고 사업할 기업은 없다. 양측이 협상을 통해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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